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5.18 은 현재진행형

YOROKOBI 2008. 5. 18. 21:26

어제 저녁, 청계 광장 집회에 다녀 왔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열렸기에 특히 뜻깊은 집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여러번의 집회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일반인들 즉, 학생들 이외에도 다양한 나이 대의 사람들의 참석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제 느낌으로는 중.고등 학생들의 참여는 상당히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정부 측에서 급파한 900인의 교감 특수 부대의 효과가 있긴 있었던 듯 합니다.

 

한가지, 집회의 내용이 마치 축제처럼 바뀌어 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적잖이 실망을 했습니다.

집회의 내용과 성격에 분명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든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두환에 의해 저질러진 광주 5.18 학살이 28년이 지난 현재, 또 다른 형태로 이 땅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섬뜩한 생각을 말입니다. 80년 광주의 학살과 2008년 한국의 미국 소고기 사태는 얼핏 별로 상관이 없늣 듯 보이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실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저는 80년 당시 초등학생이었고, 전두환 군사 독재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지나와서 80년 대에 대학생, 어른들이었던 분들이 겪으셨을 그 수많은 탄압을 거의 모르고 지냈습니다. 다니던 학교 바로 주변에 대학들이 많아 최루탄 연기의 매콤시끈함은 상당히 많이 경험했지만, 철이 없던 제게 대학생들이 왜 그토록 격렬한 시위들을 벌이는지 알 도리가 없었죠. 지금처럼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를 통해서 여론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구요. 아무튼, 80년대의 그 격렬했던 민주화 운동도 제게는 딴세상의 이야기었던 거죠.

군사 독재 시절, 분명히 이 땅 위에서 살았슴에도 나이가 어렸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평화로운(?) 딴 세상에 산 행운을 누린듯 합니다.

 

수 많은 분들의 희생 덕분에, 제가 재수후 대학에 진학을 한 시점에 군사 독재 시대는 막을 내렸고, 비록 완전하진 않았지만, 당시 소위 문민정부라는 이름의 민간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학내에서 최루탄 냄새의 데모는 구경도 할 수 없었죠.

80년 광주의 참상과 민주화 과정 등에 관해서 어렴풋이 알게 된 건 그보다도 좀 더 이후에 몇몇 언론 매체를 통해 나오는 다큐라던가 기획 기사 등을 통해서였습니다.

80년 광주의 실상과 군사 독재의 폭압의 실체를 처음 인지했을 때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자국민을 자국의 군대가 잔인하게 학살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후, 제 몸으로 체험하진 못했지만,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며 목숨을 걸었던 분들께 대한 존경심과 감사한 마음을, 그 희생의 비록 백만분의 1도 안 되겠지만, 품게 되었죠.

 

그럼, 제 이야기는 이만 하고 아까 말씀드린 내용을 적어 보겠습니다.

물론 80년 5.18 학살을 어떻게 지금의 소고기 사태와 비교할 수 있느냐고 터무니 없는 논리라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똑같진 않아도 분명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하나 하나 비교해 보겠습니다.

 

첫째, 국가 기관에 의한 국민 생명에 대한 위협
5.18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명백한 국가 기관에 의한 국민 생명의 침탈이었습니다.

물론 군의 정식 지휘 계통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신군부라는 비정상적인 국가 기관(?)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국방을 위해 법적으로 물리적인 폭력이 허락된 집단인 군대에 의해 자국의 민간인들이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든 끔찍한 폭력으로 학살되는 일이 저질러진 겁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수 없는 죄악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죄악의 원흉은 지금도 29만원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뻔뻔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럼, 2008년의 이명박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소고기 사태는 어떨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무엇입니까?

네. 생명에 대한 위협입니다. 그리고 그 위협은 다름아닌 바로 대한민국의 행정부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국가 기관에 의한 국민 생명에 대한 명백한 위협입니다.

미국의 소고기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4월부터 지금까지 인터넷 매체와 양심적인 언론에 의해 전달된 무수한 정보와 증언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진실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구차한 변명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과 수차례의 거짓말, 불성실한 자세로 인해 설득력 제로라는 것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80년 5.18 학살과 지금의 소고기 사태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범위와 방법과 시간'입니다.

5.18이 광주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군대의 총칼에 의한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으로 저질러진 살인행위였다면,

미국 소고기 협상에 의한 살인 행위는 대한민국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간 광우병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미국 소고기란 먹거리에 의해, 눈에 보이지 않는 프리온이란 물질에 의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10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단지 총칼에 의한 적접적인 폭력이 아닐 뿐, 일단 걸리면 100퍼센트 생명을 빼앗기는 소리없는 폭력이며 명백한 살인행위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그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그 살인행위의 대상이 된다는 것과 병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참혹함에서 더욱 무섭습니다. 확률론의 맹점과 얼치기 과학을 들먹이며 사실을 부정을 하는 이들 자신에게조차 예외는 아닙니다.


둘째, 언론에 의한 진실과 여론의 왜곡

5.18이나 소고기 사태에서나 정부의 거짓말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었지만, 또 다른 거짓말쟁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진실을 감추고 거짓을 보도하는 언론입니다.

80년 5.18 학살이 자행되던 당시, 광주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그 참상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군부가 철처히 통제를 했기 때문이긴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독일인 기자에 의한 취재가 외부 세계로 세어나가 외국에서는 상당한 정보가 전해졌었습니다.

그리고, 알려졌다시피, 이미 국내 언론사들도 당시 광주의 실상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신군부의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언론 통제에 의해 전혀 엉뚱한 왜곡 보도가 전해졌을 뿐입니다.

사실, 군사 쿠데타에 의한 군사 독재 상태에서 국내 언론사가 목숨을 걸고 진실 보도를 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당시 조중동을 위시한 모든 국내 언론, 방송사들은 광주 시민들을 간첩에 의해 선동된 폭도로 매도했습니다.

KBS와 MBC 등의 방송사들과 일부 양심적인 언론사들은 이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의 자세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후 28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그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광우병 소고기 문제를 둘러싼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이미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어서 이 또한 자세한 예시와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80년 5.18 보도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첫째,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과, 온갖 왜곡 기사를 뿌려대는 찌라시로 나뉘어졌다는 점입니다..

전자는 경향신문, 한겨레, MBC, YTN 등, 후자는 대표적인 조중동과 일부 방송사가 되겠습니다.


둘째, 군사 독재 시절에는 강압적인 물리적 통제에 의해 진실이 삭제, 왜곡되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조중동을 위시한, 현정권과 야합 또는 일체화를 한 찌라시들이 자발적으로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지난 참여정부 당시 자신들이 직접 게재했던 광우병 소고기 관련 기사나 논설 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기사와 논조를 너무나 뻔뻔하게 실고 있다는 것입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내용이나 미국 쇠고기업계의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단지 정권이 바뀌었다는 상황만으로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는, 언론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짓을 태연히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80년 당시에 없었던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지금은 존재한다는 점. 언론과 방송 외에는 여론과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던 그 시설에 비해, 지금은 국가 기관에 의해서도 결코 완벽히 통제될 수 없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정보 매체인 인터넷이 있기에 마음만 먹고 정보를 찾는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 취득하는 정보가 항상 정확하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왜곡 보도를 밥먹듯이 하는 찌라시들이 제공하는 쓰레기 정보에 비하면 훨씬 더 믿을 수 있는 매체로 인정받아 가고 있습니다.


단 한가지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그 때나 지금이나 조중동을 위시한 찌라시들은 정부의 위협 행위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학생들과 평범한 시민들을 좌파 또는 북괴에 의해 사주를 받고 반정부 행위를 하는 이들로 매도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우리들은 단지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인데 말입니다.

 

여기까지 제가 느끼고 생각한 내용을 끄적여 봤습니다.

저는 80년 광주의 참상으로부터 28년이 지난 21세기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또 다시, 다른 방법과 형태로 민주주의가 짖밟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비록, 80년의 그때와 달리 우리 스스로 지금의 상황을 자처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이 상황을 우리의 힘으로 이겨내고, 자신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한다면,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온 민주주의의 초석을 만들어 주신 5.18의 영령들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그런 거창하고 낯 간지러운 말은 필요 없습니다.

그분들이 당신 스스로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몸을 바쳤듯이, 우리도 우리 스스로의 생명과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울 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질러 놓은 일을 우리 손으로 다시 회복시키려는 것뿐입니다.

덧. 오늘 이명박이 광주 5.18 묘역에서 한 연설의 내용을 보셨다시피, 2008년의 5.18 민주화 운동은 더욱 더 확실한 현재진행형 상태가 되었습니다. (시위를 예상하고 물대포 준비해 놓았다는 기사 보셨습니까? )

각오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 이명박 대통령직 사임촉구 및 국민소환제 입법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사이트 주소 >

http://www.gobada.co.kr/2mb_sig/sig.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