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은 자연과 인간계에서 두루 관측된다. 북극과 남극의 동·식물군의 변화, 해양의 어류와 해조류의 이동, 말라리아의 증가 등은 지구온난화의 확실한 증거다. 과거 100년간 0.76도 상승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앞으로 3~5도의 기온상승으로 인한 영향은 얼마나 심각할 것인가?
과학자들은 우리 인간에게 물 부족이나 수질 악화, 농작물 수확성의 변화로 인한 식량부족, 홍수 위험, 에너지 고갈, 각종 전염병과 영양 부족, 생물종의 변화 및 멸종 위기 등 불안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농·수·축산업 등 1차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농작물과 수산자원 생산에 변화를 가져오며 우리의 식생활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일반적인 소비와 수요에 대한 영향이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의 변화뿐만 아니라 다른 변수의 존재로 인해 예측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나 어느 정도 변화를 읽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재배적지(適地)와 개화시기의 변화에 따라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나 품종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의 주식인 벼 수확을 비롯해 보리와 채소, 과일 등의 재배가 영향을 받게 되고 기후 변화에 취약한 작물은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 1980~2005년까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쌀 수확량은 전반적으로 조금씩 감소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2080년 한반도 기온이 5도 상승할 경우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벼 수확량이 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르면 금세기 말 벼 수확량은 전국 평균 14.9% 정도 감소하고 특히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지역의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지대별로는 남서해안 지대가 20.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과는 기후 변화로 인해 재배적지의 면적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재배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이후 재배량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연구에서 후지 사과의 경우 생육기 평균기온이 3도 정도 상승하면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사과 재배에 적절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우리나라에서 후지 사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 반면 복숭아의 경우는 1980년 이후 재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기온 상승에 따라 복숭아 재배에 영향을 주는 동해(凍害) 발생 지역의 분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그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복숭아가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 수입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아열대 작물로 알려져 있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았던 파인애플, 키위 등의 재배 수확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무화과와 키위 등은 수확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작물 수확에 미치는 영향에는 여러 요소가 관계된다. 이 중 홍수와 가뭄의 증가는 작물수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는 바로 곡물을 사료로 쓰는 축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간의 연구에 의하면 작물 중에서 옥수수, 사탕수수, 기장 등은 다른 작물에 비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연료의 개발과 보급 증대는 바이오연료의 가격과 연계하여 가축 값의 변동으로 이어진다. 바이오연료 곡물을 사료로 쓰는 가축의 값이 올라 식생활에서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 미국에서 예측한 옥수수 가격의 상승 그래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석유를 대체할 에탄올을 뽑아내기 위해 옥수수를 이용하는데, 올 들어 옥수수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고 그 여파로 소와 돼지 등 옥수수 사료를 먹는 가축의 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는 관련된 자료가 없지만 가히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육류 가격의 상승이 실제 어느 정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예전과 달리 국민소득이 높아져 비교적 살 만한 시대에 균형적인 영양 공급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가격 탄력성이 소비를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지구온난화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많은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수의 온도 변화는 물론이고 동물성 플랑크톤의 양적 변화,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 증가, 한류성 어종의 감소 현상 등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어류별 어획 순위와 주 어장의 분포지가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와 관련,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전체 및 지역별 수산자원 어종 변화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왔다. 대표적으로 겨울철 동해안의 평균 수온이 1960년대에는 약 6.5도였으나 1990년대에는 평균 8.0도로 다른 해역에 비해 상승 경향이 뚜렷했다. 이들 조사에 의하면 멸치·가자미·삼치 등의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고, 제주도 연안에서는 2000년 이후 열대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파리의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 연근해 어종으로 맛이 담백하고 어획량이 많았던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남한에선 더 이상 잡아올리기 어렵게 됐다. 그 자리에 열대성 어류와 해초류가 자리를 잡았다. 과거에는 잡히지 않던 한치가 완도 근처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온 상승으로 오징어·고등어·전갱이의 겨울철 어획량이 1960년 이후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들 어군의 분포 지역도 과거에 비해 점차 북상하고 있다. 어군의 분포 변화는 과거 동해안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 등장한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명태는 감소 추세가 확연해서 말린 명태인 북어국을 식탁에 올려 놓기 점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 한국인의 입맛을 잡아주던 시원한 생태찌개도 점차 맛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제사상의 북어포도 다른 어종으로 대체될지 모른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은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지구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다 준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30년, 50여년 후 우리 인류가 어떤 영향으로 인해 어떠한 변화에 처하게 될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 창출과 함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
/ 한화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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