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지구에서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물질이다.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물 때문으로, 물이 없는 다른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때문에 산행에서도 물은 매우 중요하며, 한편으로 위험이 되기도 한다. 물은 우리 신체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3일만 마시지 않아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산행 중 폭우로 인해 우리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사망자 374명 중 익사자가 49명으로 약 15퍼센트를 차지했다. 이중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월악산과 같이 깊은 계곡에서 약 57퍼센트인 29명이 사망했으며, 물이 부족하여 발생되는 경련, 탈진과 같은 부상자도 연간 평균 100명에 달했다. 물은 산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물과 관련된 사고사례를 살펴보고 철저한 대비책과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비 오는 계곡은 위험을 부른다.
산에서 물로 인하여 일어나는 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급류에 휩쓸리는 경우와 폭우로 인한 고립이 많았다. 이런 폭우는 2차 사고로 낙석과 산사태를 부르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 한국등산사 > (손경석 저)의 기록을 살펴보면 1964년 지리산과 한라산에 내린 폭우로 인하여 고등학생이 1명씩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1965년 7월 설악산 천불동 비선대 계곡을 건너다 로프가 풀려 에코클럽대원이 급류에 휩쓸렸으며 비슷한 시각 오련폭 계곡에서도 급류를 건너던 중 20대 남성이 실족사했다. 같은 날 오대산 월정사 부근에서는 고려대불교연구회 12명이 20미터 길이의 계곡을 어깨동무로 넘어가려다 동시에 쓰러지면서 10명이 익사했다. 같은 날만 12명이 계곡조난으로 사망한 큰 사고였다. 또한 1968년 10월에는 설악산 일대에 내린 비와 진눈깨비로 십이선녀탕 계곡을 등산 중이던 가톨릭 의대생 7명이 실족하여 계곡에서 발견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유사한 사고들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1998년 7월 31일에는 지리산대원사와 내원사 계곡 등 지리산 일대에 내린 폭우로 야영객 15명이 사망하고 45명이 실종된 사고가 있었다.
2000년대에는 등산로 정비와 구조시설의 강화로 인명사고는 많이 줄었지만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2006년 7월에는 설악산 한계리 일대에 500밀리미터 가량의 폭우로 마을 전체가 쓸려 내려갈 뻔 했다. 당시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강사와 졸업생 8명이 고립된 주민과 관광객 수십 명을 구조하여 화제가 되었다. 최근 2013년 6월에는 강원도 원주 치악산 금대계곡에서 폭우로 2명이 고립되어 구조되는 일이 있었다. 이렇듯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의 계곡에서 야영객의 고립사고가 발생되고 있다.
여름철 계곡산행은 안전과 대비를 우선으로
그래서 여름철 산행의 기본은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위급상황시 대비책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계곡산행이나 골짜기가 좁은 지형에서의 산행 중 비가 올 경우 빨리 탈출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산사면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계곡의 수량은 순식간에 늘고 줄기 때문에 늦은 탈출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 이때 체온을 유지하고 무리한 행동은 자제하도록 한다. 계곡은 안개가 잦기 때문에 시야가 흐릴 경우가 많으므로 지도와 나침반도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다. 올라갈 때는 능선길을, 내려올 때는 계곡길을 이용하는 것이 산에서 길을 잃지 않는 기본이지만, 호우시에는 잠시 능선으로 피했다가 시야가 맑아지면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여 계곡 주위에서 야영을 하게 될 경우 반드시 물이 흘러간 흔적 윗부분이 좋으며 또한 대피로를 확인하고 폭우로 인해 발생되는 낙석과 산사태의 위험이 없는 곳으로 선정해야 한다. 낙석이 발생할 수 있는 절벽이나 바위 아래는 피하고 낙뢰의 위험이 있는 높은 곳도 야영지로 적합하지 않다.
또 발목 높이 이하의 계곡을 건널 때는 물결이 완만한 장소를 선정하여 가급적 바닥을 끌듯이 이동한다. 시선은 계곡 건너편 위치를 바라보고 거슬러 움직여야 한다. 알파인스틱이 있다면 땅을 짚고 수심을 확인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진행 방향에 돌이 있다면 피해 가야한다. 급류로 인해 돌이 쓸려오거나 미끄러져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 높이 이상의 계곡을 건너야 하는 경우엔 로프를 수면 위로 설치하고 한 사람씩 건너는 것이 가장 좋으며, 로프가 없다면 탈출하지 않고 높은 곳에 대기하여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온을 유지하자
비가 올 경우 계곡의 급류나 산사태의 위험도 있지만 본인의 체력과 체온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줄곧 내리는 비는 체력소비를 부추겨 체온을 금방 떨어뜨리기 때문에 저체온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7년부터 20013년까지 국립공원에선 한 해 평균 8명의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몸에서 발생하는 열보다 빠져나가는 열이 많을 때 발생한다. 여름철뿐만 아니라 봄과 가을 같은 간절기에도 산의 기온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보온 옷을 챙기지 않거나 준비가 부족하면 곧 저체온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젖은 옷은 마른옷보다 최대 240배 가량 열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산행 중에는 가급적 젖는 것을 피해야 하며 여분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저체온증은 2시간 이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환자의 젖은 옷을 벗긴 후 마른 옷을 입히거나 따뜻한 침낭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 텐트가 있다면 스토브로 공기를 따뜻하게 만든 후 몸을 마사지 해줘야 한다. 설탕물이나 스프 등과 같은 당분과 탄수화물을 공급하여 에너지를 만들고 잠들지 못하게 막는다. 가끔 술을 마시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체내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결과이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다. 자신의 체력과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산행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다.
뜨거운 낮에 오랜 산행은 금물
폭우나 급류같이 물이 많아 생기는 사고와 반대로 물이 부족한 경우에도 조난상황은 찾아올 수 있다. 여름철 오랜 능선산행이나 암릉산행의 경우 수분 부족으로 탈진이나 일사병을 초래할 수 있기에 한낮에는 산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면 몸의 수분이 빨리 빠지게 되는데 그늘보다 2배 이상 빠르다. 혹여 산행을 하게 되면 얇고 헐렁한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물은 3일만 마시지 않게 되도 체내 기능을 발휘 하는데 큰 영향을 입는다. 혈액의 농도가 짙어져 순환기 계통에 문제가 올 수 있고 신체에 결함이 올수 있다.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이유도 수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서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마셔야 하는 물은 하루 최소 0.25리터지만 이는 조난상황일 경우다. 성인 남성의 몸무게가 60킬로그램이라 가정할 경우 하루 3리터(음식의 수분 포함)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 즉 10킬로그램 당 0.5리터의 수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루 산행(8시간)에 2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출발 전 샘터의 위치와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계곡을 미리 정해놓고 가야 한다. 만약 이를 확인하지 않고 갔을 땐 7부 능선 이하의 계곡 시작점으로 가면 물을 발견할 확률이 크다. 만약 물을 구할 수 없거나 시간이 걸릴 경우 최대한 체액을 유지해야 한다.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서 쉬며 말을 하지 않고 코로 호흡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특히 고산에 갔을 때에 고산병 예방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기를 권한다. 건조한 대기로 인해 몸의 수분은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더 많이 빠져나가며, 혈액순환에 장애를 가져와 급성고산병 발병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 트레킹 등 고산지대에서는 하루 4리터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고 권한다.
늘 산행을 준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산에서 물은 가까이해서도 멀리해서도 안 되는 관계이자 가장 필요한 요소이다. 장마나 폭염 같은 날씨에서 무리한 산행은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단축하는 행위와 같다. 지금과 같은 장마철에는 반드시 산악지역의 기상을 미리 확인하고, 식수준비와 체온유지를 위한 방수·방풍 재킷과 보온옷이 필수다. 운행 중 큰 비가 내리면 신속히 하산을 결정하거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대부분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기상악화였지만 이전에 체력고갈로 인한 탈진과 판단력 저하 같은 2차적 원인도 분명 찾을 수 있었다. 무리한 산행은 위급 상황시 판단력이 저하되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등산은 집을 출발하여 안전하게 집까지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산행 전 정보수집과 계획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 TIP 올바른 식수 마시기
깊은 계곡이나 대피소에서 식수를 구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그냥 마시게 되는데 이보다는 끊여 마시거나 정수제, 혹은 필터를 이용해 걸러 마시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배탈·설사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설사는 수분 손실을 증가 시키므로 조심해야 한다. 모처럼 나온 야외에서 배탈로 인해 힘이 빠져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하자.
전국 국립공원 주요지구에는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일정 강우량이 넘으면 자동으로 경보음과 안내 방송이 전달되는 시설이 146개 있다. 산행 중 경보음과 안내방송이 나오면 산행을 중단하고 하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탐방객이 몰리는 주요 위치에는 문자전광판이 설치되어 날씨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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