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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여러분! 그 검정구두 냉큼 벗으시오.

YOROKOBI 2008. 4. 5. 09:39

남자를 지탱해주는 한켤레, 제대로 신으십니까?

광화문이건, 테헤란로건 그 똑같은 검정구두들 튀긴 '군만두'처럼 깊은 주름이여…

유럽 정통복식의 기본은 갈색 소가죽 구두 이제 끈 있는 갈색 구두에 도전해보시라..

광화문이든 역삼동이든 바삐 지나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옷차림에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공통점이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비슷한 색상, 특히 어두운 계통의 상의에 길이가 매우 긴 바지를 입는다.

이와 더불어 예외 없이 일치하는 것은 모두들 검은색 가죽 구두만 신고 있단 사실이다.

게다가 그 구두는 불광을 내어 몹시 번쩍거리거나, 오래 튀긴 군만두처럼 깊은 주름이 선명하기 십상이다.

구두란 사람의 몸무게뿐만 아니라 그 인생까지 짊어지는 소중한 품목이다.

그런데 좋은 자동차나 집에 대한 호기심에 비하면 구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초라할 만큼 부족하다. 우

리는 구두를 한번 산 다음에는 쉬지 않고 매일 신어서 주름이 가득하게 만들어 버린다.

매우 품질 좋은 구두라도 좀처럼 관리를 하지 않아 구둣굽이 움푹 닳은 경우도 많다.

또 수트에 끈 있는 구두를 신은 정통적인 차림은 잘 보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신고 벗기엔 편한 로퍼(loafer·끈없는 간편한 구두)를 즐겨 신는다. 물론 로퍼는 정통 양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남자들이 수트를 입을 때는 구두, 그것도 끈이 있는 옥스퍼드(oxford·끈 있는 구두의 총칭) 구두를 신는 것이 원칙이다. 비록 서양 문화에 비해서 구두를 벗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남성들의 처지는 이해할 만 하지만, 정장이란 그 정도의 엄격함 없이는 완성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유럽 최고급 호텔의 숙련된 지배인들은 호텔을 찾은 남자의 구두를 보고 그의 품격을 가늠한다고도 했다. 만일 그 지배인 중의 누군가가 서울 거리를 걷는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영국에선 남자가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되면 가장 먼저 클래식 스타일의 좋은 구두를 산다.

그들에게 구두는 그저 걸어다니기 편한 신발이 아니라, 수트를 돋보이게 하고 남자의 전체적인 옷차림을 정리해주는 중요한 소품이다.


구두는 수트와 재킷, 그리고 셔츠와 타이에 이르는 순서를 차근차근 밟으며 정통적인 복식을 습득하는 남자가 오랜 시간을 견디고서야 경험하게 되는 정장의 최종 단계와도 같다. 백 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끈 있는 구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면 다음 문제는 구두의 색상이다.

복식이라는 문화가 핏속에 흐르고 있는 유럽의 남성들과 그들을 동경한 일본 남성들은 클래식 수트에는 항상 브라운 구두만 신었다. 애초에 브라운 구두는 클래식 수트와 함께 신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훌륭한 구두란 질이 좋은 소가죽으로 만들어졌으며, 품질이 좋은 소가죽이라면 본래 갈색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실용성이 강한 미국과 그들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블랙 구두만 신는다.

물론 검정 구두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블랙만을 주로 신다가 갑자기 브라운을 신으면 쑥스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시도해보면 수트를 미학적으로 완성시키는 브라운 구두의 장점을 충분히 느끼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지구상에 블랙이란 오직 한 가지밖에 없지만, 브라운이라는 색깔은 매우 다양한 톤으로 수십 가지가 존재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수트와 재킷에 매치시키다 보면 옷을 입는 감각까지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