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 합조단은 어뢰의 흡착물과 천안함 함체의 흡착물질 모두 폭발로 생긴 알루미늄 산화물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토요판] 커버스토리
‘화공학회 강연취소’ 김광섭 박사의 논문 살펴보니
합조단, 어뢰의 흡착물질이알루미늄산화물이란 건
어뢰설 스스로 부정하는 꼴
수중 폭발에선 나올 수가 없다 선체 전체로 퍼졌다는 흡착물도
알루미늄, 철 판재에서만 발견
부식이 원인일 가능성 보여줘 반합조단 과학자들의 실험은
바닷속 환경과 너무 달라
폭약조차 쓰지 않은 건 허점 김광섭 박사는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과,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정기영 안동대 교수로 대표되는 이른바 ‘반합조단’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에서 제3의 독자적 견해를 보였다. 그의 주장은 천안함과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수거된 어뢰 추진부품의 흡착물질(백색 분말)의 성분과 매직잉크로 쓰인 ‘1번’ 글씨의 연소 여부를 놓고 합조단과 반합조단 모두 잘못된 실험과 분석에 입각해 논쟁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브릭 커뮤니티에서 “흡착물질 종결자”로 통해 그는 2010년 7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글을 쓴 이래 15편 이상의 과학 기술적인 보고서와 논평을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혀왔다. 예를 들어 흡착물질이 합조단이 주장하듯이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라면 그것은 어뢰의 수중 폭발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므로 스스로 어뢰설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는 것이다. 합조단이 주장하는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은 해수에 존재하는 황산이온과 반응할 수 없다. 그러나 합조단 최종보고서에는 모든 흡착물에 상당한 양의 황산이온이 존재한다고 되어 있어 모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물질이 수중 폭발에서 생성됐다거나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흡착물질이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니라고 의문을 제기한 이승헌 교수의 반박도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주장은 알루미늄 분말을 공기 중에서 1100℃로 가열하여 녹인 뒤 물에 넣어 냉각시킨 자신의 실험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실험은 실제 바닷속 폭발과 유사한 실험이 전혀 아니었다. 가장 취약한 점은 그의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폭약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성된 알루미늄산화물은 결정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합조단의 수조폭발 실험은 폭약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된 것이었다. 알루미늄 입자의 크기나 그 양이 얼마인지도 문제지만 폭약을 탄두라는 외피 없이 바닷물 속에 직접 넣었기 때문이다. 모든 해군의 어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성 폭약은 폭발 순간엔 폭탄 자체의 분해물이나 폭탄 제조 때 미리 넣어둔 산화물질과 즉각 그리고 최대한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주변의 물이나 산소와 반응하는 것은 폭발 뒤 탄두의 외피가 파괴되고 그때 바닷물과 접촉하면서다. 또 이 폭발은 알루미늄 분말 입자의 크기, 폭약과의 성분 비율, 산화제의 첨가 여부 등에 따라 충격파, 버블제트, 온도 등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김 박사에 따르면 그러므로 어뢰 제조에 사용된 똑같은 알루미늄 합성 폭약 없이 시뮬레이션(실제와 비슷한) 실험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1940년대부터 성능이 뛰어난 어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해군의 주도로 흡착물과 관련된 실험적 이론적 연구들이 있었다. 김 박사는 그럼에도 합조단과 반합조단 누구도 그런 연구를 참고한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의 이런 제3의 과학적 분석은 많은 언론들이 합조단과 반합조단의 치열한 공방에 치우치면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엔 그의 분석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어려웠던 탓도 있다. 그의 논문에 나오는 복잡한 화학식을 이해하려면 화학 일반은 물론이고 열·유체역학 흡착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밝혀낸 과학자(생명공학)들의 누리집 브릭 커뮤니티엔 천안함 카페 ‘과학의 눈으로 본 천안함 사고 원인’(bric.postech.ac.kr/scicafe/?SciCafeId=warship)이 있다. 이곳의 일부 논자들은 그를 ‘흡착물질 논쟁의 종결자’로 부른다. “알루미늄산화물이 부분적으로 황산화” 김 박사가 준비했던 지난 4월 말 한국 화공학회 총회 발표 논문은 “천안함 침몰사건: 흡착물과 1번 글씨에 근거한 어뢰설을 검증하기 위한 버블의 온도 계산”(파워포인트 60여쪽)이다. 이 논문은 알루미늄 폭약의 수중 폭발에 관한 기존 연구와 새로 개발한 이론과 합조단·반합조단의 실험 자료의 해설을 근거로 하고 있다. 논문의 초점은 흡착물질의 형성과 그 성분, 버블제트의 온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초청 강의는 취소됐지만 김 박사는 이를 학술적인 논문으로 재작성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 발표 논문에서 김 박사는 우선 흡착물질의 성분을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AlxOx)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젤라틴화된(흡착성의)’ 알루미늄수산화물의 부분적으로 황산화된 물질(SaGAHs)로 제시했다. 이는 폭발로 생성된 알루미늄산화물이 물과 반응해 젤라틴화된 수산화물로 변하고 해수의 황산이온을 흡착·흡입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바닷물의 황산이온과의 화학적 변화를 거쳐 생성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합조단 최종보고서 부록에 포함된 흡착물질의 열분석 실험자료(TGA/DTA)가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고 김 박사는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합조단의 알루미늄산화물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흡착물질이 천안함 선체, 선미 가운데 알루미늄과 철의 판재에서만 발견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합조단의 흡착물질 생성에 대한 견해를 ‘총알설’로 비유한다. 버블의 붕괴 과정에서 폭약에서 유래한 흡착물질이 총알처럼 날아와 선체 선미 등에 분산돼 붙어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및 철의 판재에서만 발견된다. 그뿐만 아니라 폭발의 영향권 밖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문제는 반합조단 쪽의 의뢰로 양판석, 정기영 교수가 독자적으로 흡착물질을 분석해 내린 결론에도 해당된다. 이들은 폭발에 의해 생성된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며 침전에 의해 생성된 물질(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 바스알루미나이트)로 밝혔다. 그러나 침전설은 이런 흡착을 설명 못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자신의 ‘SaGAHs 설’은 해수에 의한 분산과 수소결합에 의한 흡착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흡착물에서 얻어진 모든 실험 결과와 그에 관련된 모든 관측들이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1번 어뢰 잔해의 프로펠러 등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을 알루미늄 폭약에 의해 생성된 물질로만 봤다. 이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만 해도 합조단이 분석한 것처럼 균일하거나 단일한 물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흡착물질과 관련한 김 박사의 주장 가운데 또다른 핵심적인 논거는 이 흡착물질(SaGAHs)이 폭발로만 형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알루미늄 판재들이 철과 전기적으로 연결되면 이른바 갈바닉(Galvanic) 부식(이종금속 접촉부식) 현상에 의해 흡착물질이 형성되는데, 이는 알루미늄 폭약의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과 화학적으로나 육안으로 봐도 거의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거된 어뢰 부품의 프로펠러가 50일간 해수에 있었다면 그 흡착물질은 폭발이 아닌 부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알루미늄과 물질 분석에 전문성이 있는 과학자들은 폭발인지 부식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합조단은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신들의 실험에서 나온 백색 분말과 1번 어뢰, 선체 등에서 발견되는 백색 분말의 동질성을 증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흡착물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김 박사의 이런 주장은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를 부정해 온 반합조단과는 달리 알루미늄 폭약의 버블제트 폭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전제에서 보더라도 합조단은 1번 어뢰의 천안함 공격이라는 결론을 입증하는 과학적 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0년 4월24일 인양되는 천안함. 뱃머리가 바지선에 안착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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