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선물 사려고 저금통 깬 건데 동전 시위 했다니 더 가슴 아파요”
“일요일이라 돈 못바꿔… 창피함 무릅쓰고 갔죠”
"아프게 모은 돈이잖아요. 한 푼 한 푼 정성스럽게 모은 것인데, 왜 속이 상하지 않겠어요…."
17일 서울 영등포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 김미정씨(29·가명)는 "친구 생일선물로 핸드백을 사려 하다 (성매매 여성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처럼 비쳐졌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영등포에 위치한 쇼핑몰 '타임스퀘어'의 한 명품 매장에선 종업원과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김씨 등 3명은 동료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이 매장에 들렀다. 이들은 160만원짜리 가방을 고른 뒤 동전 100여만원어치와 지폐를 내밀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동전은 받을 수 없다며 이들에게 가방을 팔지 않았다.
성매매여성 상경 시위
성매매집결지 여성과 업주들이 17일 성매매특별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서울 영등포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정근 기자"우리도 동전으로 계산하는 일이 창피한 건 알아요. 하지만 신용카드는 정지되고, 일요일이라 은행도 열지 않아서 동전을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씨는 경찰이 지난달부터 이 지역 성매매집결지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하면서 수입이 뚝 끊겼다고 했다. 오갈 데 없는 여성들이 모인 성매매집결지에서는 동료 생일만큼은 꼭 챙겨준다. 신용카드가 정지된 이들은 고민 끝에 돼지저금통을 깼다.
점원들이 가방 판매를 거부하자 김씨는 "왜 계산을 안 해주느냐"며 동전이 든 봉투를 쳤다. 결국 봉투가 터지면서 동전이 바닥에 쏟아지고 말았다. 마침 쇼핑 나온 동료 10여명이 이 광경을 보고 매장에 모여들어 큰 소동이 빚어졌다. 시민들의 눈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백화점에서 '동전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비쳐졌다.
성매매 여성 400명은 17일에도 타임스퀘어 앞에서 "성매매집결지 단속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상경한 성매매 여성들이 속옷 차림으로 휘발유를 뿌리며 경찰 진압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휘발유와 시너 등을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속옷 하의만 입고 집회를 한 것은 공연음란죄에 해당하고, 인화성 물질을 도로에 뿌린 것도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영등포 지역 성매매 여성들은 이 일대 백화점 등이 압력을 행사해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려 한다며 시위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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