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상화된 감시의 시대, 빅 브라더는 누구인가?

YOROKOBI 2013. 11. 14. 15:31

일상화된 감시의 시대, 빅 브라더는 누구인가?

우리에게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의 또 다른 정치소설 '1984'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등장합니다. 일기를 쓰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개인의 사생활이 용납되지 않는 소설 속의 정치체제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의 위에 존재하는 빅 브라더가 있습니다. 빅 브라더는 이 텔레스크린을 이용해 구성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들을 감시, 통제합니다. 1949년 발표된 이 소설은 마치 예언서를 보는 것 처럼 지금의 현대사회의 발전과정을 예측하고 있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입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CCTV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교통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도로 위에  수없이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어린이 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CCTV화면을 인터넷으로 보며 아이의 안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범죄가 발생하면 CCTV화면을 확인하여 범인을 추적하여 잡기도 합니다.이처럼 CCTV는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용한 문명의 이기가 꼭 유익한 쪽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편리함과 안전을 주지만 대신 우리의 사생활은 어딜가나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전 시청자들의 고민을 듣고 이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에는 남자친구에게 집착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녀의 집착은 도를 넘어 CCTV어플로 남자친구를 감시하기 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정도의 일은 애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버스기사에 대한 승객의 폭행이 많아지자 많은 버스 회사에서 운전석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기사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이 CCTV가 어이없게도 버스기사들의 근무태도를 감시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버스회사에서는 CCTV를 분석하여 회사에 불만을 애기하는 것을 포착하기라도 하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회사측은 이 모든 것이 노사가 합의를 한 사항이라고 변명하지만 노사 합의문에는 CCTV는 민원이나 사고발생 시 또는 사고방지를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노동자의 자살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전자제품 서비스 센터에서도 CCTV를 이용한 직원들의 감시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직원들이 근무하는 머리 위에 CCTV를 설치하여 녹화하고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감시합니다. 이 회사도 처음에는 CCTV를 녹화하기는 하지만 분실물이 발생하거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만 확인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취재한 결과 관리직원의 책상에서는 항상 이 CCTV가 열려져 있었고 이를 따지는 기자에게 전반적인 근무상태를 CCTV로 보고 있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CCTV를 노조를 감시하기 위해 사용해 처벌을 받은 회사도 있었습니다.충북의 한 회사에서는 회사에 노조가 결성되자 노조 사무실 근처에 CCTV를 설치하고 노조 직원들을 감시했습니다. 방범목적으로만 CCTV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던 이 회사는 CCTV로 노조의 약점을 잡아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내부문건이 발견되어 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고발하였습니다.

국가개인정보위원회에서는 CCTV를 화재나 범죄 예방의 목적외에 상시 열람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법에서도 목적외에 CCTV 운영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버스회사에 버스기사의 근무태도를 보기 위해 사무실에서 관리자가 직원들의 상황을 보기 위해 CCTV를 열람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CCTV를 이용하여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가 발생한 후 범인을 잡는 등의 순기능은 누구나 다 인정을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얻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심각한 사생활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정보의 공유가 평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감시도구를 이용해 만들어진 정보를 독점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버스회사에서 버스에 CCTV를 달아 운전기사를 감시하는 것은 근로자의 노동력을 어떻게든 착취하려는자본을 가진 버스회사 사장이며 노조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활용하는 것도 자본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집중되어 있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우리의 사생활은 감시받고 통제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생활침해에 대해 거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있습니다.인권을 이야기하고 사생활침해의 부당함을 이야기 할 때마다 흉악범들의 사건을 예로 들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묵살을 합니다. 생활의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이유로 일상화된 감시를 아무렇지 않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는 지긍의 우리는,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