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선거 개입사건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불구속 기소 처리하기로 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사실상 수사권을 지휘했다는 수사팀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수사 결과를 내놓은 모습만 보더라도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수사결과 발표 이후 황 장관과 특별수사팀 모두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수사팀 의견이 왜 바뀌었는지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불구속 처리를 한 이유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구속 수사할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밝힌 것도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뤄볼 때 '구속수사'가 원칙일 뿐 아니라 피의자인 원 전 원장은 벌써부터 자신은 선거개입금지를 지시했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수사팀이 신문 조사를 할 수 있는 구속 수사 방침을 결정했는지 스스로 그 이유를 생각해볼 일이다.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법정에서 선거 개입 지시 책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반대로 입증이 어렵다면 구속 수사를 통해 철저히 유죄를 입증할 만한 원 전 원장의 진술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힘들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했느냐는 상식적인 반론에 검찰이 어떻게 답할지도 궁금할 따름이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선에서 위로를 할지 모르지만 국민 눈높이로 볼 때 결국 검찰은 정치로부터 독립을 지켜야 하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조직이 돼버렸다. 국정원 수사를 계기로 정치검찰이라는 멍에를 벗을 좋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법 집행은 형평성이 보장됐을 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의 본래 기능은 부정 선거를 막고 관권 선거의 개입을 차단하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
검찰이 정치적 표현 자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일반인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내용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처벌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부 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건의 장본인을 불구속 처리했다는 것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만으로도 검찰 수사의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자체로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만 매달리면서 원세훈이라는 '깃털'만 건들고 윗선인 '몸통'의 선거 개입 여부를 밝히는 선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아니면 '몸통'이 아닌 '깃털'이었기에 불구속수사로 그친 것인가?
어찌됐든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원 전 원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국가기관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고 자연스럽게 불공정한 선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말을 아낄수록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선거 당선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이번 사건에 대해 성격 규정을 내려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번 사건의 성격은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정권적 차원에서 국정원을 국내 정치와 선거에 활용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국기문란행위라는 것이 상식적인 답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원 개혁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미디어오늘과 만난 국정원 전직 요원이 "원세훈의 국정원은 간첩도 못 잡고 북한 동태도 파악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왜 이명박 정부의 4대강을 홍보하고 있어야 되느냐. 법과 원칙을 어느 조직보다 지켜야 하는 것이 국정원인데 원세훈 원장이 1인 통치 체제 조직으로 만들어 국정원을 정권의 정치개입부대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대북 및 해외 정보의 수집으로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한정하고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새겨들을 만하다.
새누리당도 이번 수사 결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부정 선거를 감싼 공범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원 전 원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은 혐의 없다'는 경찰 중간수사발표를 주도했다.
새누리당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근거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일축했고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수사 결과 직전까지도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원 전 원장을 적극 감싸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이 '문재인 후보를 찍으면 종북 좌파이고 종북 좌파의 정권 획득을 저지하라'고 선거 개입을 지시했다는 것이 수사팀의 결론인데 새누리당도 대선 기간 동안 '종북 프레임'을 정치 공세로 활용했다는 점도 일맥상통한다. 국정원-새누리당-경찰이 '한통속'이라는 국민 인식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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