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올 휴가는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꿈 깨!

YOROKOBI 2007. 7. 14. 07:23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올해중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이미 휴가철 마일리지 항공권은 동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고, 연말까지 남아 있는 항공편 좌석도 미국행의 경우 1~2자리에 불과하거나 없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다.

해외 출장과 여행이 찾은 회사원 이광호(42)씨는 3년 전 “1500원당 2마일을 적립해준다”는 엘지 트래블카드에 가입해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모았다. 카드를 ‘열심히’ 사용하고 그동안 해외여행 등으로 9만 마일리지를 모은 이씨는 지난 봄부터 올해 미국 엘에이 여름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예약센터에 문의를 해보니 “예약이 꽉 찼다. 대기 명단에 올려놓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좌석 ‘0’ 내년 6월에도 4자리 뿐
항공사, “마일리지 이용 비율 밝힐 수 없어”


이씨는 직접 아시아나항공 웹사이트에 들어가 마일리지 항공권을 조회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날짜의 항공편 좌석이 모두 ‘0’으로 나왔다. 혹시나 해서 내년 2월 항공권을 조회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5월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6월이 되자 비로소 4석이 나왔다. 이씨는 “아무리 조회해도 5석 이상 나오는 경우가 없었다”며 “아시아나가 엘에이처럼 인기가 많은 국제선은 4석으로 예약을 제한하는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나는 한 해 평균 1000만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일까? 마일리지 좌석은 일정량이 정해진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항공사의 한 직원은 “마일리지 좌석은 비행편마다 예약 현황, 수익성 등을 고려해 변동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좌석을 최소한으로 설정해 놓고, 예약현황 등을 고려하여 그때그때 조절한다는 얘기다. 대기명단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항공권 판매가 안 돼 좌석이 남을 경우 대기명단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쪽은 “좌석을 4석으로 제한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의 마재영 차장은 “전체 좌석 수의 5% 안팎이 마일리지 좌석으로 할당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6월에 몇 명이 예약해서 4좌석이 남은 것인지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아시아나의 미국행 항공기에는 보통 280~300명이 탑승한다.

고객에겐 10% 라고 안내, 실제로는 5%?

취재진이 아시아나항공 고객센터(1588-8000)에 “5명 가족여행인데 미주노선 마일리지 좌석 예약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좌석이 없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5명 이상 남아 있는 노선은 없었다. “마일리지 좌석이 얼마나 할당되느냐”고 묻자 상담원은 “약 10% 정도”라고 답했다. 예약을 하는 고객에게는 마일리지 좌석이 10%라고 안내했지만, 홍보팀은 5%라고 인정한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마일리지 좌석을 조회하려면 7만 마일리지 이상이 필요하다. 자신의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비행기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정작 예매 직전에 가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국내선은 표를 구하기가 수월했다. 이에 대해 이광호씨는 “KTX로 인해 국내선 고객을 많이 뺏긴 상황에서 마일리지 소진의 방법으로 국내선은 좌석을 많이 할당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국제선은 제한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일리지 마케팅 덜한 대한항공은 ‘상대적 여유’…9명 이상 예약가능도 다수

하지만 모든 항공사가 이런 것은 아니다. 비행기 운항편수가 많고, 마일리지 마케팅이 아시아나항공보다 덜 공격적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보다 여유가 있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좌석을 조회해본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예약이 꽉 차 있는 2008년 2월1일도 예약이 가능했고, 6월 5일은 9명 이상이 예약할 수 있었다. 올해 안에 5명 이상 마일리지 예약이 가능한 편수도 많았다. 대한항공의 관계자는 “마일리지 좌석 예약은 어느 항공사나 치열하지만, 아시아나가 최근 공격적 마일리지 제휴마케팅을 펼쳐온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의 경우 성수기 때는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성수기 예약은 더욱 힘들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항공사 손해?…제휴사, 항공사에 매해 수천억 지불

카드나 통신회사 포인트 적립으로 얻은 마일리지 항공권은 ‘공짜표’? 아니다. 항공사가 제휴 카드사나 이통사로부터 마일리지 보상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의 마재영 차장도 “항공사의 큰 수익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항공업계에 마일리지 제휴건으로 선지급하는 총 비용은 연간 1000억원이 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사용분은 2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의 ‘빚’인 마일리지 충당금은 대한항공의 경우 2003년 772억6천만원에서 2005년 1452억8천만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172억3천만원에서 2005년 375억4천만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엘지텔레콤 17마일리지 가입자 80만명…마일리지 ‘대란’ 오나?

하지만 마일리지 좌석 예약의 어려움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엘지텔레콤의 ‘17마일리지’ 상품 때문이다. 엘지텔레콤은 통화요금 1000원당 17마일을 적립해주는 이 요금제로 7개월 만에 80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이들의 마일리지가 누적되는 1~2년 뒤에는 적체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가입자만 해도 예약이 어려운 상황에서 80만명의 새 가입자가 마일리지 사용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쪽은 이런 예고된 상황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매년 비행기가 보유 대수가 늘고 있다”란 두루뭉술한 대답뿐이다. 라운지 이용과 초과화물 등에 마일리지를 쓰게 하는 등 이용범위 다양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생각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고객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엘지텔레콤 역시 마일리지를 모아 휴가를 가는 즐거운 상상만을 광고할 뿐, 정작 마일리지 사용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정보는 알리지 않고 있다. 엘지텔레콤의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쪽에서 마일리지 좌석수를 늘려주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