저는 퇴직한 경찰입니다.
생전 처음으로 아고라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지켜보기만 했지만 도저히 글을 쓰지 않고는 가슴의 답답함을 털어낼 수 없어서입니다.
먼저 전직 대통령의 '의문사'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이것은 처음 언론 보도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느낀 개인의 생각일 뿐입니다.
1.왜 의문사인가?
언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발생하자 마자 모든 언론은 '자살'이라고 순식간에 보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살이라는 이유가 '유서'였을텐데 유서는 뒤늦게 발견된 것이고 처음부터 자살이라는 보도는 나오지 말았어야 함에도... 왜? 누가? 자살로 몰고 간 것인가요?
경찰에서 사건 조사도 하기전에 왜 자살로 몰고간 것인지 저는 모르지만 이유는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살의 단서는 '유서'밖에 없습니다. 검시를 하던 부검을 하던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최소한 '실족사'로 보도됐어야 하며 실족사가 확인 되기 전까진 그냥 '사망'으로 보도됐어야 합니다.
저는 노대통령의 유서를 앞부분이 있던 없던 '미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50대 넘은 사람이라면 바탕화면에 저장했다함은 임시로 초안을 잡아놓고 다시 완성하려고 한 것이지 완성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유서가 완성된 것이라면 출력해서 자필 서명을 했겠지요. 저도 아는 걸 판사에 대통령까지 한 분이 유서의 효력을 몰랐을리도 없고 아무리 우발적인 생각이라도 자살하려는 사람은 주변 정리를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살을 결심하긴 했으되 유서를 작성하다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나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아침 산책을 나가셔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경호의 기본적인 원칙도 없었고 응급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도 없었으며 그들에겐 경호의 대상도 아니었던 듯 죽이려고 작정하기 전엔 추락한 사람을 옮긴다는게 상식선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2.우리의 현실이 암담합니다.
집권세력은 졸렬하기가 그지없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한문 앞 분향소를 부순 것도... 시청광장을 폐쇄한 것도... 예전부터 사용하던 대나무봉을 죽창으로 몰고 가는것도 추모객을 시위대로 몰아가는 것도 졸렬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속된 말로 쪼잔한 세력이라는 것이기에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의 배후가 근원이 현직 대통령이 아닌 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벌 언론과 그들과 연계된 정치 세력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집권한 집권 세력에 문제입니다. 최소한의 국민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 전직 대통령이라면 이미 그들에겐 예우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었고 보복의 대상일 뿐입니다. 형법에도 없는 '포괄적 뇌물죄' 뇌물이란 건네진 돈과 건넨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가성'이 입증되어야 하므로 돈을 건넨 사람이 부당한 이득을 취해야 합니다만...
저는 강회장이나 박회장이나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스폰서와 뇌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돈만 넘어가면 뇌물로 몰고 갔지요. 차용증을 쓰고 더러운 돈 받지 말라고 평생 뒷바라지 한 돈이 뇌물로 변한거지요. 그들에겐 뇌물죄로 모는것 만 생각했지 '피의사실 공표죄'는 안중에도 없었나 봅니다. 하다못해 잡범일지라도 피의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는게 마땅한데 왜 그랬을까요? 말 잘하는 언론은 그럴테지요. 고도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형법은 무시해도 된다. 또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다.... 뭐 갔다 붙일 말도 많겠지만 객관적으로 검찰과 언론은 형법상 '피의 사실 공표죄'로부터 자유로울순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소한 '무죄 추정의 원칙'조차도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원인을 "세력'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집권한 세력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뿌리깊은 '친일파'의 잔존 세력과 그들을 등에 업은 부도덕한 언론, 정치세력들 그들에게 국민은 귀찮기만한 존재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유익이 아니라 자기의 유익을 위해 나라조차도 팔아먹을 추잡한 세력일 뿐입니다.
3.분향소 철거와 시위(?)를 보면서
저는 90년대 초반부터 극렬한(?)시위 현장에서 돌을 맞으며 시위 진압을 했었습니다. 길바닥에서 잠들고 길바닥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매캐한 최루탄의 냄새 속에 매일매일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때려죽이고 싶도록 미워서 미친듯이 부딪쳤지만 시위가 끝날땐 서로 손흔들면서 내일 만나자며 돌아섰고 어떤 땐 그 시간이 지나면 동생같은 그네들과 막걸리한잔 하면서 지친 목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지금 후배들의 저 행동은 자신들의 의지가 아닙니다. 선배로서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경찰 그중에서도 바로 여러분 앞에서 길을 막는 그 의무경찰들에게 너무 심하게 나무라진 마십시요. 그들도 마음속으론 울분을 삼키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도 마음속으론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들이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도구일 뿐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그래야만 할 뿐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그들을 내몬 그 뒤의 세력을 탓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대한문 앞 분향소를 부수고 전 대통령의 영정을 땅 바닥에 내동댕이치게 할 만큼 쪼잔하고 졸렬한 생각을 하는 그들을 부리는 그 세력은 마땅히 규탄 받아야 합니다. 만장의 대나무조차 죽창으로 몰고가는 더러운 언론 세력과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치권력 세력과 그 모든 것의 뒤에 있는 어둠의 자식들을 끌어내리기 전엔 우리의 아우성이 한 낱 스쳐가는 메아리일 뿐입니다. 며칠만 지나면 새로운 이슈만 생기면 저절로 사그러드는 작은 촛불 정도로 밖엔 생각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잠시의 사그러질 불꽃을 그들은 지나길 바라고 있겠지요.
가슴속에 터질듯한 먹먹함이 있어도 그것은 힘없는 민초의 생각일 뿐, 모든 것은 그들의 생각대로 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그 자들은 그저 허수아비일 뿐, 모든 것의 뒤에 있는 그 어둠의 자식들을 끌어내기 전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