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아주 광범위하다. 여름철의 폭염·홍수·가뭄과 같은 기상재해가 증가하고, 생태계나 사회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사라진 전염병이 다시 전파되기도 한다. 기온의 상승은 토양의 수분 증발을 촉진시켜 사막화를 가져오고 대기오염 증가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의 확산에도 영향을 준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건강한 삶을 공격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현상 중 건강에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은 여름철 폭염이다. 우리 몸은 주위 환경과의 계속적인 열 교환을 통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매우 높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조절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건강 피해가 일어난다.
2003년 3만5000여명의 사망자를 내며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유럽의 폭염은, 이들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특이한 고온 현상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다. 고온으로 인한 대표적 질환에는 열경련·열피로·일사병·열사병 등이 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기온의 경우 평균값의 변화만이 아니라 건강 피해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높은 날의 횟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1995년 후반부터 폭염 발생의 기간과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의 경우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던 1994년을 제외하면 폭염 지속 일수가 평균 5일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1996년 이후에는 여름철 폭염이 10일 이상 지속되는 기간이 계속 늘고 있으며 연도별 초과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1994~2005년 여름철 서울·대구·인천·광주 지역에서 더위로 인한 사망자는 2127명으로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실종자(1219명)보다 많았다.
폭염이 계속되면 심장질환·당뇨병·고혈압·호흡기질환·사고·경련 등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한다. 폭염 현상은 농촌지역보다 열섬현상 등으로 높은 기온을 나타내는 도시지역 거주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성별에 관계없이 65세 이상 연령군이 민감하며, 특히 8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다. 설사나 호흡기 감염,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도 고온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러한 폭염 현상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1.4도에서 5.8도까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폭염과 같은 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영향은 범위의 광범위성, 여러 지역의 동시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개인적 수준의 예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폭염이 발생할 경우 시민들의 대처 요령과 응급실 이용 안내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각별히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오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기온상승은 도시의 오존농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높은 기온은 오존의 전구물질인 휘발성 유기물질과 질소 산화물의 자연적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오존이 생성되는 광화학적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마다 오존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온과 오존농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온상승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대기 중의 황산염, 질산염의 생성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는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수목류·목초류·잡초류의 개화기와 성장에 영향을 미쳐 알레르기성 오염 물질의 대기 중 농도와 확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변화는 이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기오염을 악화시켜 간접적으로 건강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꽃가루와 곰팡이 등의 발생 빈도가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알레르기나 천식 환자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최근 세계적으로 전염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신종 출현 전염병도 있지만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재출현 전염병도 있다. 전염성 질병의 경우 대부분이 모기·진드기·벼룩 등 곤충이나 쥐·토끼 등의 설치류를 통해 확산되므로 질병의 확산은 매개체가 되는 곤충이나 설치류의 생육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이들 매개체의 생육환경이 변화하면서 개체 수의 증가와 서식지의 확장으로 전염성 질병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특히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이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모기가 알에서 번데기를 거치는 기간은 15도에서 15.5일이 걸리지만 기온이 20도 이상인 경우 9.5일로 줄어든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모기가 성충이 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발육기간이 단축돼 개체 수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역의 경우 약간의 기온 상승에 의해서도 모기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하거나 활동 시기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최근 관심이 되는 말라리아의 경우도 기온·강수량·습도 등 기후 요인과 관련이 깊다.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2007년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대에는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만연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증가 역시 바닷물 속 비브리오균의 증식을 높이고 관련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증가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보고 있으며, 기후 변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전염성 질환의 증가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래 대부분의 전염병이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후 변화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발진열, 뎅기열, 비브리오 패혈증 등 많은 질병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나 세균성 이질 등은 1980년대까지 크게 감소하던 질병인데 최근에 다시 급증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관련성이 낮은 대부분의 전염성 질병 등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최근에도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 질병은 계속 급증하며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기후 변화와 관련 있는 전염성 질병에 대한 국가적 관리 시스템이 절실하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잘못된 확신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버려야 한다. 신음하는 지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지구가 살아야 인류가 산다. ▒
/ 김소연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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