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경우, 토지를 제외한 채 노동과 자본만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이상한 ‘2 요소 모델’(Two Factor Model)이 정착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경우에도, 토지 문제를 인식한 것처럼 기술하다가 종국에는 토지를 무시한 채 노동과 자본 간의 대립이라는 ‘노-자 대립’으로 환원시켜버렸다. 특히 사회주의와의 관계에서, 헨리 조지의 경제 사상은 토지를 제외한 노동생산물의 사유를 적극 옹호하면서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토지와 자본을 모두 공유하면서 계획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헨리 조지의 경제 사상은 당대 영어권 국가의 좌우 경제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면, 헨리 조지의 연설을 들은 쇼(George Bernard Shaw)는 후에 “내가 1883년의 위대한 사회주의 부흥에 휩쓸려 들어갔을 때…나와 함께한 사람들 중의 육분의 오는 헨리 조지에 의해서 개종되었던 것이다”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엔조(R. C. K. Ensor)는 당시 영국 사회주의는 마르크스(Karl Marx)의 잉여가치 이론이 아니라 헨리 조지의 이론 위에 기초하였다고 단언하기까지 하였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헨리 조지의 경제 이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었는데, 한 토론회에서 헨리 조지를 비판했던 경제학 교수인 클라크(John Bates Clark)는 그 토론회가 있은 지 9년 후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유명한 한계생산력 이론을 담은 <부의 분배>(The Distribution of Wealth)를 출간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개발하는 데 헨리 조지 이론의 도움을 받았다고 솔직히 인정하였다.
훗날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그의 명저 <경제분석사>(History of Economic Analysis)에서 헨리 조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헨리 조지는 이 책에 나오는 경제학자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독학을 했지만 경제학 연구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에 있어서는 당시 정식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대부분을 습득한 어엿한 경제학자였다. 그는 정통적인 경제학자였고 방법론도 매우 신중했다. 헨리 조지가 제안한 해결책인 지대조세제는 민간기업 경제의 효율성을 가장 적게 침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대조세제는, 그 조세 수입 규모를 너무 낙관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경제학적으로 일리 있는 주장이다.”
자본은 최초가 아니라 최후의 생산요소
헨리 조지는 토지 문제만을 다루었고 노동 착취와 자본 독점의 문제는 간과하였다는 일각의 주장은 오해다. 헨리 조지는 자본에 대한 노동의 우선성과 중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하였고, 토지 문제를 해결하면 노동 착취와 자본 독점은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헨리 조지에 의하면, 자본가가 일반적으로 토지를 임차하고 노동을 고용하며 따라서 자본가가 생산의 담당자 내지 추진자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에서 살면서 관찰하다 보면, 자본이 주된 생산요소이고 토지는 그 수단이며 노동은 자본의 도구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이 점은 기존 정치경제학 저서의 모든 페이지마다, 논리 전개의 형태와 방식, 사례의 성격, 심지어 용어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명백히 나타나고 있다. 어느 책에서든 자본이 출발점이자 주인공이다. ‘자본이 노동을 고용한다’고 보는 이런 잘못된 관점 때문에, 임금은 자본의 상대적 풍부성에 의존한다고 하는 임금기금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물의 근원과 그 자연스러운 진행을 생각한다면 이 순서는 뒤바뀐 것이다. 자본은 최초가 아니라 최후의 생산요소다. 자본은 노동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의해 고용된다. 노동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반드시 토지가 존재해야 하고 자본이 생산되려면 노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본은 노동의 결과이고 노동의 생산을 돕기 위해 노동에 의해 사용되는 도구다. 노동은 적극적이고 원초적인 힘이며 따라서 노동자는 자본의 사용자가 된다. 노동은 토지가 있어야만 실행될 수 있고 노동에 의해 부로 전환될 물자는 토지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토지는 노동의 선행조건이며 노동의 장소이고 노동에 필요한 원료다. 세 요소의 자연스러운 순서는 토지·노동·자본의 순이 된다.
그리고 자본은 생산의 필수요소가 아니다. 노동은 자본의 도움 없이도 토지에 작용하여 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자본이 존재하기 전의 원초적인 시기에는 부를 그렇게 생산하였다. 자본은 흔히 말하는 응축된 노동으로서, 노동의 한 형태이자 노동이라는 일반적인 용어의 하부 용어라고 하겠다. 생산물이 토지·노동·자본의 대가로 나뉘는 것은, 갑과 을이 첫 동업자이고 나중에 병이 을의 조수가 되어 을과 몫을 나누는 것과 같은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정상적 관계는,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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