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라는 말을 들으면 기가 죽고, 나와 내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주부들이다. 하지만 내조,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안에서 돕는 것,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남편을 돕는 것이 내조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부터, 사소한 데서부터 마음을 써 주는 것이 남편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내조가 아닐까?
남편이 생각하는 내조
보통 남자들은 집에 돌아와 회사 얘기하는 것 싫어해요. 마치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왠지 체면을 깎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럴 때면 말을 안 해도 아내가 알아서 이해를 좀 해줬으면 해요. 그런 작은 행동들이 내조의 첫걸음 아닐까 해요. (33세, 회사원)
잘났든 못났든 한 집안에서는 가장이고 남편이잖아요. 무시하는 듯 한 태도나 말은 삼갔으면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커가면서 왠지 가족들로부터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가 나서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조율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제가 바라는 내조랍니다. 한병준(42세, 자영업)
시댁 험담은 가능한 한 삼가는 게 최고 같아요. 사소한 시댁과의 마찰이 있을 때마다 조르륵 달려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투정부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쌓이니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시댁과의 불화를 일으키지 않는 게 결국 남편을 돕는 길이에요. (37, 회사원)
아내는 스킨십이나 표현을 아끼지 않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선물을 사다 줘도, 꽃을 사다 줘도 별 반응 없을 때면 참 무안하더라고요. 남편에게는 아내의 진실된 “고맙다. 행복하다”란 말 한마디가 그 누구의 위로보다 큰 힘이 됩니다. (34, 교사)
남편이 사회 생활을 할 때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조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챙겨서 밖에 나간 남편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조 아닐까요? 일단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최우선일 것 같습니다. (36세, 회사원)
아침에 아내 잔소리를 듣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짜증이 납니다. 아내가 집안일이며 아이들 교육까지 완벽하게 책임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 너무 남편의 일을 세세하게 간섭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같은 잔소리를 여러 번 하지 않는 것이 제가 바라는 가장 절실한 내조입니다. (34세, 회사원)
옛날이야 아내가 집안일을 모두 하면서 남편 뒷바라지까지 잘하는 것을 최고의 내조라 여겼지만 요새 젊은 사람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요. 아내에게만 희생하라고 하면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서로서로 도와 주는 것을 내조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55세, 교사)
남편이 생각하고 있는 일들, 계획하는 바가 있을 때 함께 고민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내조가 아닐까요. 나보다 더 그 문제에 대해 잘 알아 준다면 그것만한 내조가 없겠지요. 내 아내는 내 편이라는 든든한 생각이 들겁니다. (34세, 아트 디렉터)
집안일에 신경 안 쓰게 해주는 것이 내조 아닐까요? 특히 시댁과 처가 등의 경조사에 내가 굳이 알아서 챙기지 않아도 아내가 다 알아서 할 때. 장가 한번 정말 잘 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시댁과 처가에 센스 있게 잘하는 것이 아내의 내조라고 생각합니다. (33세, 회사원)
저는 내조를 좀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아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죠. 밥 한끼 안해 주고 청소 조금 안하면 어떻습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며 발전하는 아내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함께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죠. (37세, 자영업)
아내가 생각하는 내조
시부모님께 한 달에 20만원씩 용돈을 드려 왔는데 적지만 제게 고정 수입이 생겨서 지난달부터 남편 몰래 5만원을 올려 드렸어요. 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급기야 동네 어른들에게는 남편까지 효자로 칭찬 받아요. 시부모님께 잘 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내조랍니다. (30세, 주부)
기력에 좋다는 보양 요리나 건강 보조 식품 중에 뭐가 효과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즉시 준비해 놓았다가 남편 있을 때 시어머니께 내놓곤 해요. 노력은 제가 하지만 생색은 남편도 함께 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것 같아요. (29세, 주부)
제가 생각하는 내조는 남편의 기를 살려 주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말수가 적은 남편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에 들어오면 통 말이 없어요. 처음에는 좀 서운했지만 요즘은 피곤하겠지,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고 물어보는 걸 자제하고 있어요. (35세, 주부)
아침마다 남편에게 한마디씩 꼭 해요. CF의 한 장면처럼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전 당신 믿어요. 오늘도 잘하고 오세요”라는 등 남편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죠. 이것도 내조 아닐까요. (28세, 주부)
닥치면 하게 되겠지만 솔직히 내조는 그리 호감이 가는 단어가 아니에요. 남자랑 여자가 똑같이 일하는 부부가 많은데 내조라고 하면 아내만 헌신하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앞으로는 여자는 집안에서 챙긴다는 식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28세, 대학원생)
남편 건강 챙기고, 아이들 뒷바라지 잘하는 것이 내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고루한 생각인가요? 하지만 집 안에서 바깥에서 부부가 각각 맡은 바 일을 잘하는 것이 화목한 가정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지요. (51세,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