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바로알기

'노건평씨 골프채 보도' 둘러싼 논란의 진실

YOROKOBI 2009. 6. 10. 06:35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자 ‘봉하마을 아방궁’ 제하의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를 공격했다. 박모 논설위원이 쓴 이 칼럼은 2년 전 주간조선 기사와 영남매일 기사를 차례로 인용한 뒤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건 죄악이요 범죄행위 아니냐, 장마철 벼락이 두렵지 않느냐’고 했다. 이 칼럼이 거론한 ‘주간조선 기사’란 ‘노건평씨 골프연습장’ 관련 박스기사다. 논란이 그치지 않음에 따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사건의 전말을 기사화할 것을 주문했고, 조선일보 노보에 해당 기사를 실었다. 조선닷컴은 특정 좌파 미디어 매체가 악의적으로 쓴 내용이 잘못 확산될 것을 우려, 해당기자의 사건 전말기를 전재한다. / 편집자

주간조선은 2007년 9월 17일자(1972호)에 ‘노무현 타운, 6배 커졌다’란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 사저가 당시 정부가 발표한 것과 달리 6배나 큰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으로, 조선일보도 관련 기사를 2면에 실었다. 당시 주간조선 기사엔 부속 박스가 있었다. 그것이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노건평씨 골프연습장’ 기사다.
노무현 대통령 사저가 들어서고 있는 봉하마을 일대. 대통령 취임 무렵부터 최근까지 사저를 제외하고도 총 14개 필지 3만1000㎡ 가량을 추가 매입했다. 사진에 나오진 않았지만 아래쪽엔 노건평씨 부인 소유의 땅<그림 ④~⑧> 5개 필지도 있다. /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노 전 대통령 사저가 당초 발표보다 6배 이상 커졌다는 것은 그 동안 숱한 보도로 인해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데 ‘노건평씨 골프연습장’ 박스 기사는 그 이후에도 일부 편향된 언론을 중심으로 조선일보를 폄훼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 기사엔 ‘노건평씨가 인공 호수를 조성한 뒤, 호수 아래·위에 잔디밭과 골프연습장을 갖춰놓고, 물에 뜨는 특수한 공을 사용해 골프를 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노씨는 당시 잔디밭~인공호수~연습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설(지금은 완공)하고 있었다. 도로 현장과 호수는 등기부상 노씨가 아닌 ‘제3자’ 소유로 돼 있었다. 그러니까 노씨는 법적으로 ‘남의 땅’에 무단으로 길을 뚫고, 물을 대서 호수를 만든 것이다. 이 사실은 노건평씨 스스로가 밝힌 내용이다. 취재진은 김해시청을 찾아가 해당 서류를 확인했다. 김해시청은 “노씨의 골프연습장과 도로 등 시설물은 모두 허가 받지 않은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 연락해 시정 조치하겠다”고 했다. 기사엔 이 코멘트도 물론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씨의 골프채가 장난감이었다”며 “잔디를 팔아 궁핍하게 생활하고 있는 노건평씨를 조선일보가 악의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한발 더 나아가 “알고 봤더니 장난감 골프채도 아닌 낫이었다”면서 “낫 들고 잔디 깎으러 가는 노인에 대해 호화 골프를 친다고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취재기자에게 “너도 기자냐”는 내용의 항의 메일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취재 기자의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그 새끼가 이렇게 생겼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왜 이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골프채를 들고 가는 노건평씨 사진은 손잡이 윗부분이 사라지면서 낫으로 둔갑해,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실렸다.

시사저널, 시사영남매일, 데일리서프라이즈가 확산

발단은 시사저널이었다. 2008년 2월 5일자(1월 28일 발행) 시사저널은 노건평씨 집에서 그와 인터뷰를 갖고 '물 새는 집에서 잔디 팔아 생계'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은 “노건평씨는 물이 새는 집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고, 돈을 벌기 위해 잔디를 키워 팔았는데 그것이 골프연습장으로 둔갑해 보도됐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기사의) 사진에 나타난 골프채와 (시사저널) 취재진 앞에 놓인 장난감 골프채는 같은 것”이라 단정한 뒤 “김해시청에선 그 기사에 나온 골프연습장은 없었고, 그래서 시정 조치를 내릴 필요가 없었다고 확인해 주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현장을 가보지 않은 채, 노건평씨 이야기만 듣고 그대로 옮긴 ‘앵무새 기사’다. 주간조선은 김해시청이 없다고 확인해줬다는 골프연습장에서 노씨가 여전히 골프연습을 하고 있음을 직접 재확인, 한달 뒤인 2008년 3월 10일자로 관련 내용을 후속 보도했다. 당시 현장에 파견됐던 취재기자는 “노씨가 추진했던 도로는 이미 완공됐고, 호수 건너편에 또 하나의 도로를 새로 내고 있었으며, 그 도로 부지 역시 노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땅”이란 사실을 추가로 파악해냈다.

노씨가 잔디를 팔며 가난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은 훗날 수사로 밝혀진 사실이다. 문제는 시사저널 기사를 ‘시사영남매일’이란 김해 지역 인터넷 매체가 받으면서 더욱 확산됐다. 이 매체는 2008년 2월 17일자 ‘봉하마을의 진실’이란 기사에서 “손자의 놀이용 플라스틱 골프채가 고가의 수입골프채로 둔갑되고 거기에 딸린 한 개에 460원 하는 골프공이 1만2000원짜리로 변신하는가 하면, 노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농가수입을 위해 가꾸어 잔디 시설 보수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배추밭 딸린 100평 남짓한 잔디 기르는 밭이 개인용 골프장으로 확대, 왜곡되어 보도됐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주간조선 기사엔 노건평씨 골프채가 고가의 수입골프채란 내용도, 골프공이 1만2000원짜리라는 것도, 배추밭 딸린 100평 남짓한 잔디 기르는 밭이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매체는 없는 내용을 있는 내용으로 지레 짐작해 흥분한 셈이 된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의도’를 갖고 기사를 쓴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까지는 웃어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대표적 친노 매체인 ‘데일리 서프라이즈’가 끼어들었다. 이 매체는 2008년 2월 22일 칼럼에서 “주간조선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악랄한 선동 삐라가 되었다”며 “참으로 억울하다”고 보도했다.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웃기는 일이 발생했다. 이 매체의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주간조선에 실린) 노건평씨 골프채가, 장난감이 아니라 (풀 베는) 낫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확인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마디로 황당한 요구였다. 사진부의 도움을 얻어 다음 ‘아고라’와 데일리 서프라이즈 토론방에 올라있던 ‘낫’이란 사진을 살펴봤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노건평씨 골프채의 손잡이 부분을 포토샵으로 지웠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매체는 이 왜곡 사진을 버젓이 실었다. 그리고 우리 사진기자가 찍은 노씨 골프연습장 사진을 무단 사용한 뒤,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골프장 이미지’라고 거짓 크레딧을 달아놓았다.

데일리 서프라이즈 기자에게 연락했다. “저작권법을 위반했으므로 사진 크레딧을 정정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서프라이즈 측에선 “확인을 해주면 정정보도를 내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비쳤다. 사진 원본을 보내준 뒤 “정정기사를 내라”고 최종 통보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얼마 뒤였다. 이 매체는 “확인 결과 6번 아이언이 맞다”며 “정정기사를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튿날 해당 사이트에 실린 정정기사가 좀 뜨악했다. ‘적어도 낫은 아니다’가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노씨의 골프채가 6번 아이언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낫은 아니고 골프채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실 확인을 위해 노건평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더 이상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며 (노씨가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한 뒤 “그 동안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에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져왔다”는 내용을 덧붙인 ‘정정’ 아닌 정정기사였다. 그나마 두어 시간 뒤, 메인 화면에서 내려가고 말았다.

다음날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언론사간 소송은 실익이 없다”며 법적 대응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다른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낼까’ 생각도 했지만, 이후 ‘노건평 골프채’ 논쟁이 주춤해져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노 대통령 사저 인근에 있는 노건평씨 부인 소유의 부지(5481㎡·1657평·점선 안). 노건평씨는 이곳에서 골프연습을 자주한다. /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골프연습장, 호수, 도로 조성” 노건평씨가 스스로 밝혀

2008년 12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되면서 ‘박연차 게이트’가 터졌다. 노건평씨를 포함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골프채 논란’은 잊혀져 갔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이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직후였다.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직후, 소수이긴 하지만 ‘기사 똑바로 쓰시오’ ‘야 이 씨발놈아’ 등의 제목을 단 이 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메일을 보낸 독자에게 정중하고 소상하게 일일이 답장을 보냈다. 대부분은 보낸 답장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부는 “흥분해서 미안하다” “이제 사실을 알게 됐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왔다. 하지만 ‘골프채 논쟁’은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미디어오늘’이 끼어든 것이다. 이 매체는 지난 2일자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를 공격하면서 주간조선 기사를 소재로 이용했다. 이 컬럼에 나온 내용들은 언론의 기본인 팩트 확인작업조차 거치지 않은 것들이다. 시사영남매일은 현장에 대해 ‘100평 남짓한 잔디 기르는 밭’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건평씨가 골프를 치는 잔디밭은 5필지 1656평으로 돼 있다. 그것도 등기부 등본상 노건평씨 부인 명의로 확인된 것만 그렇다. 의심이 가는 필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따라서 시사영남매일 기자가 현장에 갔다 왔다는 컬럼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기자는 우리 취재진이 본 곳이 아닌 엉뚱한 곳을 다녀왔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노건평씨 자택 인근엔 텃밭으로 보이는 100여평의 공간이 있다. 하지만 그곳은 노건평씨가 골프를 치는 곳이 아니다.

컬럼을 쓴 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은 "현장에 갔다 오진 않았다"면서 “언론 비평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까지 실었으니 주간조선 보도가 맞겠죠"라고 한 뒤 "칼럼은 왜 이렇게 상이한 두 기사가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조만간 봉하마을 현장을 방문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현장을 다녀올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노씨 잔디밭 뒤편엔 인공 단장한 호수가 있다. 그 호수를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골프연습장이 나온다. 주민들 간에 ‘노건평씨 골프장’으로 통하는 곳이다. 연습장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다.

노건평씨는 자신이 이 인공호수를 직접 조성했다고 말했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주변을 파고, 커다란 돌을 운반해 경관을 꾸몄으며, 수 차례 공사를 거듭해 지금처럼 확장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장에서 만난 노건평씨가 직접 한 말이다. 그가 사용한 골프공은 플로터(floater)라 불리는 것으로, 물에 뜨도록 고안된 특수 골프공이다. 인공 호수 곳곳엔 플로터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으며, 그 골프공을 떠 모으기 위한 뜰채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개인 골프 연습장엔 '우드'라 불리는 골프채가 놓여 있었다.

노씨는 잔디밭에서 골프채를 휘두를 때 취재진과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기도 했으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자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손자가 갖고 노는 장난감 골프채”라고 했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거짓말인가.

미디어오늘의 논설위원은 “설사 노건평씨가 그랬다 해도 그게 그렇게 지탄 받을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 논설위원이 갖고 있는 생각의 단편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었다. 일부 사람들이 벌이는 행각은 아무리 불법적인 것이라도 전혀 지탄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건평씨가 대통령의 형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노건평씨는 대통령의 형이다. 최고 권력자의 친형이 남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해 길을 내고, 멋대로 물을 채워 호수를 만든 뒤, 불법으로 연습장을 설치해 ‘샷’을 날렸다.

이것은 권력형 범죄다. 그 사실을 알았는데 어떻게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있겠나. 대통령의 친형이 멋대로 권력을 남용했는데,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았으면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노무현의 형 노건평이든, 이명박의 형 이상득이든, 사실이면 써야 되는 것이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같은 기사를 쓸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해 네티즌들이 욕을 한다면, 욕을 먹을 것이다. 그래도 사실은 덮어지지 않을 것이며, 일시적으로 덮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다시 드러나게 될 것이란 사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