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편찬위원회가 29일 박정희, 안익태, 반야월, 최승희 등이 포함된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4,77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친일인사들은 매국, 중추원, 관료, 경찰, 군, 사법, 종교, 문화예술, 언론출판 등 16개 분야에 걸쳐 설정되었으며 편찬위원회는 친일파의 정의로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ㆍ식민통치ㆍ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사람으로 규정지었으며 선정기준으로는 일제에 협력한 자발성과 적극성, 반복성과 중복성 지속성 여부를 고려했고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은 사회적.도덕적 책무와 영향력을 감안해 보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된 친일 명단은 분야별로
매국인사 24명, 수작.습작 138명, 중추원 335명, 일본제국의회 11명, 관료 1천207명, 경찰 880명, 군 387명, 사법 228명, 친일단체 484명, 종교 202명, 문화예술 174명, 교육학술 62명, 언론출판 44명, 경제 55명, 지역유력자 69명, 해외 910명 등 5천207명(중복자 포함)이며 중복인사를 제외하면 4천776명이다.
이번 명단에는 1차 발표에서 거론된 박정희, 방응모, 김활란, 홍난파를 비롯해 윤해영, 이원수, 안익태, 최승희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국내 중앙 인물과 군장교를 중심으로 발표했던 1차 명단과 달리 이번 2차 발표에서는 추가조사에 의해 행적이 보완된 친일 혐의자와 지역유력자, 해외에서 활동한 친일인물들이 대거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총론편 1권, 인명편 3권, 부록 3권 등 총7권으로 구성되며, 이 중 인명편 3권이 8월말 우선 발간된다.
편찬위는 4,776명이란 숫자에 대해 "당시 조선인구 2천만명을 고려할 때 40년동안 완전식민지 지배 아래서 수많은 친일행위자가 등장한 것에 비추어 보자면 극히 일부에 그친 제한적 숫자에 불과하다"며 "반민특위가 7천명을 조사대상자로 삼았고, 프랑스가 10만명 이상을 나치부역자로 처벌한 것에 비교해도 결코 마녀사냥이 아니라 단한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의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친일인명사전의 발간의의에 대해 "친일청산은 잘못된 과거에 대한 심판의 의미보다는 다시는 민족 억압과 차별 없는 사회,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파시즘적 유산을 청산하여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를 위한 민족사 광정의 길"이라며 "더구나 친일한 당사자나 후손들이 오히려 한국사회에 주류를 형성하고 존경을 받고 독립투사들이 숨어 지내야 했던 뒤집힌 역사의 상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즉, 우리사회의 정의와 상식을 바로잡는 길이다. 이러한 우리 내부의 반성이 확고할 때 또한 일본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과거사 청산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 친일’ 드러난 안익태·최승희 포함될듯
2차 ‘친일명단’ 발표 임박 1차 3090명 이어 김창룡 등 1천여명 추가 예정 70%가량 집필완료…청마 유치환 치열한 논쟁중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와 무용가 최승희 등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전망이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최근 분과별 자문위원회와 상임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안익태, 최승희 등 각계 친일인사 700~1000명 가량을 사전에 포함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편찬위는 새로 추가될 인물들을 선별한 뒤 2005년 8월 1차 발표된 3090명과 합친 최종 수록명단을 다음달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친일인명사전 집필 작업은 70% 가량 진행된 상태이며, 1천쪽짜리 3권으로 구성된 사전은 오는 8월 세상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이 1942년 독일에서 열린 만주국 창립 10돌 기념 음악회에서 자신이 작곡한 <만주환상곡>을 지휘하고 있다. 연합
■ 예술인=추가 수록이 확실시되는 인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안익태와 최승희다. 학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가지는 위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지만, 적극적인 친일이 확실하다면 예외로 둘 수 없다는 것이 편찬위 쪽 분위기다.
안익태는 만주국 건국을 기념한 <만주환상곡>을 작곡·지휘하고 만주국과 이탈리아의 국교 수립 기념음악회 지휘를 맡는 등 적극적인 친일 행보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편찬위 관계자는 “안익태의 경우 1942년 독일-이탈리아-일본 삼국동맹이 결성된 뒤의 친일 행적이 뚜렷하며, 파시즘을 찬양한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최승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방헌금을 냈는데, 확인된 헌금은 당시로서 거액인 수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희의 오빠인 최승일도 1차 명단 발표 때 포함된 바 있다.
편찬위에서는 이 밖에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편찬위는 두 사람의 친일 작품은 이미 확인했으며, 만주에서의 정확한 행적을 파악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또 △<반달>의 작곡가 윤극영 △유명 가수·작사가인 반야월(진방남) △<나그네 설움> 등의 작곡가 이재호 △일본 창곡인 나니와부시를 조선에 수입한 최팔근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윤극영은 1940년대 간도에서 친일단체인 협화회 간부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악 분야에서는 친일 음악단체였던 조선음악협회 이사로 활동한 함화진(이왕직 아악부장)이 거론된다.
영화계에서는 자상하고 인자한 어머니 역을 많이 맡았던 배우 복혜숙과 원로 조명인 김성춘 등이 유력하고, <맹진사댁 경사> 등의 시나리오를 쓴 오영진도 검토 대상이다.
» 해방 뒤 북에서 활동한 최승희 춤 모습.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제공
■ 학자·문인=학계에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리와 문교부 장관 등을 지낸 뒤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 활동해 온 사학자 이선근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선근은 40년대 만주국의 배려 아래 수천 가구를 수용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며 협화회 간부로도 활동했다. 또 48년 김구 선생 등 임시정부 계열에서 숙청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던 원로 경제학자 고승제도 추가될 것이 유력하다.
문인 가운데는 △<선구자>의 작사가인 윤해영 △아동문학가 이원수 △한국전쟁 종군 기자로 참여해 휴전협정을 취재했던 여류 소설가 장덕조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탐정 소설로 유명했던 김내성과 <백치 아다다>로 유명한 계용묵, <북간도>의 안수길 등에 대해서는 친일 정도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사전 수록을 두고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은 경남 통영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청마 유치환이다. 편찬위 관계자는 “청마가 지은 시의 친일성과 청마의 친일 행적 자체는 명확하지만, 반복성과 노골성의 정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 군인=2005년 발표된 1차 명단에 213명이 이름을 올린 군 출신은 최종 수록 인원이 두 배 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만주 등 중국에서 새로운 자료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50년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며 백범 김구 선생 암살의 배후로도 지목됐던 김창룡을 들 수 있다. 김창룡은 40년대 일본 관동군 헌병대 오장으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사실이 확인돼, 1차 명단 발표 때도 수록이 유력시됐던 인물이다.
이 밖에도 △60년대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뒤 국회의원을 지낸 임충식
△5·16 쿠데타에 참여한 뒤 군단장을 거쳐 서울시장과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낸 윤태일
△국가재건회의 최고위원과 3군단장, 교통부 장관을 지낸 박춘식
△해병대 부사령관(소장)을 지낸 김용국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모두 해방 전 일본군과 만주국군 장교로 복무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 가운데서도 박춘식과 임충식은 만주 일대 조선인 동포 사회에서 악명이 높았던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경찰에서는 60년 3·15 부정선거에 연루돼 구속된 뒤 사형을 언도받았던 이강학 전 내부무 치안국장(현 경찰청장)이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사실이 확인돼 포함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