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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군사정권 팔아먹기

YOROKOBI 2007. 8. 23. 18:05
조선일보는 국회에 13명의 기자를 ‘등록’하고 있다. 이들 기자들이 국회에 등록을 했다고 해서 언론전문가들이 ‘5공식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도 없고,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항의하는 기자도 보지 못했다. 조선일보 표현대로라면 이들은 그동안 ‘유신ㆍ5공식 언론통제’에도 불평없이 묵묵히 일하고 있는 기자들이다.

조선일보가 국정홍보처의 기자 등록을 언론 통제로 몰아붙이는 것은 악의적인 침소봉대의 극치다. 이미 국회를 비롯한 대부분 정부기관이 담당 기자들의 등록을 받고 있는데도 마치 새로운 통제 수단을 도입하는 것처럼 국민의 눈을 가리며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정부의 개방형 취재지원을 위한 등록 절차를 마치 과거 군부독재 정권의 탄압 방식과 같다고 주장하는 데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군부독재의 언론 통제에 충실히 따르는 것을 넘어 나팔수 노릇을 했던 신문이, 민주적이고 탈권위주의적인 오늘날 취재편의와 효율적 취재서비스를 위해 어느 공공기관이나 일상적으로 시행하고있는 절차를 들어 언론통제라고 외치고 있다.

흰 것을 검다고 외치는 조선일보

취재지원 서비스를 위한 개방된 형태의 기자 등록 절차를 ‘5공식 발상’이라고 오도한 조선일보 8월23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군부독재 시대의 추악한 과거를 덧씌워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흰 것을 조선일보가 아무리 검다고 외쳐도 흰 것이다.

기자 등록은 순전히 합동브리핑센터와 전자브리핑을 이용하는 기자들의 편의를 위한 목적이다. 소속 언론사와 신분을 확인한 후 등록 과정을 거치면 기자의 필요에 따라 출입증을 발급받아 합동브리핑센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정부기관을 방문하려면 자신의 신분과 방문목적을 밝힌 후 방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기자들은 취재 편의 차원에서 손쉽게 정부기관을 이용케 하려는 절차가 등록이다.

기자 등록, 국회는 되고 정부는 안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자 등록은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등록을 해야 국회를 드나드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기자들이 등록을 기피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국회 기자 등록을 문제 삼은 적은 없을 것이다. 국회는 되고, 국정홍보처는 안 된다는 식이다.

백보 양보해 등록이 통제라고 여기는 기자가 있다면 브리핑센터를 출입할 때마다 신분증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등록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등록이 곧 통제 수단이라면 이런 예외는 허용치 않을 것이다.

등록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기자 등록은 특히 새롭게 도입하는 전자브리핑 서비스와도 관련이 있다. 합동브리핑센터를 상시 출입하기 어려운 지방언론사 기자나 정부자료가 필요한 논설위원들도 등록 절차를 거친 후 보도자료나 브리핑 동영상 등을 제공받고 취재에 필요한 질의를 할 수 있다. 이는 ‘개방형 브리핑’이라는 취지에 따른 것으로, 역시 보다 많은 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일보는 또 “훈령에는 ‘등록과 관련해 이의 있는 기자는 이의 신청’을 하도록 규정, 필요에 따라 등록 거부 또는 취소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과거 군부독재 정권처럼 비판적인 기자들을 통제할 것이라는 억측이다.

하지만 자의적으로 등록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다. 등록 대상은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TV카메라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일정한 언론단체 회원사에 소속된 기자다. 또 국정홍보처장이 이에 준한다고 인정하는 단체ㆍ언론사 및 정부기관의 취재 담당자도 포함된다.

현재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은 조선일보 발행인이 맡고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언론사라면 대부분 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이 기준을 넘어선 불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며, 해당 언론사는 가만 있겠는가. 상식에 맞는 주장을 하기 바란다.

<조선>은 과거 군사정권하 행태부터 반성·고백하라

그럼에도 이의 신청 규정을 둔 것은 만에 하나 언론사로서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신청했을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등록이 반려됐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이는 정부기관을 드나들며 취재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군사정권의 프레스카드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조선일보가 정녕 모르는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는 얼마 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군사정권 보도지침’이라고 매도하더니, 이제는 기자등록에 얼토당토 않은 ‘군부독재의 포장지’를 씌우고 있다.

조선일보가 계속 참여정부를 군사정권에 빗대려면 먼저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조선일보가 아는대로 설명하고, 나아가 조선일보가 군사정권 아래서 어떻게 해 왔는지도 독자와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고백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