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미국박사 6.6%는 ‘엉터리 박사’

YOROKOBI 2007. 8. 24. 20:40
[한겨레] 최근 5년 동안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6.6%가 학위 질을 확인하기 힘든 ‘비인증 대학’에서 학위를 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최소한 2명은 현재 4년제 대학 교수로 임용돼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의 의뢰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3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학진에 신고한 7765명 가운데 미국 대학 박사학위 취득자는 54.1%인 4199명이었다. 학진이 대학 인증체계를 갖춘 미국의 박사학위 취득자 출신 대학을 확인한 결과, 정상적인 학위로 인정되지 않는 비인증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은 모두 276명이었다. 이는 미국 박사학위자의 6.6%, 전체 외국 박사학위자 가운데 3.6%에 이른다.

276명 가운데 목회학 등 기독교 관련 학위를 받은 이가 14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미국은 ‘미국고등교육인증협의회’(CHEA)처럼 미국 교육부가 인정한 대학 인증기관이 교육의 질 등을 평가해 대학을 인증하고, 인증 대학에만 정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갖추지 않은 채 학위를 남발하거나 잘못된 광고를 한 대학, 주 정부의 영업 허가만을 받은 대학 등은 인증받지 못한다. 김옥랑 교수가 학위를 받은 퍼시픽웨스턴대학이나, 최근 ‘학위 남발 대학’으로 알려진 미국국제대학(AIU) 등 미국 내 비인증 대학은 현재 731곳에 이른다.

미국 일부 주는 비인증대학 학위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교육부도 “비인증 대학이라고 반드시 교육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인증 대학 박사학위자 276명이 나온 대학은 모두 23곳이다. 미국세계대학과 미드웨스트신학대가 39명으로 가장 많고, 코언신학대가 38명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국제대학은 애초 신고자가 41명이었는데, 지난달 32명이 스스로 신고를 취소했다. (표 참조) 전공별로는 설교학, 기독교교육학 등 기독교 관련 학위가 140건으로 전체의 50.7%였고, 학교 이름으로 기독교 관련 학교임을 알 수 있는 대학도 13곳이나 됐다. 나머지는 교육행정, 호텔경영, 네트워크보안, 원예학, 체육교육 등 인문·사회, 자연, 예체능 등에 두루 걸쳐 있었다.

학진 쪽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비인증 대학 박사학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이들 가운데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이 된 이도 최소한 2명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학벌 중심 사회에서 가짜 학위가 판을 치다 보니, 비인증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괜찮다는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며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비인증 대학 학위 취득자를 거를 수 있도록 관련 법규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