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닐라 스카이 designtimesp=23493>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을 모호하게 해서 혼란을 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꿈과 현실의 구분 지었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 데이빗이 식당에서 모든 사람의 말을 멈추게 했던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기술 지원 요원은 데이빗이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신이며, 그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신의 꿈속에서는 자신이 모든 것의 창조주이며,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해서 존재한다. 필자는 꿈속에 창조된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자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문제설정을 했다.
우선 꿈에 대해서 살펴보면 꿈은 프로이드가 말한 대로 ‘무의식’이 만들어 낸 세계이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이 상당한 힘을 가지고 보편적인 것으로 보았는데, 영화 속에서도 심리학자나, L.E.의 상담요원은 ‘무의식’의 힘이 현실이든 꿈이든 보이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은 데이빗이 ‘의식’하지 않는 것들을 구성하는데, 거리에서 또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은 데이빗 자신의 ‘무의식’이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이것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데이빗의 ‘무의식’이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꿈속에서 데이빗이 만들어낸 그가 좋아하는 바닐라색 하늘이나, 감동을 주었던 앨범표지를 똑같이 재현한 것, 아버지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 속의 장면이 꿈속에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그가 웃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를 자신의 연인에게 투영시킨 것은 자신이 꿈속에 창조한 것들이 자신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해 주었다. 자신이 보았거나, 들었거나, 느꼈거나 하는 것들이 꿈속에 나타나는 것이다. 즉 꿈속의 창조물은 모두 경험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꿈은 소수의 인물, 한정된 사물, 그리고 단순한 사건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사물이 꿈속에 존재하고 사건이 복잡해지는 것은 이런 경험의 차이 때문이다. 이렇게 꿈속에 창조된 모든 것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무의식이 재구성하는 것이며, 그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험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꿈속에 존재하는 것들의 존재이유는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존재이유를 살펴보면서 꿈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자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꿈속의 인물들 중 그와 가까이 지내는 인물들은 그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의식이 만들어낸 인물이 의식적인 자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무의식과 의식이 단절되어 서로의 영역이 어떤지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절이 되었다고 하나 무의식이 만들어낸 인물은 무의식의 산물이자 의식적인 자아의 또 다른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근대 주체철학에서는 주체적인 자아는 판단의 중심이자 통일성을 가지고 있지만 프로이드의 무의식 개념이 주체를 해체하고 자아의 개념에서 중심성을 상실시킨다. 더해서 <바닐라 스카이 designtimesp=23509>에서 인물들은 자아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했다. 데이빗의 꿈속에서 심리학자인 맥케이브는 자신의 무의식으로 창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식에 큰 영향을 주며 자신으로 형상화된 자아에게 그 자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꿈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자아를 형성한 것이다. 즉 또 다른 자아를 자신의 외부로 빼냄으로써 자신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는 답을 구하는 역할을 준 것이다. 그의 친구인 브라이언도 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브라이언은 데이빗과 함께한 시간이 많은 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현실과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진 자아이다. 이 자아는 데이빗에게 현실의 친구를 대신하여 자신으로 형상화된 자아에게 안정감을 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신의 외부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소피아는 데이빗의 구원자로써의 자아로 그의 친구 브라이언과 반대로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데이빗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다양한 자아는 꿈속이기에 존재하는 것으로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꿈속에서는 자신에게 질문하는 자아, 자신을 평가하는 자아,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건을 가진 자아 등 자아가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이런 자아는 실재하는 자아가 바라는 모습대로 존재하게 된다. 꿈속에서는 이런 다양한 자아들이 무의식적인 자아가 원하는 모습대로 유지되면서 그가 바라는 대로 행동한다. 즉, 꿈속의 자아들은 각각 기대역할행동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꿈에서 자신의 무의식이 원하는 것, 행복한 것을 바라는 한 자아들은 각각 기대역할행동에 맞게 행동하며 영화 속에서 ‘맑은 꿈’이라고 불리는 행복한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무의식이 죄책감과 두려움 같은 것에 휩싸이게 되면 영화와 같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피아가 불행을 가져다주는 쥴리로 변하면서 꿈은 악몽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자아가 변화하는 것과 더불어 자아들에게 있는 기대역할행동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더 심한 악몽이 된다. 이것은 꿈속에서만 생각했을 때이며, 현실과도 대비되는데 꿈속에서 각각이 기대역할행동을 가진 자아들은 꿈속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기대역할행동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꿈속의 자아들이 가졌던 기대역할행동과 현실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다를 경우 자아는 혼란을 겪고, 갈등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무의식이 만들어낸 자아와 의식적인 자아는 소통하게 된다. 이렇게 무의식이 만들어낸 자아들은 다시 의식적인 자아와 연관되고 또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계속적인 순환이 이루어지고 각각에게 바라는 기대역할행동이 변화한다.
자아는 또한 대면하는 이들에 따라서 각각의 다양한 자아가 표출된다. 데이빗은 소피아를 만났을 때와 쥴리를 만났을 때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현실에서나 꿈속에서나 데이빗은 소피아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의 태도를 보이지만 쥴리에게는 귀찮은듯하고 화를 내는 태도를 보여준다. 즉, 자아는 상대방에 따라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의 변화는 이유 없이 사람에 따른 태도의 변화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감정, 지위, 역할의 변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자아의 변화는 꿈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자아들이 각각에 대응하면서 영향을 미치고, 자아와 합치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자아는 꿈속에서 만들어진 자아들과 자신으로 형상화되는 자아가 서로 영향을 끼치며, 현실에서 또다시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게 된다.
인간이 꿈을 꿀 때 자신의 내부에서 창조된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의식과 경험 때문이며, 꿈속에 인물로 창조된 다양한 자아들이 기대역할행동을 가진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의식적인 자아들은 무의식과 소통해가면서 기대역할행동이 변화한다는 것과 자신의 감정, 지위, 역할에 따라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 designtimesp=23525>를 통해서 꿈과 자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고 공부를 하면서 ‘포스트구조주의’를 접했다. 자아에 관해서 포스트구조주의를 이용해 영화와 관련하여 자아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이 글을 쓰면서 글이 너무 심리학 쪽으로 흐른 것 같다. 글을 영화와 비교해가면서 쓰려고 노력했으며, 한 단계 더 나아가 현실에도 생각한 것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더 다양한 예시를 사용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영화를 보고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랐다. 앞으로도 영화를 보면서 큰 주제와 관련한 생각을 해보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내용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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