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을 빌려 드립니다
불임 부부들의 희망 중 하나 4000만원 이상의 비용 제시 성매매로 변질 등 부작용도
"나를 꼭 닮은 아이를 가질 수만 있다면 …."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5~39세 가임 부부의 13.5%인 63만 5000쌍이 불임이라고 한다. 즉 8쌍 중 1쌍이 불임 부부인 셈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혈육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이들 부부들의 아이 갖기 노력은 눈물겹다. 최근엔 대리모를 연계해 주는 관련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거래는 국경을 넘어서 진행되기도 한다. 대리모 계약의 실태를 살펴본다.
■4000만원으로 태어난 아이 "5년 전에 자궁암에 걸려 자궁을 떼어 내 버렸어요. 그래도 아직 난자는 있으니까 …." 대리모를 찾는 김수경(가명)씨는 말꼬리를 흐린다. 입양도 생각해 봤지만 남편이 "꼭 나를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통에 대리모를 찾아보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브로커는 필요없던데요." 김씨는 인터넷에 직접 '대리모 구함'이라는 글을 올려 대리모를 찾았다.
김씨는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까지 대략 4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것이라고 예상한다. 먼저 착상 과정에서 100만원, 임신 후 매달 100만원씩을 제공하고, 아기를 낳으면 3000만원을 지급할 것이란다. 거기에 모유 수유를 해 준다면 매달 100만원씩 추가로 지불할 생각이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대리모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중엔 출산 경험이 없는 20대 여성들도 발견할 수 있다. "집이 여유가 없어서요", "돈을 벌어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라는 게 그 이유다. "난자 공여를 몇 번 하기보다는 차라리 대리모 한 번으로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직접 낳은 것처럼 풀 서비스 일반적으로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혼한 여성들이 대리모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간혹 결혼한 여성 중 남편의 동의를 얻고 대리모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브로커를 통해 대리모를 찾아 아이를 낳을 경우 완벽하게 의뢰인이 낳은 것처럼 처리해 주는 불법 사례도 있다고 한다. 대리모와 의뢰인이 같은 날 같은 병원에 입원, 대리모가 출산할 때까지 병원 기록을 의뢰인의 기록으로 바꿔치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은 후 친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아이는 내가 낳은 아이이지만 이 아이의 권리는 ○○○에게 넘긴다"라는 각서를 쓰기도 한다. 대리모를 지원한 여성 중엔 "제가 배만 아파서 낳았을 뿐이지, 제 핏줄은 아니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씨받이'의 유혹 대리모와 관련한 사기 행각도 많다. 한 여성은 대리모를 빙자해 남편에게 접근, '합방'을 유도하기도 한다. 배란일에 맞춰 성관계를 맺은 후 위로금을 요구하거나, 선금을 받은 후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등 의뢰인들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중국이나 사이판 등에서 여성을 사서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대리모라기보다는 '씨받이' 구실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대리모로 한국 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문이다. 소위 종자가 좋아 키도 크고 똑똑한 후손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대리모와 관련한 법적 조항은 전무하다. 단지 병원별로 자치 윤리위원회에서 "가족이나 친척의 경우엔 가능하다"라는 원칙 정도만 있다. 한 불임 전문가는 "대리모는 엄연히 보조 생식술 치료의 한 가지 대안이다"라고 말한다. 의사협회도 "불임 부부들의 심적 고통을 덜어 준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허용하자는 의견"도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또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리모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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