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간의 질병에 대해서.......

YOROKOBI 2008. 1. 16. 10:05
간암, 바이러스만 억누를 수 있다면… 1


보유자 6개월마다 검사 필수, 정상인 발병 확률 극히 낮아...

"선생님, 그런데 제 간은 괜찮습니까?"

대학병원 내과계 교수들이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심지어 심장병이나 위장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도 진료가 끝날 때쯤 간의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히 '간 공포증'이라 할 만하다.

2006년 통계청의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 사망자가 간질환 사망자보다 훨씬 많다. 더군다나 간염 백신의 개발로 간암 발병률은 장차 큰 폭으로 감소될 게 확실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뇌나 심장을 제쳐놓고 간 걱정부터 하는 이유는 간암의 사망률이 높은데다, 간암 사망자의 대다수가 가장(家長)인 40~50대 남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0~50대 4~6%가 간암에 걸릴 위험이 있는 간염 환자 또는 바이러스 보유자다. 남성의 간암 발생률은 위암과 폐암에 이어 3위지만,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다. 특히 40~50대 남성은 간암이 사망원인 1위다. 한창 일할 나이의, 중고생 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할 40~50대 남성이 간암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실제보다 더 많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떤 암보다 '사회적 부담'이 큰 암이 바로 간암이다.


간염 바이러스만 다스리면 된다.

간암은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처하기도 비교적 쉽다. 한국인 간암의 주 원인은 B형 간염(70%), C형 간염(10%), 알코올성 간질환(5~10%), 기타 등이다. B·C형 간염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따라서 B·C형 간염이 없고 중독자 수준으로 술을 마시지만 않는다면 간암에 걸리기가 쉽지 않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B형 간염의 주된 전파경로는 '수직감염(분만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신생아에게 감염)'과 '성 접촉'이다. 예전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의 수혈이나 주사기 사용 때문에 감염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으나 요즘은 그런 가능성이 거의 없다. 술잔 돌리기로 인한 전염 가능성도 거의 없다. B형 간염에 수직 감염된 뒤에도 청소년~청년기를 지날 때까지 별 문제가 없다가, 20~30대에 들어서 간염(활동성)으로 나타난다. 이후 20~30년간 서서히 간암으로 가는 경로를 밟는다.

 

■만성 B형 간염, 20년 이내 48% 간경화..

B형 간염에 수직 감염된 신생아가 24시간 이내에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으면 10명 중 9명은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나머지 10%는 '만성 B형 간염 환자 후보군'이 된다. 이중 30~50%는 실제로 '만성 B형 간염환자'가 되고, 나머지는 평생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살게 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두 가지 경로를 따라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나는 간경화를 거치는 것이고, 나머지는 간경화 없이 곧바로 간암으로 가는 것이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간경화로 진행할 가능성은 10년 이내 23%, 20년 이내 48%로 보고돼 있다. 간염 환자 2명 중 1명은 20년이 지나면 간경화가 온다는 뜻이다. 간경화가 온 뒤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5년 13%, 10년 27%, 20년 42%로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높아진다. 만성 B형 간염에서 간경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간암으로 진행할 확률은 10년이 지나면 11%, 20년이 지나면 35%로 보고돼 있다.

한편 특이하게 바이러스 보유 상태에서 간염도 거치지 않고 바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1년에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1000명 중 1명꼴로 간염이나 간경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왜 여자보다 남자가 간암에 잘 걸릴까?

B형 간염 수직감염 비율은 남아 4.3%, 여아 3%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40~50대 간암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의 6배를 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남성의 음주와 흡연 습관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설명한다. 국립암센터 김창민 박사는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술을 마시면 간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B형 간염 환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기름에 불을 붙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간염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한편 C형 간염은 B형 간염보다 보유자 수가 적다. 현재 국민의 약 1%가 C형 간염 보유자로 추정된다. C형 감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염되므로 잘못된 수혈이나 성관계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일단 감염되면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B형 간염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김경식 교수는 "간암은 폐암, 자궁경부암과 더불어 원인이 분명한 암이다. B·C형 간염 보유자나 환자,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등 간암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간암수술 상위 20개 병원 - 각 병원별 전문가 심층인터뷰
2006년 전국에서 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한 병원 20곳과 심층 인터뷰를 한 간암 전문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병원명 가나다 순)

강남성모병원(김동구)/ 강북삼성병원(신준호)/ 경북대병원(탁원영)/ 경상대병원(홍순찬)/ 계명대병원(강구정)/ 국립암센터(김성훈)/ 길병원(신동복)/ 동아대병원(한상영)/ 분당서울대병원(한호성)/ 삼성서울병원(조재원)/ 서울대병원(서경석)/ 서울아산병원(이승규)/ 순천향대병원(최동호)/ 아주대병원(왕희정)/ 세브란스병원(김경식)/ 영남대병원(김홍진)/ 영동세브란스병원(윤동섭)/ 울산대병원(남창우)/ 원자력병원(김상범)/ 전북대병원(조백환)/ 충남대병원(이병석)/ 화순전남대병원(고양석)

 

 

매일 소주를 한 병씩 15년 마시면,

 30%는 알코올성 간염, 20%는 간경화 생긴다.... 2

간염 환자 또는 바이러스 보유자의 음주는 간암에로의 '초대장'과 같다. 그러나 간염 바이러스가 없는 정상인이 술 때문에 간경화나 간암에 걸릴 확률은 생각보다 훨씬 낮다.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과음은 알코올성 지방간을 부르고, 이것이 알코올성 간염을 거쳐 간경화로 진행하게 한다. 개인마다 차이가 크지만 알코올 80g(소주 한 병)을 10~15년 가량 매일 마시면 20~30%는 알코올성 간염, 10~20%는 간경화에 걸린다.

주당들에게 비교적 흔한 지방간을 기준으로 하면, 지방간 판정을 받은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3~5년 간 80g의 술을 마시면 10명 중 2~3명이 알코올성 간염으로 발전하며, 이 상태에서 또 매일 80g씩 5~10년간 술을 더 마시면 10명 중 1~2명이 간경화로 진행된다. 간경화가 일단 생기면 80~90%가 간암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지방간이 생겼거나, 최소한 알코올성 간염이 생겼을 때라도 음주량을 줄이면 간암 발병률은 크게 떨어진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백용환 교수는 "그러나 연초나 연말같은 때 몇일간 연달아 소주 3~4병씩을 마시는 것처럼 단기간에 많은 양의 술을 집중적으로 마시면 '급성 알코올성 간염'이 생길 수 있고, 황달과 복수(腹水)까지 동반되면 사망률이 4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므로 술을 마실 때는 적절한 양을 '휴간일(休肝日)'을 지켜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B형 간염, 10년내 23%가 간경화로… 죽기 살기로 관리하라..... 3


간염 바이러스와 평생 동거하려면, 분만 시 감염됐다면 백신 접종해도 10% 이상 간염 바이러스 보유. 3~6개월에 한번씩 혈액검사 받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도움 안돼

만성 B형 간염은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직감염' 등을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간염 관리를 잘 하면 간암으로 진행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덤으로 건강을 지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단계별 관리 요령을 숙지하고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분만 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면 24시간 내에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면 90%는 정상으로 회복된다. 나머지 10%는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 무반응 상태(immune tolerance)'가 된다. 대개 20대 초반까지는 이 상태가 그대로 이어진다. 바이러스가 간에 들어와도 간 세포가 이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과 바이러스 사이에 일종의 '평화협정'이 맺어진 것과 같다.

하지만 20~30대에 접어들면 간 세포가 바이러스를 '제거(clearance)'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평화협정이 깨지고, '전쟁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간에 염증이 생기거나, 간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바이러스는 남아 있으나 별다른 증상은 없는 상태, 즉 '무증상 감염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활성 또는 안정 상태를 반복한다. '휴전'과 '전쟁'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젊은 대학생이 간암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B형 간염(활동성)은 진행 경로가 무척 복잡하다. 우선 약 20%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다시 비 활동 상태로 되돌아간다. 또 간염 치료제를 복용하면 60~70%를 비 활동성으로 되돌릴 수 있다. 대표적인 B형 간염 치료제는 제픽스, 헵세라, 레보비르, 바라크루드, 페가시스 등이다.

하지만 치료 약은 한계가 있다. 약을 먹고 비 활동성으로 되돌린 60~70%의 환자 중 약 절반은 약을 끊으면 다시 활동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결국 약을 끊어도 비 활동성으로 남아 있는 비율은 약 30% 안팎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자연히 좋아지는 사람(20%)보다 약 10% 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약값 부담뿐 아니라, 약의 내성(耐性) 때문에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B형 간염 환자들은 꼭 필요한 때 적절한 기간 동안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한 관리'는 필수다. 첫째, 3~6개월에 한번씩 병원에서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를 받아야 한다. 1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완전한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술은 간염 바이러스가 간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술 자체만으로도 간암의 원인이 된다. 셋째,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피해야 한다.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 식품이나 민간요법 중에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넷째, 간경화가 나타난 사람들은 날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 여름에 생선회나 생굴 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간이 건강한 사람들은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도 치료를 받으면 낫지만, 간경화가 있는 사람은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염의 발병 또는 악화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한편 C형 간염은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이 B형 간염과 다르다. 급성 C형 간염은 10~45%가 회복되며, 55~90%가 만성 C형 간염으로 이행한다. 이중 5~20%가 20년 이내에 간경화로 진행한다. 간경화 환자 중에서 8%는 5년 안에 간암, 18%는 간 부전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강모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술을 끊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피하면 사회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입사 때 불이익을 주는 등의 사회적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맞아도 항체가 안 생긴다면..... 4

간암, 이것이 궁금하다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도 간염 항체가 생기는 사람도 있고, 거꾸로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리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안 생기는 사람은 더 이상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을까? 이런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간염 또는 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을까? 간염과 간암에 관한 궁금점들을 정리했다.

Q1, "저절로 항체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약 60%는 B형 간염 백신을 맞지 않아도 저절로 항체가 생긴다. 나머지는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80~90% 항체가 생긴다. 결국 100명 중 60명 정도는 저절로 항체가 생기고, 나머지 40명 중 33~35명은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생긴다. 그러나 5~7명은 어떤 방법으로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 한편, 1995년부터 모든 신생아에 대한 B형 간염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Q2, 항체 생성, 어떻게 확인하나?

간염 백신은 당일, 1개월 후, 6개월 후 3회 접종하는 것이 기본이다. 3회 접종을 끝마치고 1개월 후 검사에서 항체가 생성되지 않았으면 다시 같은 간격으로 3회 접종을 2~3차례 반복한다. 이렇게 반복 접종해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약 5~7%의 사람을 '지속적 무 반응자'라고 한다. 이 경우엔 추가 접종을 실시하지 않는다.

Q3,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

지속적 무 반응자는 항체가 있는 보통 사람보다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에 걸릴 위험이 약간 높다. 따라서 B형 간염이 생기지 않도록 바이러스 보유자에 준해서 관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음주 량을 줄여야 하며, 가족 중 간염환자가 있다면 상처를 통한 혈액 감염, 칫솔이나 손톱깎이 사용 등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을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것 정도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Q4, 바이러스 보유자가 미리 치료 받으면....

간염 증상이 없는데 섣불리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를 시작하면 오히려 약에 대한 내성만 키울 수 있다. 다만 언제 간염이나 간경화로 발전할 지 모르기 때문에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6개월~1년에 한 번은 간 기능 검사와 바이러스 활동성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40세 이후에는 초음파 검사로 간암 발병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Q5, 간암 선별검사 언제 받을까?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간암 검진을 받는 경우가 적어 조기 진단되는 간암이 전체의 20%에 못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B·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염 등 만성 간질환 환자와 간경화 환자 등 간암 고위험군은 남성은 30세, 여성은 40세부터 최소 6개월에 1회씩 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 태아단백 측정을 받으라"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는 "만성 B·C형 간염 환자는 6개월에 한번씩 간 기능 검사를 받아 간암 발생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Q6, B형 간염 잘 관리하면 간암 안 걸리나?

간암의 가장 큰 적(敵)인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정기 검진과 관리를 꾸준히 하면 간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헬스조선이 심층인터뷰 한 간암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눠졌다. 전문가 35%(7명)는 '관리를 잘해도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은 50% 이하'라는 다소 비관적인 입장이었다. 반면 80% 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은 20%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은 어렵지만, 정기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간암 발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육식 위주 식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 비만과 당뇨병 등을 줄이거나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4년 투병 후 간이식으로 새 인생…지금, 숨막히게 행복합니다...... 5



각각 간암과 위암을 극복한 김태환·김순자 부부.살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암'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말기 간암 이겨낸 김태환(65)씨

모든 것이 끝장 난 줄 알았다. 아내가 위암으로 죽었고, 그렇게 믿었던 아들마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랬는데 이젠 내가 간암이라니….

아들이 내가 근무하던 부대 앞 계곡에서 추락사 한 뒤, 정년퇴직을 1년 반 앞두고 조기 명예퇴직을 신청해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냥 빈둥대는 게 적적해 친구 건설회사에서 소일 삼아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일이 차츰 늘어났다. 출장횟수도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나오면서 심한 피로감이 몰려 왔다. 그러고 보니 체중도 많이 줄어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간암 말기”라고 했다. 군 재직 당시는 물론이고, 전역 뒤에도 매년 검진을 받았는데 말기 암이라니…. 의사는 “지금껏 받아 왔던 검사로는 작은 간암세포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술 때문인지 간경화가 많이 진행됐다. 수술도 어려우니 당장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옥 같은 치료가 시작됐다. 암 세포와 연결된 혈관을 틀어 막기 위해 ‘색전술’이란 치료를 했는데, 약이 투입되자마자 심한 구토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됐다. 그 고통이 너무 심하기에 간암에 걸린 의사는 절대 받지 않는다는 그 색전술이었다.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색전술로도 암이 깨끗하게 사라지진 않았다. 다시 고주파치료를 했다. 보통의 고주파치료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요 없지만 나는 암이 잘 보이지 않아 가슴을 열어 간을 노출시킨 뒤 고주파 치료를 하고 다시 집어 넣는 고난위도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12시간 이상 지속되자 아내는 수술실 문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실신했다.

우여곡절 끝에 암은 깨끗하게 제거됐지만 이번엔 간경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간 이식이 필요해 아내, 작은아들, 딸을 검사했더니 딸만 간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집도 가지 않은 딸에게 가슴에 길고 흉한 수술 자국까지 주기는 싫었다. 차라리 죽을 요량으로 뇌사자 장기기증 희망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년을 기다렸지만 뇌사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간경화는 점점 심해졌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하고 생각할 무렵 “뇌사자가 생겼으니 30분내로 병원에 오라”는 전화가 왔다.

꽤 긴 수술이었다. 눈을 떴더니 가족들이 둘러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회복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의사들은 색전술과 고주파치료, 그리고 간 이식까지 골고루 받은 환자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또 간암말기에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버텨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내게 간을 주신 분께 너무나 감사 드린다. 몇 주만 더 늦었다면 나는 사망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 몇몇 간이식자들과 함께 장기기증운동에 힘쓰고 있다. 간이식자 협회에서도 간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1주일에 두 번은 궂은일이 많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예쁜 손주들과 아들, 딸들과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의 시련, 내 가족의 긴 시련은 5년 전에 끝이 났다. 터널이 길수록 빛은 밝다고 했던가. 찬란한 태양 아래 숨쉬는 오늘이 숨이 막히도록 행복하다.

 

주치의 코멘트 / 조재원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김태환씨는 99년 간암으로 진단됐다. 간염이 있는 상태에서 주 3~4회 이상 과음을 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진단 뒤 고주파 치료, 색전술 등 여러 치료를 거쳐 암은 깨끗하게 치료됐지만 간경변 때문에 간이식을 받아야 했다. 간 이식 후 5년이 지났지만 재발 또는 전이 없이 건강하다. 간암은 간 절제 수술, 색전술, 고주파열치료, 간이식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김 씨처럼 한가지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고 쉽게 낙담할 필요가 없다.

 

수술보다 암 혈관 막는 '색전술' 많이 시술..... 6
간암 치료, 어떻게 하나?
암 진단은 대개 내과나 영상의학과에서 맡고, 수술은 외과의 몫이다. 이 때문에 암 환자들은 경험 많은 외과 의사가 있는 유명 대학병원으로 몰린다. 하지만 간암은 다르다. 간암 치료에서 차지하는 외과 수술의 비중이 다른 암보다 적다. 간암 환자 치료에는 외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방사선과) 등 다양한 진료 과 의사들이 참여한다.

간암 치료는 크게 수술과 비수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비 수술적 치료법에는 동맥색전술, 고주파 치료법, 알코올 주입법, 항암 치료 등이 있다.

간암 치료의 기본으로 꼽히는 동맥색전술은 대퇴동맥으로 가는 관을 삽입해 간까지 보낸 뒤 항암제를 투여, 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치료법이다. 주로 소화기내과와 영상의학과 의사가 함께 시술한다.

고주파 치료는 암에 전극 침을 넣고 500㎑ 정도의 고주파 열을 발생시켜 암 세포를 태워 버리는 방법이다. 이 치료도 소화기내과와 영상의학과 의사가 주로 맡는다. 간암 조직에 가는 바늘을 삽입하고 이를 통해 99.5%의 순수 에탄올(알코올)을 주사해 암 조직을 파괴하는 알코올 주입법은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외과적 간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간암 환자는 많지 않다. 간 기능이 유지되고 있으며, 암 개수가 적고 크기가 작은 1기와 2기 일부 환자만 수술 대상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80% 정도가 간경화를 동반하고 있어 수술 가능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30%에 불과하다. 수술은 재발률도 비교적 높다. 간암 크기가 2~3㎝ 정도면 수술로 70% 이상 제거할 수 있지만 수술 뒤 5년 안에 절반(50%) 정도가 재발한다.

한편 암이 간 조직을 침범한 부위가 커 수술이나 동맥색전술이 불가능할 때는 항암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한다. 헬스조선이 간암 수술이 많은 20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간암 치료는 여러 진료 과의 협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동맥색전술 등을 위한 장비와 치료 수준이 검증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왜 간경화 환자의 간 수치가 정상일까?...... 7

간 수치, 이렇게 읽으세요.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보면 AST·ALT(예전의 GOT·GPT), 빌리루빈, 감마GT 등 복잡한 수치가 적혀 있다. 모두 간 기능을 표시하는 이 수치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AST, ALT(정상범위:0~40 UI)

간염의 정도를 알려주는 대표적 표지다. AST 및 ALT는 간 세포 안에 들어 있는 효소로, 간 세포가 파괴되거나 손상 받으면 외부로 유출 돼 농도가 높아진다. 만성 간 질환인 경우 천천히 상승하지만 급성인 경우엔 수치도 급격하게 상승한다. 그러나 간경화까지 병이 진행되면 수치가 오히려 정상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수치가 높아지는데 간경화는 이미 세포가 굳어져 더 이상 파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검사를 하지 않고 이 수치 만으로 간질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빌리루빈(정상범위:8~35 UI)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파괴되고 나서 생기는 물질이 빌리루빈이다. 헤모글로빈이 임무(산소 전달 기능)를 마치고 나면 체내에서 저절로 파괴되는데, 그 결과로 생긴 빌리루빈은 간에서 해독된다. 간 기능이 떨어져 빌리루빈이 해독되지 못하면 피부에 침착돼 황달증상이 나타나고 피부도 노랗게 변한다. 급성간염, 간경화, 담석증, 담도 계통 질환을 진단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 감마GT(정상범위:0.2~1.2㎎/㎖)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갑자기 증식하는 효소다. 따라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이 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정상인 중에도 상습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감마GT 수치가 뚜렷하게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금주하면 빠른 시간 내에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간염 환자가 계속 술을 마시는지 절제하고 있는지 알아볼 때 이 수치를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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