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바로알기
포퓰리즘 덫에 걸린 MB노믹스
YOROKOBI
2009. 12. 23. 19:46
지난 15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헤지펀드 설립 근거가 담긴 법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주목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은 기대와 딴판이었다.
당초 자본시장법은 헤지펀드의 차입(레버리지) 한도를 400%로 정했지만 한도를 300%로 줄인 데다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주식에서부터 파생상품까지 자유롭게 투자하는 헤지펀드 기본 개념과 맞지 않는 변종이 탄생했다. 시장 자율 대신 정책적 목표를 선택한 '관치'에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틈탄 포퓰리즘이 절묘하게 결합한 탓이다.
시장과 자율을 중시하는 MB노믹스가 초심을 잃은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부동산 규제 완화, 수월성 교육, 감세기조, 연금개혁 등 정권 출범 초기 강조되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책이 거리낌없이 수립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정 지지도 상승에 따른 과도한 자신감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친서민 중도실용'을 전면에 내세운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서 '서민'만 남고 '국민'은 사라졌다.
◆ 멀어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MB노믹스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에서 보듯 오히려 규제가 더 많아졌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현재 국회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SSM 규제를 위한 관련 법안 19건이 발의돼 심의되고 있지만 올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국회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여야와 정부 간 의견 차이로 심의가 보류되고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서 갈등과 혼란만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정부는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모습을 보였다. 표밭을 의식해 노조 측 입장에 지나치게 귀기울이다 보니 타협안이 겉으로는 임금 지급을 금지하면서 실제로는 임금 수령이 가능한 구조로 탈색된 것.
친서민 금융제도인 미소금융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볼멘소리도 비즈니스 프렌들리와는 거리가 멀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서민을 위한 사업에 동참하는 원칙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암묵적 강요는 시장 자율과 거리가 멀었다"고 꼬집었다.
법인세 인하를 유보하는 것도 기업 경쟁력 제고와는 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법인세는 국가 간 조세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분"이라며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이 투자지역을 결정할 때도 법인세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법인세 인하 유예는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 "체감할수 있는 규제완화 거의 없어"
= MB정부는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 완화와 거래 활성화, 도심주택공급 확대 등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걸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등으로 도심권의 공급이 일부 이뤄지기는 했지만 재건축 규제가 여전하고 분양가상한제도 폐지되지 않고 있어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완화하고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확대 적용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기존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용적률 역시 기부채납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거의 없어 재건축 추진은 부진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등 규제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 수월성 교육 거꾸로
= 외국어 고교가 사교육비 유발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갑작스럽게 폐지 논란에 휩싸인 것도 MB노믹스의 후퇴라는 지적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국가 인재로 육성한다는 엘리트 교육 취지가 '사교육의 폐해ㆍ우수 인재 독점'이라는 포퓰리즘적 주장에 떠밀려 후순위로 밀리고 말았다.
학교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위해 추진된 국제중, 자율형 학교 등의 학생 선발도 '추첨' 방식을 도입해 자율과 경쟁이라는 MB교육정책을 기본부터 흔들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정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눈치 보지 말고 일관성 있게 지속돼야 하는데, 지금은 수월성과 서민 사이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훈 기자 / 민석기 기자 / 이진명 기자 / 이한나 기자]
시장과 자율을 중시하는 MB노믹스가 초심을 잃은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부동산 규제 완화, 수월성 교육, 감세기조, 연금개혁 등 정권 출범 초기 강조되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책이 거리낌없이 수립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정 지지도 상승에 따른 과도한 자신감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친서민 중도실용'을 전면에 내세운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서 '서민'만 남고 '국민'은 사라졌다.
◆ 멀어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MB노믹스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에서 보듯 오히려 규제가 더 많아졌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현재 국회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SSM 규제를 위한 관련 법안 19건이 발의돼 심의되고 있지만 올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국회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여야와 정부 간 의견 차이로 심의가 보류되고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서 갈등과 혼란만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정부는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모습을 보였다. 표밭을 의식해 노조 측 입장에 지나치게 귀기울이다 보니 타협안이 겉으로는 임금 지급을 금지하면서 실제로는 임금 수령이 가능한 구조로 탈색된 것.
친서민 금융제도인 미소금융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볼멘소리도 비즈니스 프렌들리와는 거리가 멀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서민을 위한 사업에 동참하는 원칙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암묵적 강요는 시장 자율과 거리가 멀었다"고 꼬집었다.
법인세 인하를 유보하는 것도 기업 경쟁력 제고와는 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법인세는 국가 간 조세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분"이라며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이 투자지역을 결정할 때도 법인세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법인세 인하 유예는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 "체감할수 있는 규제완화 거의 없어"
= MB정부는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 완화와 거래 활성화, 도심주택공급 확대 등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걸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등으로 도심권의 공급이 일부 이뤄지기는 했지만 재건축 규제가 여전하고 분양가상한제도 폐지되지 않고 있어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완화하고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확대 적용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기존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용적률 역시 기부채납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거의 없어 재건축 추진은 부진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등 규제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 수월성 교육 거꾸로
= 외국어 고교가 사교육비 유발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갑작스럽게 폐지 논란에 휩싸인 것도 MB노믹스의 후퇴라는 지적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국가 인재로 육성한다는 엘리트 교육 취지가 '사교육의 폐해ㆍ우수 인재 독점'이라는 포퓰리즘적 주장에 떠밀려 후순위로 밀리고 말았다.
학교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위해 추진된 국제중, 자율형 학교 등의 학생 선발도 '추첨' 방식을 도입해 자율과 경쟁이라는 MB교육정책을 기본부터 흔들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정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눈치 보지 말고 일관성 있게 지속돼야 하는데, 지금은 수월성과 서민 사이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훈 기자 / 민석기 기자 / 이진명 기자 /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