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감리교는 '개독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YOROKOBI 2008. 10. 31. 16:39
 

개회 전부터 단상 위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감리교 총회 모습 

 

기독교가 개독교가 됐다는 비아냥 소리를 들으며 모태신앙인 나는 이를 굳이 반박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싸지만 앞으로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해내면  나중에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거야' - 순진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역사와 민족앞에 자신을 던진 목사님들이 많았기에 언젠가는 교회가 그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30일 감리교 총회 현장을 취재하면서 당분간은 개독교 소리가 없어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리교 총회 현장은 왜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를 단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법과 원칙은 상실됐고 무력과 억지만이 판을 치는 곳에서 권력을 향한 오만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정능력을 상실한 교회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성직자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본적인 상식조차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법과 원칙은 없고 무력과 억지만이 판치던 감리교 총회

기독교에 여러 교단이 있고 감리교는 장로교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가는 교단이다. 어느 교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교단 대표를 향한 목회자들의 욕심은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 욕심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일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사실 이번 감리교 문제는 감리교 대표인 '감독회장'직을 향한 욕심이 근본 원인이다. 욕심이 앞서다 보니 법과 원칙 상식이 무시되면서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4명의 후보자가 감독회장이 되고자 나섰고, 유력했던 1명의 후보자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나머지 세명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감리교단의 대표자가 되려면 사회법이나 교회법에 비춰볼 때 전혀 흠이 없어야 하는데, 사회법에 처벌을 받은 사람이 후보로 나섰다는 것. 쉽게 말해 작은 전과라도 있어서는 안될 만큼 도덕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흠결있는 사람이 후보가 됐다는 것이다 .

그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은 대형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국도 목사였다. 그는 이전에 '명예훼손 혐의'로 법원으로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이를 납부한 적이 있다.

자신의 감독회장임을 주장하고 있는 김국도 목사

 

대표자의 자격 요건으로 무흠을 규정한 감리교의 이런 규칙은 그들의 헌법과 같은 '장정'에 명문화된 조항이다. 감리교단 스스로가 세운 그들의 원칙인 것이다. 그런데, 선거 관리를 책임진 선관위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나머지 후보자들이 사회법에 호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김국도 목사의 후보자 자격이 없다'고 판결한다.

법원이 판단이 내려지자 감리교 대표인 신경하 감독회장은 원칙을 무시한 선관위원장을 해임하고 이미 치러진 선거에서 차점자인 고수철 목사의 당선을 선언한다. 원인과 결과에 맞는 상식적인 처분을 내린 것이다.

상식은 없고 물리력 행사만 존재

그런데 김국도 목사는 이를 불복했다. 김국도 목사 측은 4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기에 자신이 대표라고 주장한다. (김국도 목사 2554표를 얻었고 차점자인 고수철 목사는 1244표를 얻었다.) 또한 교회법을 무시하고 사회법에 호소한 태도는 문제가 많은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신경하 감독회장과 세 후보가 합작해 자신을 밀어내려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무흠을 규정한 자격 요건도 김국도 목사를 반대하기 위해 미리 부터 형식적인 내용을 구체화 시켜 놓은 술수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감리교 장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법원의 판단은 김국도 목사가 감독회장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국도 목사 지지 측은 총회를 앞두고는 위조된 직인이 날인된 문서를 발송했는가 하면 총회가 열리던 30일에는 사람까지 동원해 총회 의장인 신경하 감독회장의 회의장 출입 자체를 봉쇄했다.

결국 의장이지만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한 신경하 감독회장은 바깥에서 '총회 연기와 고수복 목사의 감독회장 당선을 선언하는 것'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법도 원칙도 상식도 존중하지 않는 김국도 목사 측의 무력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정 그렇게 감독회장을 하고 싶으면 법원의 전과 기록을 없애버리던가 아니면 감리교 자체의 헌법을 바꿔서 '흠이 없어야 한다는 자격 조항'을 바꾸거나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런 노력보다  물리력만을 앞세운 태도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 해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오직 지지하는 사람들 수가 많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교단이 정해 놓은 규정과 원칙을 짓밟는 모습을 보며 교회의 앞날이 암울해 보였다.

더욱이 '좌익 빨갱이' 운운하는 색깔론이 판치는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김국도 목사는 설교를 통해 이런 말 한 적이 있음을 의식한 듯 "색깔론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고 복음주의적 모습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의 대립이라는 이야기는 공공연히 나오는 분위기였다.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밖에서 총회 연기를 공표하고 있는 신경하 감독회장 

 

감리교내 주도권 다툼 VS 권력욕 눈먼 오만


총회를 보는 목회자들의 분위기는 각기 달랐다. 총회장 밖에서 심각한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두분의 목사님에게 다가가 의견을 물었다.

-(김국도 목사가 총회장을 장악한)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만족스러울 수 있겠습니까. 걱정되지요.

-법원 판결도 내려진 입장에서 문제 있다는 생각은 안 하세요?
문제가 당연히 있지요. 김국도 반대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고...

-김국도 목사를 지지하는 숫자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감리교 전체도 그런 분위기인지?
목사님들 보다는 장로님들이 더 지지하는 편이지만 지지하는 숫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같은 행동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목회자는 이를 감리교내 학교간 대립으로 보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즉 주도권 다툼이라는 것이다.

"감리교 목회자를 배출하는 곳이 감신대와 목원대 협성대 등 세 곳이다. 역사는 감신대가 100년이 넘었고 목원대와 협성대가 그 뒤다. 그런데 이번 감독선거에서 11명 중 한명만이 감신대가 됐을 뿐 나머지 10명은 목원대와 협성대 출신들이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감독회장 만큼은 감신대 쪽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감리교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감신대 출신 신경하 감독회장과 나머지 세후보가 목원대 출신 김국도 목사를 견제하려던 데서 발생한 문제다."

지방에서 시무 중인 젊은 목회자는 이 견해와는 또 달랐다. 협성대 출신인 그는 전화 통화에서 "김국도 목사는 물권과 술수가 능한 사람으로 교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라고 비난하고, 만일 김국도 목사가 감독회장이 된다면 교단 탈퇴도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직 교회 권력에만 눈 먼 오만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국도 목사의 형 김홍도 목사가 있는 금란교회에서 2대의 버스가 왔다


김국도 목사를 반대하는 측들은 '김목사가 감독회장을 빌미로 형들(김선도. 김홍도 목사)과 마찬가지로 교회를 세습하려한다'며 '김씨 왕조집단'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국도 목사는 최근 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회장이 될 시 교회 담임을 사임해야 하는 감리교 규정상 후임자를 생각하고 있냐는 물음에 "장로들이 우리 아들을 좋아한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사실상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밝힌 셈이다.

형들인 김선도 목사와 김홍도 목사가 시무하는 광림교회와 금란교회는 이미 아들들이 세습한 상태로, 이 때문에 상당한 비난을 듣기도 했다.

개독교 모습 보인 목사들 회개해야

한편 이번 감리교의 갈등은 앞으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승리를 자신한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현재 상황에서는 김국도 목사 측이 다소 불리한 상태다. 후보 자격은 무효라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내려져 있어 법적으로는 그가 감리교 대표의 권한을 행사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가 사회법 앞에서도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상황에 따라 교단이 두개로 나눠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감리교가 이번 총회를 통해 개독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목회자들이 교회 권력을 두고 벌이는 혼탁한 모습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할 사안이지 싶다. 기독교 식으로 말하면 '회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교회 권력을 놓고 추한 모습을 보이는 행태에 저들을 과연 목사라 불러야 될 것인지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빈자리가 많은 총회장. 김국도 목사 측은 대의원 84%가 착석해 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