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께

조선의 마지막 외교특사 이준 열사가 머나먼 이국땅 헤이그에서 망국의 한을 품고 순국하신지 100여년이 지난 올해 한국출신 외교관이 '세계평화 대통령'으로서 국제외교를 주도하고 있다니, 이 벅차오르는 감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쁜 소식은 또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일생을 조명한 책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YTN 신웅진 기자 씀)가 2007년 상반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청소년들이 '나도 반기문 총장님처럼 열정으로 가득찬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했답니다. 한국의 내일을 열어갈 이땅의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어줄 인물이 현세에 존재한다는건 정말 하느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토로와의 약속을 기억하세요?
그런데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할아버지의 <우토로 지원발언>이 립서비스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토로 지역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외 각계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바, (중략) 정부 자체의 지원방안을 통해 우토로 지역 동포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장관의 견해와 대책은 무엇인가?"
다음은 장 의원 질의에 대해 반기문 전 장관이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이다. 국회 회의록에 수록된 내용 그대로이며 한 자도 빠지지 않은 답변 전문이다.
<우토로 지원, 반기문의 립서비스 / 프레시안 / 김하영 기자>, 기사 원문 : 보러가기
우토로 마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클 때에는 마치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것처럼 말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자 '역사성과 형평성'을 운운하며 슬며시 발을 빼고 있다고, 정부만 믿고 있다가 다른 대책을 준비할 시간을 놓쳐버렸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위기의 우토로 마을 / 문화방송 / 뉴스데스크>, 기사 원문 : 보러가기
일제 시대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죄로 강제 징용에 끌려온 사람들, 해방 이후 정부가 대일청구권을 포기하는(1965년) 바람에 정당한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 그리고 광복 60년이 지난 21세기에 다시 한번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사람들은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을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우토로 주민들에게 든든한 이웃이 되어 주세요.
할아버지는 <우토로>란 말을 들으면 어떤게 생각나세요? 저는 이상하게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가 떠오릅니다.
토토로와의 만남으로 행복감에 부풀어있던 사츠키와 메이에게 어느 날 어머니의 퇴원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불안해하는 메이는 혼자 엄마를 찾아 병원으로 떠났다가 길을 잃고 맙니다.
사츠키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온 동네를 뒤져 메이를 찾아보지만 메이는 흔적조차 없고 저수지에선 어린 여자아이의 샌달이 발견됩니다.
사츠키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이웃집 토토로를 찾아 갑니다. 한참 꿈나라에 빠져있던 토토로는 메이의 울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토토로는 사츠키를 고양이 버스에 태워 메이를 찾아줄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도 데려다 주지요.
어린 자매에게 토토로는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는 정말 든든한 이웃입니다.
우토로 마을 주민들도 토토로 같이 힘있는 이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리 한일 양국 시민단체가 나선다 한들 그 힘은 미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요. 이럴때 한국정부가 나서서 토지매입에 필요한 돈 33억원을 지원해준다면, 국제연합이 관심을 가지고 우토로 마을의 급박한 상황을 세계에 널리 알려 준다면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큰 힘을 얻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현재의 우토로 마을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애니메이션은 <이웃집 토토로>가 아니라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라고. 애니메이션 속의 너구리들처럼 우토로 주민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에는 마을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마을 철거개시 기한이 불과 3-4일 밖에 남지 않은 지금 희망보다는 체념이 현실적이라는 그의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기적을 믿고 싶습니다. 반세기 동안 계속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우토로 마을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웃 토토로(한국정부, 유엔)가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를, 그래서 우토로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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