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광우병이 이동관 대변인 살렸다

YOROKOBI 2008. 5. 11. 20:37
 

지난달 24일 재산공개 때의 이동관 대변인. [연합뉴스]

   5월 2일.
   #1 통합민주당 "땅 투기와 농업경영계획서 위조, 기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이동관 대
변인을 사문서 위조 및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
   #2 이동관 대변인 "일각에서 광우병 관련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
로 보인다"

   이날 오후 정부는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한 합동 기자
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이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뤄졌다"며 "그런
데도 일부에서 확실한 근거없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이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안타깝
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녁 7시 서울 청계광장에는 시민 1만여명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가
졌습니다.

   다음날 5월 3일.
   아침에 배달된 신문에 광우병 관련 정부 합동기자회견과 촛불집회에 관한 뉴스는 크게 다뤄졌지만
민주당의 이동관 대변인 고발 기사는 구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광우병 관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것이죠. 반면 그 직전
까지 주요 이슈였던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 문제는 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동관 대변인 부인 명의로 산 춘천 농지 등기부등본.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이동관 대변인의 재산 관련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
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된 지난달 24일입니다.
   서울에 사는 이동관 대변인이 부인 명의로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이 이날 오전 처음 드러났습니다.
   이 대변인은 즉시 "2004년 11월 당시 재직하던 언론사(동아일보)에서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받았
다"며 "알선자인 회사 동료 친척과 동료 2명 등 4명이 공동으로 구입했는데 함께 매입한 동료 중 한
명에게 농지경영자격증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토지거래 허가구역 제도가 없어서 외지인
도 살 수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회사 동료 등이 땅을 1년간 경작하다가 동네에 계신 분들에게 위탁영농했다"며 "처분할까 하다
가 그냥 내버려 둔 땅인데 왜 하필이면 거기 땅을 갖고 있느냐'고 비난하면 할 말이 없다"고 밝혔습니
다. 투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언론의 확인 취재로 이 대변인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1996년 제정된 농지법에 따라 논밭을 산 사람은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하고 공동명의로 땅을 구입
한 경우에도 예외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자 이 대변인은 이날밤 "반드시 직접 경작을 해야 한다는 실정법의 구체적 내용을 몰랐다"며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여기서 모든 게 끝났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겠죠.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했던가요.
   29일 밤 국민일보가 '이동관 대변인의 춘천 농지 취득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취재하고도 기사화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국민일보 사건팀 기자들은 28일 춘천에 내려가 취재를 하던 중 "이 대변인이 배우자가 외국에 있다
고 거짓으로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업경영계획서를 대리 제출해 이를 근거로 농지를 취득했다"
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는 다음날 조간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국민일보 노조는 "이 대변인이 편집국 간부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보도되지 않았다"고 그 전말을 공
개했습니다.
   이동관 대변인은 다음날인 30일 "농지 매입 당시 현지 공동매입자에게 위임장 작성 등 모든 일을
위임했다"며 "영농계획서를 구경도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임장에 대해 "공동매입자가 알아서 썼
던 것으로 이번에서야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번 거짓말한 사람의 해명을 믿어줘야 할까요.
   야당에서는 '즉각 사퇴하라"고 나섰죠.
   하지만 청와대 측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2일 이동관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하게 이른 것입니다.




기자들에 둘러싸인 이동관 대변인. [연합뉴스]

   이동관 대변인은 국민일보의 보도 무마 압력 의혹과 관련 "청와대 대변인이 말한 게 외압이라고 하
겠지만, 압력이 아니라 인지상정으로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일보의 편집국장과는 언
론사 입사동기였다며 "속된 말로 동기끼리 좀 봐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유사한 일이 반복돼 문제가 되는 게 송구스럽다는 점에서
 부탁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동관 현 대변인이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었던 2005년 쓴 '임을 위한 행진곡과 대통령 찬가'라는 제
목의 칼럼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특정 집단의 이념과 가치관이 한쪽으로 편향돼 있으면 올곧은 소리는 발붙이기 어렵다. 동질적 사
고를 하는 '집단 최면' 탓에 실체적 진실이 보이지 않거나 아예 외면하기 때문이다. 바로 사회심리학
에서 말하는 '집단사고(groupthink)의 함정'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4.15 총선 직후 청와대에서 열
린우리당 소장 읮원들이 불렀던 운동권 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최근의 '노비어천가(盧飛御天
歌)'는 '코드'라는 한 가지 쇳물로 만든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코드에 모든 것을 맞
추는 참모와 각료들의 행태는 세금 내서 월급 주는 국민 처지에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배임(背任)행
위다"

   요 며칠새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들어간 대변인과 부대변인(기자블로그 '김은혜 부대변인 남편 빌
딩이 말썽' http://blog.joins.com/n127/9533467)의 '화려한 변신'을 연거푸 보고 나니 남아있는 기자
의 마음이 한없이 서글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