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허리케인 피해를 취재하러 온 기자님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올린 적 있습니다. 기자님들의 어떤 태도가 잘못됐는지 알리고 싶어 지난글을 다시 올립니다. 딴지 특유의 어투를 사용했으므로 괘념치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원글은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12&article_id=187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한국 언론
2005.9.13. (목)
딴지 지구과학부
안녕들 하신가? 본인, 딴지일보 초창기부터 열심히 읽어 온 독자다. 김대충 구라주필 저 '性門 지조때로 영문법' 같은 명문을 탐독하고 똥침 정신을 함양하던 바, 마침 여러분들의 똥침 정신 고양에 도움이 될 만한 소스가 있어서 제공키로 한다.
본인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한국에서 지리학을 전공(학부)하고 GIS(지리 정보 시스템) 관련 회사를 다니다가, 작년부터 루이지애나 주도인 배튼 루즈에 있는 루이지애나 주립대(Louisiana State University, 앞으로는 여기서 흔히 말하듯 LSU로 줄여서 부르겠다)에서, 수치 모델링(numeric)과 원격 탐사(remote sensing)를 주제로 공부하는, 박사 과정 학생 되겠다.
마침 LSU 허리케인 센터에서 연구 조교로 일하고 있었더랬다. 작년에 3급 가상 허리케인 Pam이 뉴올리언즈에 상륙하면 어케 될까 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게 왠일!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좋아할 수도 없고 하여간 운이 좋다면 좋은 건지, 일생에 한 번 본다는 허리케인을 미국 온지 1년만에, 그것도 연구 주제와 동일한 빅 이벤트가 아니더냐
루이지애나/뉴올리언즈의 지리적 특성
먼저 루이지애나 및 뉴올리언즈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간략하게 설명 날린다.
위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루이지애나는, 여러분들 잘 아는 텍사스 오른편 멕시코만 연안에있다. 세계에서 3번 째로 긴 강인 미시시피 강에 여러 강들이 합류해서 바톤루즈를 지나 뉴올리언즈 남쪽에서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여기 미시시피강에 유입되는 토사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오른쪽 조그만 지도에서 선 내부에 떨어진 빗물은 다 뉴올리언즈로 온다. 또 멕시코 만은 조수 간만의 차가 미미한 관계로(30cm 이내), 강 하구에 육지 형성 과정이 아주 왕성해왔다. 뉴올리언즈 이남 바다로 돌출된 부분은 다 미시시피 강의 역사와 더불어 상류 지역에서 흙을 퍼다 날라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수십 년간 치수 사업(상류지역의 댐과 제방의 건설 등)의 결과로 현저하게 미시시피에 유입되는 토사의 양의 줄었다. 그 결과, 미시시피강 하류에 새로운 땅이 만들어지기는 커녕, 기존에 있는 땅마저 침식되거나 하중으로 인해 점점 가라앉는 등, 뉴올리언즈는 허리케인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대 재앙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었다. 이쪽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게 많으나 이쯤으로 한다.
참고로 루이지애나의 면적은 약112,835.8 평방 Km 이고, 인구는 약 500만 정도다. 이 중 150 만이 뉴올리언즈 및 근처 도시에 몰려 있다. 남한 면적이 99,900 평방 Km 정도 되니까, 남한보다 약 1.1배 만한 면적의 넓이에 서울시 인구의 절반도 안되는 사람이 드문드문 퍼져 사는 것이다.
좀더 상세한 설명을 위해서 부연 설명한다.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뉴올리언즈 시내에서 북위 30도 서경 90도 라인이 교차한다. 덧붙이자면 서울이 위도 37.5도, 부산이 35도 정도 되는데, 30도면 중국 상해 서남쪽의 항저우나 일본 오키나와 열도 정도의 태양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위도 몇 도 차이가 엄청나다. 한국에서 통칭 열대야라고 잠들 수 없는 밤이 여기서는 두달 가까이 지속된다. 여름에 에어콘 없이 못사는 동네 되겠다. 저위도의 강한 태양 에너지와 카리브해, 멕시코만의 따뜻한 바닷물이 합쳐져서 육지에 상륙할 때 강력한 등급의 허리케인으로 남아 있을 최적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번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경계 근처에 상륙했다. 보통 허리케인의 위험성이 진행경로의 동북쪽에서 제일 심하고 바람도 제일 강하다 하니 직접적인 바람 피해는 동쪽의 걸프포트, 빌록시, 앨라배마주 모빌 등에서 제일 심했더랬다.
이번 카트리나는 별로 비를 많이 뿌리지 않아서, 폭우로 인한 물피해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뉴올리언즈를 앗아간 그 많은 물은 어디서 온 것이더냐? 이 부분이 다음에 설명할 Storm Surge 되겠다.
Storm Surge
위 사진 보고 느껴지는 것 있으신가? 1층 전체가 기둥만 남기고 날라갔다. 2층 부엌 싱크대까지 물이 들이쳐서 통째로 날아간 것이다.
허리케인(발생한 지역만 다를 뿐 태풍과 모든 면에서 동일)에 의한 피해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으니,
1. 강풍에 의한 피해
2. 허리케인이 동반한 비에 의한 침수 피해
3. Storm Surge
등이다. Storm Surge에 의한 피해 지역은, 1번· 2번 피해보다 상당히 국지적이긴 하지만, 피해의 강도는 훨씬 어마어마 하다.
참고로 2년 전 한국에도 태풍 매미로 인해 마산지역이 침수해서 사람이 꽤 죽은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도 바로 이 Storm Surge에 의한 피해였다. 스톰 서지의 한국어로 된 가장 근접한 용어가 '폭풍이 동반하는 해일' 일 정도고 보면, 이에 대한 국내 연구 상태를 반증하기도 한다(근래 연구가 진행되어 새로 용어가 생겼는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미시시피주 빌록시
TV에서 커다란 기타 덜렁덜렁 하는 카지노 본 적 있을 거다. 그 카지노 있는 곳이, 바로 최대 Storm Surge와 최대 강풍 피해를 입은 빌록시다. 지금 도시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이 지역을 휩쓴 Storm Surge는 25 ~ 30 ft (약 7.5~9 m) 정도 높이로 추정된다. 위의 사진을 보시라. 뉴올리언즈, 미시시피의 해안에 있는 90번 도로인데 완전히 개발살 났다. 만약 이곳이 뉴올리언즈처럼 인구 밀도가 높았더라면 지금쯤 뉴올리언즈보다 빌록시를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Storm Surge의 원리
그럼 Storm Surge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함 보까? 다덜 알다시피 북반구에서는 허리케인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고, 이 때 바람은 반시계 방향으로 분다. 허리케인(태풍) 진행 경로의 동쪽이 서쪽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말, 들어봤을 거다. 그 이유는 허리케인의 눈 동북쪽 지역에서 최대 풍속의 바람이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storm surge가 최대가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거덩.
그림을 잘 보자. 태풍이 바다(남쪽)에서 육지(북쪽)로 향한다. 이 때 바람은 반시계 방향으로 분다. 그 결과,
태풍 진행 방향 서쪽: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불고(빨간줄 왼편),
태풍 진행 방향 동쪽: 바다로부터 육지로 바람이 분다(빨간선 오른쪽).
그럼 바람의 영향을 받는 파도의 움직임은 어떨까? 바로
"바람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
가 정답. 즉, 진행 방향의 서쪽에 있는 바다물을 끌고 가서 진행 방향 동쪽 해안에 퍼붓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진행 방향 서쪽의 수면은 순간적으로 오히려 더 내려가고 동쪽 지역의 수면은 급격히 상승하게 되겠다. 이 진행 방향 동쪽에서 나타나는 해일이 바로 Storm Surge 되겠다.
이번에 카트리나, 뉴올리언즈의 동쪽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왜 이런 대 참사가 일어났을까? 그건 뉴올리언즈의 물과 관련된 특이한 지형때문이다.
뉴올리언즈 근처를 상세히 살펴보까?
행정구역상으로 뉴올리언즈는 위 그림에서 뉴올리언즈, 동북 뉴올리언즈 라고 써 놓은 곳만 해당된다. 여기만 치면 인구 50만 쯤 되지. 주변에 케너, 메터리, 그레트나 등 주변 도시들까지 합치면 한 150만 쯤 한다. 서울로 치면 일개 구 만한 지역이 하나의 도시에 해당하는 것.
본인이 속해 있는 연구 그룹은,
멕시코 만으로 향하는 허리케인 발생시,
허리케인의 진로와 바람의 강도를 기반으로 해서,
이 바람과 경로가 멕시코 만의 수심 데이타와 결합되었을 때,
어느 지역에 얼마 만큼의 Storm Surge가 발생할 것인가
를 시뮬레이션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다음에 보시는 그림은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18시간 전에 ADCIRC라는 Storm Surge 시뮬레이션 모델을 써서 얻은 결과다. 제방이 무너진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ADCIRC도 설명하면 좋은데 그냥 그런 게 있다고 넘어가자.
사실 한참 허리케인이 치고 있을 때는 헬기가 뜨질 못했다. 해서, 제방이 무너졌는지, 아니면 제방 위로 물이 넘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뉴올리언즈에 들어찬 물은 제방 무너져서 침입한 호수의 물 + 빗물 + Storm Surge의 조합 되겠다.
앞에서 영상 지도로 보여 준 동북 뉴올리언즈 지역은 제방이 한 군데도 안 무너졌는데도 물이 중심가 못지 않게 많이 찼다. 瀏??둑 안 무너졌으면 뉴올리언즈는 무사했을 거라고 결론짓는 우는 범하지 말기를.
뉴올리언즈에 물이 넘쳐 들어온 과정
아까 설명한 Storm Surge의 원리를 한번 응용해 보자.
|
육지쪽에서 불어 온 바람 때문에 수위가 오히려 낮아짐
|
위 그림을 보시라.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전 허리케인의 눈 북쪽에서는 바람이 동에서 서로 표시된 화살표가 보인다. 이 때 많은 양의 물이 바람의 방향을 따라서 도시 북쪽에 있는 폰차트레인 호수로 유입된 거다.
다시 말해, 저 놈의 폰차트레인 호수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저지대라 위험한 뉴올리언즈가 더 위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다. 허리케인이 오기 전 이미 상당한 양의 물이, 동쪽 멕시코 만에서부터 폰차트레인 호수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 같으면 저 호수, 벌써 메워서 육지로 만들었을 거다. 호수의 넓이가 약 630 제곱 마일 정도 되는데, 새만금 사업으로 얻어지는 육지의 양이 110 제곱 마일 정도 된다고 하니(새만금 홈페이지 참조, 단위 변환), 새만금 땅 보다 여섯배 정도. 하여간에.
자, 그럼 시간이 흘러서 허리케인 중심이 이동한다. 아래 그림에서 호수 위를 지나는 바람의 방향을 잘 보자.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제 호수로부터(육지쪽) 물이 들이 닥치는 거다.
잘못된 제방 설계
지금까지 Storm Surge와 관련된 기본적인 이론들을 살펴봤다. 바뜨, 이번 재해는 인재로 불려도 좋을 만큼 제대로만 방비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부분이 상당수 있다. 그걸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이거 이해할려면 먼저 깔때기 효과(Funel Effect)를 알아야 한다.
이건 물호수 끝부분을 잡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한 거다. 같은 양의 물이 흐르다가 어느 순간 물이 지나는 공간이 줄어들면(호수 끝을 손으로 잡아 누름) 어떻게 될까? 바로 수압과 유속이 증가한다(호수 끝을 손으로 누르면 물이 빠르고 멀리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
뉴올리언즈 제방의 설계적 결함으로 인하여 바로 이 깔때기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 좀더 피해를 키운 이유 되겠다.
아래 그림들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화살표가 물의 흐름이고 빨간색 라인이 제방이다. 노란색 동글뱅이는 제방이 무너진 곳. 아래 쪽 지도에는 실수로 제방을 표시 안 했다. 그래도 수로를 따라서 제방이 있음을 감안하시고.
윗 그림을 보자. 어처구니 없게도, 뉴올리언즈 지역 북쪽 제방은 호수 가장자리와 일치하게 세워지지 않았다. 무슨 연유--아마도 수송, 특히 해운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인지, 시가지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오고 있다. 그리하여 호수 쪽에서 넓게 밀려오던 물들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좁은 수로에 집중되어 깔때기 효과가 극대화 되었다.
이건, 평상시 물을 호수쪽으로 배수하는 것만 고려하고, 호수 쪽에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래 쪽 지도에서도 물의 통로가 점점 줄어드는 거 보일 거다. 역시 이 지역도 깔때기 효과로 인해서 제방이 무너진 것.
그럼 이 파이프 효과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먼저 위쪽에서는 제방을 호수 가장자리와 일치하게 설치하고, 배수 펌프를 수로의 제일 끝에서 설치했더라면 이번 사태까진 안 갔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래쪽도, 사진의 오른쪽 부근에 더 큰 제방을 설치했으면 파이프 효과를 막을 수 있었을 거다.
이 얘기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LSU 허리케인 센터에서 계속 홍보하고 다녔던 내용이다. 아무도 안 믿었지. 믿었더라도 사람들에게 제방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줘서 관광수입이 줄어들 것을 원치 않았겠지.
Sheet pile!
뉴올리언즈의 제방은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왼쪽에 보이는 것과 오른쪽 처럼 되어 있는 것이 있다.
오른쪽꺼, 이게 Sheet pile 이다. 두 가지 형태의 제방을 비교하면 당연히 Sheet pile이 약하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다시피 한 뼘 정도 밖에 안되는 벽이 무슨 힘이 있겠냐? 당연히 터지지.
불행하게도 이번에 터진 제방 네 군데 중 세 군데는 아래쪽 사진과 같은 Sheet pile로 되어 있던 부분 되겠다. 즉, 부실한 제방 설계와 더불어 허약한 제방이 사고를 더 키웠다는 거다. 분명한 건 주정부도, 연방정부도, 제방을 감독하는 Army Corps of Engineers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Army Corps of Engineers는 한국 언론에 공병대로 번역되던데, 사실 우리 나라 공병대와는 개념이 다르다. 여기서는 수치 사업과 관련된 제방, 댐 등을 건설 및 관리하며, 그 외에 기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토목사업을 담당한다. 우리 나라의 공병대는 멀쩡한 청년들 데려가서 3급 노가다 꾼으로 만드는 곳 아니냐? Army Corps of Engineers에는 계급장 단 군인들도 있지만, 민간인 엔지니어들이 훨씬 더 많다.
사발효과
사발효과, 사발효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아래 그림을 보시라. 관광 명소로 유명한 canal street으로부터 폰차트레인 호숫가에 있는 University of New Orleans(UNO)까지의 수직 단면도를 보여주고 있다.
뉴올리언즈는 간척을 통해서 도시를 확장해 온 결과 해수면보다 낮고, 인접한 미시시피 강보다는 훨씬 낮은 지역이 상당부분이다. 그림 왼쪽이 미시시피강의 수위, 오른쪽이 폰차트레인 호수.
평상시 폰차트레인 호수의 수위는 바다와 직접 연결된 관계로 0에 가깝다. 멕시코 만 역시 조수가 있긴 하지만 1ft(30cm)도 안된다. 본인이 지형도를 가지고 분석해 본 결과, 뉴올리언즈에서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한 63% 정도가 나오더라. 언론에서는 약간 더 높은 수치로 발표하더라만.
자 그럼 이 사발 효과가 무엇이냐. 뉴올리언즈는 주변부보다 중심 부분이 더 낮은 사발 모양이라는 것인데, 효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 사발처럼 생겼기 때문에 물이 자연 배수가 안되고 사발 안쪽에 물이 고이듯 하여, 강제 배수를 안 시켜 주면 시가지에 물이 계속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저 위의 그림 비슷한 거 본 적 있을 거다. 저건 수직 고도를 1000배 이상 과장한 거다. 사실 뉴올리언즈는 지형의 높고 낮음의 기복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평평하다. 사발보다는 접시에 가깝다.
가장자리에 물이 찰랑찰랑 넘치려하는 접시.
메터리,케너 지역 고도가 높아서 물이 덜 잠겼다고?
아래 지도는 뉴올리언즈의 높낮이를 나타낸 것인데 파란색은 해수면 아래, 녹색은 해수면 위쪽을 가리킨다. 청색이 짙어질 수록 고도가 낮고 녹색이 짙을 수록 고도가 높다. 검은색 다각형 안쪽은 물이 들어찬 지역을 의미한다.
오른쪽을 보니 대략 침수 정도가 녹색과 파란색의 경계(0m)를 따라 진행된다. 위쪽 중간 부분에 있는 파선이 뉴올리언즈와 메터리의 경계인데 뉴올리언즈는 물이 찰 수 있는 높이까지 다 찬데 비해서 메터리는 일부만 물이 찼다. 그건 뉴올리언즈쪽에는 제방이 무너져서 계속 물이 공급된데 반해, 메터리/케너에는 제방이 무너지지 않아 일부만 물에 찼던 거다.
중간에 보이는 빨간색 다각형. 그 지역이 주변보다 약간 높다(해발 고도 2-3 ft). 메탈리 ridge라고 불리는 띠 모양의 높은 지역인데, 고맙게도 이 놈이 자연 제방 역할을 해서 물이 메터리쪽으로 넘어가는 걸 막아 준 거다.
그럼 여기에 있는 물의 정체는 뭐냐? 바로 본인이 죽어라 설명했던 Storm Surge 되겠다. 이 내용을 바톤 루즈 찾아온 휴스톤 총영사님한테도 설명했다. 그런데 다음날 신문에 "메터리, 케너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침수피해가 덜 했다"는 기사가 나오더라.
한편, 이 지역에 들어찬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봤다. 수위가 최대 2ft(60cm)까지 된다고 보고 계산한 결과, 203억 갤론의 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US Army Corps Engineers에서 받은 펌프 용량 데이터를 살펴보면, 종일 돌릴 때 하루에 약 40억 갤론을 방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산술적으로는 5일 정도면 대충 물을 다 뺄 수 있다는 얘긴데, 아직 제방이 온전치 못하고, 펌프도 완전히 가동되지 않은 관계로 한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최초 뉴스에는 한달 이상 걸린다고 나왔었다. 누가 맞는지는 두고 보면 알테고.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발생 원인들에 대한 다소 학술적·기술적 고찰은 여기까지다. 이번 카트리나 대참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연은 정복하고 콘트롤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살아야지 그 순리를 거스르다가는 눈 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카트리나가 '학'실히 보여줬다.
판단해 보건대, 한국도 결코 Storm Surge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서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카트리나 대참사를 다루는 한국 언론들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카트리나를 예상하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링크 참조 http://www.ohsep.louisiana.gov/newsrelated/hurripamends.htm). 물론 연방 정부와 로컬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미비로 인하여 수송 자원의 효과적인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
2004년 7월에 실시된 가상 3급 허리케인 PAM 프로젝트
|
그러나 현지의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미국 재난 대처 능력 한국 보다 한수 아래" 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한국에서 '태풍의 강도에 따른 구체적인 대피 요령'이라도 만든 적이 있었나.
본인, 관련된 연구 그룹에 있다보니 허리케인이 닥치기 전과 그 직후, 현지에서는, 기자들은 학계 관련자를 열심히 찾고, 또 학자들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언론사에 소스를 제공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일본 NHK에서도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한다고 엄청 준비해 와서는, 여기 LSU 허리케인 센터에서 3일간 취재해 갔다(9/8일 방송)했다.
하지만 한국 기자님들, 여기서 무엇을 취재하셨나? 내 알기로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피해 교민 인터뷰나 피해 상황 보여주는 거, 미국 정부도 모르는 교민 피해 숫자 말하라고 닥달한 거. 이런 거 외에 적극적으로 취재했다고 판단할 만한 행동을 보이셨나.
최소한 내 볼 때 기자님들, 만만한 한국 사람만 잡고 소스 얻어내려고 할 게 아니다. 재난 책임을 지고 있는 FEMA 관계자 찾아가서 상황 대처에 대한 그들의 계획을 들어보고, 왜 계획한 대로 안 됐는지 추궁도 해보고, Army Corps of Engineers에 찾아가서 관련 엔지니어들이 앞서 열거한 문제들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왜 실행을 못했는지. 예산이 문제라면 무엇때문에 후순위로 밀렸는지, 또 학계에서는 어떻게 연구를 하고 있었는지 등등을 취재해야 비싼 특파원비 받고 출장 온 돈 값 하는거 아닌가.
어째서, 재난이 닥치면 분석 기사는 없고 항상 현장만 보여주나. 적어도 같은 유형의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한국도 Storm Surge 안전지대가 아님을 태풍 매미가 증명했다. 또, 서해안 갯벌 대규모 간척사업, 무분별한 해안 모래 채취, 관광 개발 등등으로 우리도 뉴올리언즈 못지 않은 위험을 키워왔다.
지구 온난화로 태풍이 갈수록 흉포해지는 추세인데, 그중 한 두 개가 절묘한 경로로 올라와서 서해 남해 일대 저지대를 치지 말라는 법 없다. 당연히 우리도 수수방관만 하지 않고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카트리나와 관련해서 한국신문에 나온 분석기사들 대부분 들여다 보았으나, 거의 백프로 현지 기사 번역해서 낸 거더라. 그 기사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은 해보셨나?
이번에도 똥아일보에 태풍 '나비' 닥치고 나서, '소잃고 외양간 안 고치더라' 식의 사설, 또 나왔다. 매년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내 보니까, 외양간 안 고치는 큰 원인은 바로 한국 언론에도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분석기사도 내고 관련자 인터뷰로 책임질 사람 가려 내고 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 아니냐. 대부분 풍수해는 미숙한 인간의 처신으로 인해 사고를 더 키운 측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친다" 고 큰소리 내기 전에, 다른 나라 언론처럼 외양간 고치는 방법부터 제시하라. 그러고도 안 고치면 그 때 그 말해도 늦지 않는다. 언론, 니덜은 지금까지 안 고치게 방치한 거나 다름없다.다음부터는 재난 재해를 바라보는 한국 언론사들의 시각이 좀더 분석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알고도 안하는 것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 더 나쁠 수도 있다.
자.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는 웬만큼 했다. 세 줄 요약이다.
1. 뉴올리언즈에 대참사가 났다.
2. 미국/일본 언론은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외양간 고치는 법을 찾는다).
3. 한국 언론은 남의 일이거니 하고 안 찾는다. 그리고선 매년 정부에 대고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친다'고 지랄한다.
사실 반복되는 재해는 정부, 학계, 언론 모두의 책임이지만, 언론의 책임이 젤로 크다. 자기들 할 일 안하고 남들 잘못했다고 난리니, 말단 공무원 하나 희생양 삼아봐야 뭐가 바뀌냐 말이다.
그리고 기자님덜아, 앞으로는 공부 좀 하고 취재 오시라. 외신 기사 몇 개 짜깁기 해서는 출처도 밝히지 않고 직접 취재해서 얻은 양 사기 치지 마시고.
배튼루즈에서
세라 아빠(serahabba@핫메일닷컴)
'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El Tule (0) | 2007.06.20 |
---|---|
샌프란시스코·베니스가 100년후엔 없어? (0) | 2007.06.13 |
자유의 여신상에 대해서 공부해서 간단하게 요약. (0) | 2007.06.01 |
[스크랩] 네스호 네시 촬영 동영상, 세계언론 일제 보도 (0) | 2007.06.01 |
[스크랩] 얼음왕국 (북극의 여름이야기)/ The White Planet (0) | 2007.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