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日 ‘대물림 정치’…“온실 도련님이 민심 알수있나” 비판고조"

YOROKOBI 2007. 9. 20. 11:40

"日 ‘대물림 정치’…“온실 도련님이 민심 알수있나” 비판고조"


1990년대 이후 총리 9명중 6명이 ‘세습의원’
“귀족정치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이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2파전을 벌이면서 일본 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후쿠다 전 장관은 아버지가, 아소 간사장은 외할아버지와 장인이 총리를 지낸 명문가의 후손.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어 3번 연속 세습의원이 총리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더구나 ‘세습의원=리더’라는 현상이 자민당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이 각각 3, 4대에 걸친 대물림 의원이다.

○평민의 아들은 총리 꿈 버려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서 아베 총리에 이르기까지 역대 총리 59명 중 ‘국회의원의 아들’은 모두 8명이다.

일본 정치가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영국은 로버트 월폴 이후 고든 브라운 총리까지 52명의 총리 가운데 29명(더 타임스 보도)이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비율로만 보면 일본이 영국보다 대물림 정치 성향이 약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데 따른 착각일 뿐이다. 영국의 경우 윈스턴 처칠 이후 11명의 총리 가운데 국회의원의 아들은 단 1명도 없다.

이에 비해 일본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에서 아베 총리까지 1990년대 이후 취임한 총리 9명 중 6명이 ‘세습의원’이다.

○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가업)’
일본에서 의원 세습 논란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가 선친의 선거구를 물려받아 처음 금배지를 단 것이 계기였다.

당시만 해도 정치 대물림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본 사회 전체가 만성이 된 상태. 2000년 오부치 총리가 급서(急逝)하자 당시 26세이던 딸 유코(優子) 씨가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도 비근한 예로 꼽힌다.

아들이나 딸은 그렇다 치고 사위, 동생, 조카가 선거구를 물려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를 포함하면 자민당 중의원 의원의 30% 안팎이 대물림 의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대물림 문화를 꼽고 있다. 우동가게나 이발소는 물론 가부키와 꽃꽂이 등 전통기예까지도 자녀에게 상속하는 현상을 당연시하다 보니 정치세습에 대해서도 반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베의 실패는 세습정치의 실패”
그러나 일부 지식인들은 아베 정권의 실패를 계기로 세습정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 본인이 명문가의 후손일 뿐 아니라 핵심 참모들도 시오자키 야스히사(염崎恭久) 전 관방장관과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전 자민당 정조회장 등 ‘귀하게 자란’ 세습 정치인 일색이다 보니 바닥 민심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정치학자인 구루메(久留米)대 고다마 마사미(兒玉昌己) 교수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도련님, 도련님’ 하며 떠받드는 데 익숙해진 2세, 3세 정치인들이 서민생활의 고달픔을 알 리 없다”며 “아베 정권의 실패는 대물림 정치의 실패”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