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한국교회 이식 앞서 ‘한 형제’ 인식부터 심자… 20년이상 사역 3인 좌담

YOROKOBI 2009. 7. 14. 18:10
목회자 없는 교회 15%… 일본 복음화 어떻게 도울까?

8000여 교회, 그 중 목회자 없는 교회(무목교회)는 약 15%,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는 40%. 개신교 신자 53만명, 그 중 정기적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는 성도는 50%. 최근 일본 현지에서 만난 일본 목회자들은 한결같이 기독교 인구 1%를 '마의 벽'처럼 느끼고 있었다. 일본 프로테스탄트 선교 150주년을 기점으로 교단 교파를 초월한 대회를 개최함에 따라 자신감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교회와의 협력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국교회의 일본선교 역사는 90년을 넘어섰다. 살인적인 물가, 복음에 대한 거부 등 녹록지 않은 선교환경이지만 현재 1200여명의 한인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본보는 지난 8일 일본에서 20년 이상 사역하고 있는 조남수(쇼타이크리스천교회), 유영기(아오모리개혁교회), 김환(아타치 사랑의교회) 선교사와의 현지 좌담을 통해 일본교회의 상황 및 한국교회의 일본선교 과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일본선교를 평가한다면.

△조남수(일본동맹기독교단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 선교사=1980년 전에는 일본선교의 중심축이 재일 유학생, 주재원, 재일교포의 복음화였다. 특히 재일대한기독교회는 재일동포 차별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1980년대부터 OMF, CCC 등 선교단체들이 전략적으로 선교사들을 파송하기 시작, 일본 기독교 단체들과 협력하고 교회개척 및 캠퍼스 선교 등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마케도니아의 필요'에 귀 기울였던 사도 바울과 같은 철저한 섬김의 자세가 필요하다. 긴 호흡과 안목으로 새로운 선교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김환(도쿄기독신학교 교수) 선교사=한국인은 일본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교계와의 교류 및 부흥 전도집회 등을 진행했지만 전방위적인 협력 관계는 형성되지 못했다. 일본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한 때이다. 일본인은 '영적으로 강도당한 사람'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겸손히 다가가야 한다.

△유영기(일본개혁교단 협력) 선교사=일본선교의 가능성을 묻는다면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렇게 된 것은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옥한흠(사랑의교회 원로) 목사 등과 같은 선각자들이 '1000만 구령운동' '제자훈련 사역' 등을 꾸준히 펼쳐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문화집회의 전형이 된 '러브 소나타'와 '일본 CGN TV'가 선교의 지평을 넓히면서 열매를 맺고 있다.

-일본에서 목회와 선교는 정말 어려운가. 일본은 '선교사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김 선교사=일본 개신교 역사는 우리보다 30여년이 앞서 있다. 또 일본 신학자들의 학문 수준은 세계적이다. 일본인 특유의 치밀성, 성실성 등이 신학 발전의 추동력이었다. 문제는 독일신학의 영향을 받아 신전통주의, 자유주의 경향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는 전도와 실천신학의 경시로 이어졌다. 일본교회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교회의 난제 중 하나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고령화다.

△유 선교사=동의한다. 기독교인의 60%가 60세 이상이다.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가 40%를 넘어섰다. 일본 교계는 차세대에게 복음을 어떻게 계승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무목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신학교 진학은 물론 목회자가 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물론 '임마누엘예수교회'처럼 차세대를 위한 교회를 선언하고, 청소년 집회를 위해 재정을 아끼지 않는 목회자들도 있다. 메이지유신과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교회는 두 차례 부흥기를 경험했다. 지금 일본사회는 정신적 피폐함이 극에 달해 있다. 1년에 자살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교회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조 선교사=보통 1명의 목사가 성도 30∼40명을 목회하고 있다. 목회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목회자로 헌신하는 젊은이들이 적다. 신학교 중도 탈락률이 매우 높다. 어느 학교는 탈락률이 30%를 넘어섰다. 2차세계대전 이후 복음주의 교회들이 늘어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20년 전보다 교회 수는 1000개 정도가 늘었는데, 기독교인 수는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교단 교파가 난립, 교회 간 협력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일본 프로테스탄트 선교 150주년 기념대회'를 기점으로 일본 기독교가 하나됨을 추구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한·일 기독교가 협력할 수 있을까?

△유 선교사=서로 배우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교회를 무조건 배우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다. 일본 안에 30∼40개 교회가 연합,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연합모델 등이 있다. 언어와 문화 적응이 제대로 된 한인 선교사들이 무목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교회는 선별적으로 선교사들과 협력하기를 바란다.

△김 선교사=고령화된 일본교회는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 성장지상주의와 교만한 자세만 버리면 양국 교회의 교류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조 선교사=한국교회가 먼저 일본의 독특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천황제는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 진실한 기독교인이 되려면 천황을 찬양하는 기미가요나 침략전쟁의 상징인 일장기와는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 또 사회적 냉대와 경계, 영적 전쟁을 벌여야 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일본 목회자들의 애로와 아픔을 제대로 인식하고, 교회 크기와 상관없이 일본 목회자를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로 대하는 태도가 요청된다. 한국 젊은이들이 어학연수나 1∼2년 단기선교를 하면서 일본교회에서 직접 일본문화도 배우고 신앙생활을 하면 좋겠다.

요코하마=글·사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