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국내외 신학대학 학위 실태와 대책… 한달 한번 수업 1년만에 외국 석사학위

YOROKOBI 2007. 8. 24. 20:42
가짜 학력 파문이 이어지면서 기독교계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 일정 기간 한 곳에 머물면서 연구한 결과로 얻어진 학위가 아니라 속성 과정을 거치거나 논문 대필 등으로 손쉽게 얻은 학위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회개와 함께 실력과 내용을 가진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계에 확산되고 있다.

◇한국어 강의에 논문은 리포트 수준=미국에 있는 대학이지만 한국어로 강의하고 박사 학위 논문은 대학 리포트 수준이다. 목회학 석사(M.Div.)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모여 수업을 하고 1년 만에 학위를 수여한다. 적법한 절차로 학교를 설립하고 학위를 수여하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증명되지 못한 수준의 교육이 난무하고 있다.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외국 학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서류를 조작해 학위를 받거나 학위를 매매하는 경우다. 학자들은 이같은 경우가 그동안 비일비재했다고 털어놓는다.

학교 설립이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신학교 설립이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학위 수여가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또한 북미신학교협의회(ATS:Association Theological Schools)가 아닌 군소 신학교협의회 등에 가입돼 있어 국내에서는 거의 검증이 안 되는 형편이다.

◇일주일 한번 수업, 3년만에 철학박사=교단 학교법인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목회자들이 국내에서 받는 학위는 목회학박사(D.Min.)이나 철학박사(Ph.D.)가 많다. 신대원을 졸업한 목회자들이 선호하는 대학도 있다. 서울보다는 지방에 많다. 등록 인원이 적은 지방대는 재정 충당을 위해 학위를 남발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목회자들은 수도권 모 대학과 충남 모 대학에서 학위를 많이 받는다. 대개 일주일 한 차례 강의를 듣고 3∼4년 뒤 박사 학위를 받는다. 논문 심사는 형식적이라는 소문이다. 교계 중견 목회자는 "목회자들이 몰리는 대학 몇 군데가 있다. 교회를 담임하면서 일주일에 한번만 학교에 가면 학위를 준다는 입소문이 나 있다"고 귀띔했다.

교단장협의회 소속 20여개 교단 외 소규모 교단의 신학교나 비인가 신학원은 6개월∼1년만에 목사 안수를 주는 곳도 허다하다. 심지어 어떤 신학교는 경력을 참작, 3개월만에 안수를 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1980년대를 정점으로 기독교 인구가 정체되면서 다수 폐교되거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다.

신학대 박사 학위, 수 년에 한명=신학이나 철학박사 학위를 교단 산하 학교법인에서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장 큰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감리회 학교법인인 장신대나 감신대는 몇 년에 한명 꼴로 신학박사 취득자가 나온다. 박사 학위 수여가 없는 해도 있다. 교육부는 학교 규모와 학생 비율에 따라 박사 학위 인원을 제한한다. 그만큼 학위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정식 목회자가 되려면 대개 해당 교단 학교법인 신학부 4년과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을 졸업한 뒤 수련목 시험을 거쳐 2년 이상 전도사로 활동해야 한다. 최소 10년이 걸린다. 일반대학을 나오거나 다른 교단 학교를 졸업했을 경우 신대원 3년을 다시 다니기도 한다. 목회자 수급을 조절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의 주류 신학교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ATS에 등록된 250여개 신학교가 가장 공인된 학교로 알려져 있다. M.Div. 과정은 3∼4년 코스로 학교에 따라 10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D.Min. 과정도 목회 경력이 있는 M.Div. 학위 이상자들에게 입학을 허가하며 계절학기를 이용해 1∼2주간 집중 강의와 리포트, 실무 교육을 거친다. 30학점 이상 이수하며, 빠르면 1년 반에서 3년 정도 공부해야 한다. 학교에 따라서는 200쪽 이상의 졸업 논문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내용있는 학위'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두 가지다. 학교가 있는 지역에 얼마나 살았는가. 그리고 얼마 동안 공부했는가다.

감리회 송병구 목사는 "교회 밖에서는 부실한 학위가 부끄러움인데 비해 교회 안에서는 부실한 학위가 오히려 자랑거리"라며 "대학이 학위 장사를 하는 풍토에 편승해 질과 상관없이 학위를 받으려는 목회자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조직신학) 교수는 "목회자들이 공부하는 것은 좋으나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얼마나 내용있는 공부를 했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짜 학력 파문을 통해 교계에서도 제대로 공부하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목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