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근거 없이 “논두렁에 버려” 원색 보도...
“1억짜리 시계 찾으러 가자” 보도 직후 비난 빗발...
검찰 ‘정치 수사’·‘MB정부 도덕성’ 또 도마에...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장이 당시 최악의 언론플레이로 꼽히는 '논두렁 시계'의 배후로 국가정보원을 지목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 최고 정보기관이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를 위해 근거 없는 사실까지 유포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4일 작심한 듯 국정원 측의 '노무현 죽이기'를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국가정보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고 말했다. '빨대'란 언론의 익명 취재원을 의미하는 속어다. 국정원이 검찰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려주는 수준을 넘어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뜻이다. '빨대(취재원) 논란'에 대해 검찰의 추적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월 SBS 뉴스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씨로부터 받은 고급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 검찰발로 보도되고 있다(위 사진).
노 전 대통령 부부와 박연차씨, 시계 등을 합성해 만든 화면 등도 잇따라 보도됐다(아래쪽).
방송 캡처명품시계 보도가 등장한 것은 2009년 4월22일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날이다. 이때 언론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회갑을 맞아 명품시계 2개를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 신문사는 명품시계의 브랜드와 사진을 실어 보도했다. 한 방송사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제목으로 "권 여사가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논두렁'에 대한 진술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 이후 원색적인 비판이 더해졌다. 인터넷상에는 "봉하마을에 명품시계 찾으러 갑시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는 보도가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TV광고에 출연했던 욕쟁이 할머니도 "1억짜리 시계를 버려? 서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논두렁'은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논두렁'이 검찰의 무리한 피의사실 공표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자 검찰도 "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검찰은 국정원 측 개입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노무현 수사'는 촛불집회 등으로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몰린 시기에 시작됐다. 2008년 9월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시작한 뒤부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의혹이 연일 중계방송하듯 보도됐다.
2008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구속과 이듬해 4월11일과 12일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소환조사, 같은달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마저 "매일매일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는 수사 방식은 처음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가 끝난 후에도 논두렁 시계의 사실 여부 등에 관해 결론을 내지 않고 질질 끄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후, 며칠 내에 구속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까지 한달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않아 '노무현 깎아내리기'를 염두에 둔 정치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홍재원·곽희양·이효상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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