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비공개 세미나가 열렸다. ‘일본 우경화 동향 관련 시설(기념물)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였다. 동북아역사재단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는 발표자 3명과 지정 토론자 3명 외 4, 5명의 재단 연구위원들이 참석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세미나는 시종 진지하면서도 뜨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일간의 외교관계를 생각할 때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려니와 이 같은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훈 동북아역사재단 제1연구실장이 사회를 본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일본 각 지역의 우경화 관련 시설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해석을 밝혔다.
박맹수 원광대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및 동북지방’, 이승희 대진대 강사는 ‘일본 관동 - 중부지방’, 유지아 중앙대 강사는 ‘일본 서남 지역’에 있는 우경화 관련 시설의 현황과 당면과제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들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일본에는 도쿄(東京)의 야스쿠니신사뿐만 아니라 전국 47개 도도부현(道都府縣)에 수많은 ‘작은 야스쿠니신사’들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대일본제국’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각종 전쟁기념비, 전몰자 추도시설, 전쟁관련 자료관, 전범(戰犯) 숭모시설 등이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각종 시설물도 적지 않다. 일본의 ‘국가 신도(神道)’ 시설들인 각종 신사 역시 일본사회의 우경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일본 각지의 육상·해상·항공 자위대의 주둔지 안에는 과거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각종 전시관을 비롯, 무기자료관 등이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히로시마(廣島)시 에타지마(江田島)의 옛 일본 해군병학교는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 시설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 안에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미하는 전쟁자료관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
이 강사는 “일본 우경화 관련시설은 도쿄의 쇼와칸(昭和館·태평양전쟁 당시의 각종 자료 전시관)이나 쇼케칸(전상병자 사료관)처럼 ‘피해자로서의 일본인’의 입장을 강조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면서 “충군애국을 강조하는 호국신사보다 일본도 전쟁의 피해자였음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 일본인들에게 먹혀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일본은 평화의 미명하에 ‘피해자 의식’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피해자 의식’은 유럽과도 또 다르다. 유럽이 전쟁의 참화에 대한 기억, 즉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이가 피해자임을 강조한다면 일본은 유독 자신들로 인한 타국인의 피해는 배제한 채 ‘일본인들만의 피해’를 기억하려 한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피해자로서의 집단 기억’은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단합에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에선 이 같은 피해자 의식으로 집단적 연대의식을 고취하고, 또다른 한편에선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용맹을 기리며 옛 일본군의 위용을 자랑하는 행태야말로 일본이 우경화로 가는 첩경으로 작용한다.
사실, 현재 한·중·일 동북아 3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 전쟁’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츠베탕 토도로프는 “기억은 타자를 위해 열려 있을 때 비로소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고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타자를 위해 열려 있다는 것은 자신으로 인해 타자가 받은 고통, 자신에게 혜택을 준 타자의 행위를 기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자신을 영웅시하거나 자신에게 희생자의 역할만을 부여하는 기억은 결코 도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이 점에서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세미나는 시종 진지하면서도 뜨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일간의 외교관계를 생각할 때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려니와 이 같은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훈 동북아역사재단 제1연구실장이 사회를 본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일본 각 지역의 우경화 관련 시설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해석을 밝혔다.
박맹수 원광대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및 동북지방’, 이승희 대진대 강사는 ‘일본 관동 - 중부지방’, 유지아 중앙대 강사는 ‘일본 서남 지역’에 있는 우경화 관련 시설의 현황과 당면과제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들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일본에는 도쿄(東京)의 야스쿠니신사뿐만 아니라 전국 47개 도도부현(道都府縣)에 수많은 ‘작은 야스쿠니신사’들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대일본제국’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각종 전쟁기념비, 전몰자 추도시설, 전쟁관련 자료관, 전범(戰犯) 숭모시설 등이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각종 시설물도 적지 않다. 일본의 ‘국가 신도(神道)’ 시설들인 각종 신사 역시 일본사회의 우경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일본 각지의 육상·해상·항공 자위대의 주둔지 안에는 과거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각종 전시관을 비롯, 무기자료관 등이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히로시마(廣島)시 에타지마(江田島)의 옛 일본 해군병학교는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 시설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 안에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미하는 전쟁자료관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
이 강사는 “일본 우경화 관련시설은 도쿄의 쇼와칸(昭和館·태평양전쟁 당시의 각종 자료 전시관)이나 쇼케칸(전상병자 사료관)처럼 ‘피해자로서의 일본인’의 입장을 강조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면서 “충군애국을 강조하는 호국신사보다 일본도 전쟁의 피해자였음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 일본인들에게 먹혀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일본은 평화의 미명하에 ‘피해자 의식’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피해자 의식’은 유럽과도 또 다르다. 유럽이 전쟁의 참화에 대한 기억, 즉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이가 피해자임을 강조한다면 일본은 유독 자신들로 인한 타국인의 피해는 배제한 채 ‘일본인들만의 피해’를 기억하려 한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피해자로서의 집단 기억’은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단합에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에선 이 같은 피해자 의식으로 집단적 연대의식을 고취하고, 또다른 한편에선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용맹을 기리며 옛 일본군의 위용을 자랑하는 행태야말로 일본이 우경화로 가는 첩경으로 작용한다.
사실, 현재 한·중·일 동북아 3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 전쟁’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츠베탕 토도로프는 “기억은 타자를 위해 열려 있을 때 비로소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고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타자를 위해 열려 있다는 것은 자신으로 인해 타자가 받은 고통, 자신에게 혜택을 준 타자의 행위를 기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자신을 영웅시하거나 자신에게 희생자의 역할만을 부여하는 기억은 결코 도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이 점에서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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