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컴퓨터

저가경쟁 돌입한 세계 PC업계

YOROKOBI 2007. 9. 7. 11:56
‘HP도 리눅스를 탑재한 값싼 PC를 공급하겠다. ’

세계 최대 PC(개인용컴퓨터) 업체인 HP(휴렛패커드)의 마크 허드 CEO가 저가(低價) PC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2위 델과 3위 레노버(작년기준)에 이어 HP까지 저가 PC 시장에 합류함에 따라, 세계 PC 업계는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PC 업체들은 저가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대신 값싼 리눅스 프로그램을 장착, 향후 운영체제 시장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HP, 46만원짜리 PC 출시

HP는 최근 가격이 약 46만원(489달러)인 PC ‘컴팩 dx2250’를 출시했다.


▲ 세계 3대 PC 업체인 HP, 델, 레노버 등이 잇따라 저가형 PC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델의 노트북 컴퓨터 제품.
HP는 이 제품을 호주 시장에 먼저 투입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다른 국가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컴팩 dx2250 PC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렴한 부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성능은 90만~100원대 PC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CPU(중앙처리장치)는 인텔보다 납품가격이 싼 AMD의 제품을 장착했다. CPU의 처리속도는 모델에 따라 1.60~2.8GHz(기가헤르츠)다. HP는 100만원대 PC에는 인텔의 CPU를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는 250GB(기가바이트) 수준이다. CD와 DVD 기능도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컴팩 dx2250 PC의 제원을 보면 저렴한 부품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능 측면에선 90만~100만원대 PC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컴팩 dx2250 PC의 또 다른 특징은 컴퓨터 운영체제로 리눅스 프로그램을 장착했다는 점이다. 리눅스 프로그램의 가격이 윈도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HP는 대부분 컴퓨터에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는 MS의 윈도 프로그램을 내장해서 판매해왔다.

HP는 컴팩 dx2250 PC의 주 타깃을 호주의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소규모 자영업) 사업자’로 잡았다. HP측은 “호주에서 직원 수가 20~30명 정도인 소규모 사업자의 컴퓨터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저가형 컴퓨터를 투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델·레노버는 저가 PC로 중국시장 공략

HP가 저가형 PC를 개발한 것은 경쟁사인 델과 레노버 때문이다.

레노버는 가격이 최저 199달러(약 18만7000원)에서 최고 399달러(약 37만5000원)인 보급형PC 시리즈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레노버의 199달러 PC는 CPU가 1개가 탑재된 본체와 키보드로 구성돼 있다. 모니터는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델은 올 3월 중국에서 가격이 335∼515달러(약 31만5000~48만4000원)인 저가 PC ‘EC280’을 출시했다.

델과 레노버의 저가 PC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상품이다. 델과 레노버가 중국용으로 개발한 저가 PC는 HP가 호주시장을 겨냥해 만든 PC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델과 레노버의 저가 PC도 아직 중국에서 폭발력을 갖기에는 아직 가격이 높은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에는 연간 수입이 560달러(약 52만6000원)에 불과한 농촌 인구가 8억명에 이를 정도로, 구매력이 약해 델과 레노버가 저가 PC를 선보여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녀 교육과 정보생활을 위해 PC를 구입하고 싶지만, 여건이 어려운 소비자가 많다는 얘기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PC 시장이지만 PC 보유인구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1위 업체인 HP가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면 가격을 더 낮춘 초저가 PC를 개발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가격이 522달러(약49만원)인 아동용 컴퓨터 ‘IQ PC’를 선보였다. 인텔은 대만 아수스텍 컴퓨터와 손잡고 가격이 200달러(약 18만8000원)에 불과한 노트북을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초저가 PC로는 ‘OLPC(One laptop per child·아이들에게 컴퓨터를 한대씩) 재단’의 ‘100달러 노트북’이 있다. 미 MIT 미디어랩 교수로 재직했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이 제품은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후진국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노트북 PC다. 당초 올 여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오는 10∼11월로 공급 시기가 늦춰졌다.

컴퓨터 운영체제도 변화 가능성

PC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컴퓨터 운영체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계 운영체제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MS 윈도 프로그램 대신 값이 싼 리눅스 프로그램을 장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세계 PC 업계 1위인 HP가 리눅스를 장착한 저가 PC를 선보인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PC업계 2위 델과 3위 레노버가 올해 잇따라 ‘리눅스 PC’ 생산을 결정한 후에도 HP는 ‘윈도 PC’만 고집해 왔다.

델은 지난 5월부터 운영체제로 윈도 프로그램이 아닌 리눅스를 장착한 PC 판매를 시작했다. 레노버는 올 4분기에 리눅스를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레노버는 수년 내 리눅스 탑재 노트북 비율을 전체 노트북 PC 생산량의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HP까지 리눅스 PC 생산에 가세함에 따라 리눅스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MS 윈도의 입지는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리눅스를 탑재한 PC의 수요는 교육과 정부 부문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한 MS는 최근 중국에서 ‘윈도 비스타 홈 베이직 중문판’ 정품 가격을 18만원에서 6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가의 리눅스 PC 판매가 증가할수록 MS의 윈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눅스 (Linux)
PC용 운영체제(OS)의 하나. 1989년 핀란드 헬싱키 대학생이던 리누스 토르발즈(Linus Torvalds)가 개발, 1991년 일반에 공개했다. 리눅스는 무료로 공개돼 전세계 약 500만 명이 넘는 프로그램 개발자 그룹을 형성했다. 무료라는 장점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자와 학교 등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완성 PC 업체들이 장착하는 리눅스 운영체제는 전문업체가 리눅스를 개량한 제품이다. HP의 컴팩 dx2250 PC에는 리눅스 전문업체 레드햇의 제품이 장착된다. 개량된 리눅스는 무료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에 비해서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