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G8(주요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의 모든 일정을 끝났다. 이번 회담을 통해 G8 정상들은 최우선 의제로 꼽힌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해 개략적인 합의를 이뤘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동유럽 내 미사일방위(MD) 체제 배치를 대신해 공동 MD기지 건설을 제안했다.
▲ 온실가스 규제 '절반의 성공'
이번 정상회담의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회담 시작 전 오는 2050년까지 주요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수준의 50%까지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기존 합의 내용를 기초로 한 것이다. 일본, 캐나다도 앞서 이 같은 감축안에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은 이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규제에 반대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도 의무 규제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규제돼야 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결국 미국의 반대로 이번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에 대한 합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후 협상을 위한 든든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최종 합의문에는 구체적인 수치 대신 EU와 일본, 캐나다가 제안한 205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발도상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규제돼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 푸틴, 공동 MD기지 건설 제안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동유럽 MD 체제 배치 문제와 관련, 잇달아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MD 배치 강행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뿐 아니라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MD를 둘러싼 미·러의 갈등이 이번 회담을 통해 또 한번의 격렬한 설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푸틴 대통령은 뜻밖의 제안을 내어 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하루 전인 7일 부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에 공동 MD기지를 건설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날 터키, 이라크는 물론 해상(sea platforms)에 MD기지를 구축하는 것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에 레이더기자와 요격미사일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자국에 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지만 다른 지역에 MD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단, MD 계획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의 MD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안을 거부하고 동유럽 내 MD기지 건설을 추진할 경우, 북한, 이란의 중장거리 미사일로부터 유럽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동유럽 MD기지 건설 주장 이유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기존 MD 구상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동유럽 MD 배치는 유럽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독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동유럽 MD는 미국이 기존에 구축한 여타 MD 체제와의 통합도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도 이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마음먹은 대로 자국의 앞마당에 MD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보아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치열한 수싸움 속에 공동 MD기지 제안은 다음달 1~2일 미국 메인주 케네스벙크포트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또 한차례 격론을 몰고 올 전망이다.
▲ 阿 에이즈 퇴치에 600억달러 지원
G8 정상들은 또 아프리카 전염병 퇴치를 위해 6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복통으로 회담에 불참한 부시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 정상들은 이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 말라리아, 결핵 등 전염병 퇴치를 위해 아프리카 지역에 6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중 절반인 300억달러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다.
G8 국가의 아프리카 지원 확대는 이미 지난 2005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당시 결정된 사항.
당시 G8 정상들은 오는 2010년까지 對아프리카 지원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합의는 당시 결정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은 이날 합의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은 단지 600억달러라는 지원 규모만이 발표됐을 뿐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지원 일정과 방법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코소보 문제 합의 실패
G8 정상들은 코소보 독립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정상들이 기존 입장을 고집한 데 따라 코소보 독립 문제에 대한 합의는 다시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EU와 미국 등은 코소보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러시아는 독립 반대의 세르비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양 진영의 입장차를 고려, 유엔 안보리가 코소보 결의안을 채택하기 이전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두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은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별도의 회담을 갖고 코소보 결의안 채택 이전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시간 동안 세르비아 정부와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들의 자체 독립 협상이 진행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예기간이 끝난 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의안을 채택해도 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지도자들은 코소보 독립 결정에 유예기간을 두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코소보 자치주 지도자들은 이날 하루 빨리 안보리가 독립 지지안을 결의, 코소보 독립이 국제사회의 공론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북-이란핵, 기존 입장 강조
G8 정상들은 아울러 북핵과 이란핵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G8 정상들은 이날 6자회담 틀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며 북한의 조속한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했다.
정상들은 또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국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제약도 간절한 열망 앞에선 허물어져 (0) | 2007.06.14 |
---|---|
미국인 감동시킨 역대대통령 명연설 리스트 (0) | 2007.06.14 |
미-중전쟁 나면 한국엔 '옆집의 불' (0) | 2007.06.13 |
CIA, 유럽서 비밀감옥 운영<유럽평의회 보고서> (0) | 2007.06.09 |
세계사 주역은 동양도 서양도 아닌 중앙유라시아였다 (0) | 200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