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서울을 이산화탄소 감축 모델도시로 만들자.

YOROKOBI 2007. 9. 22. 20:47
“서울을 이산화탄소 감축 모델도시로 만들자”


2015년은 인류에게 ‘환경 마지노선’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류의 환경 훼손과 자원 남용을 꾹 참고 있던 자연의 ‘가공할 역습’이 바로 몇 년 뒤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환경 전문가 4명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최열 환경재단 대표,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5월 15일 오전 환경재단 회의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현진]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4차 평가보고서가 발표됐다. 실무그룹 1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천재(天災)가 아니라 90%가 인위적인 것으로, 인류의 화석연료 소비가 온난화를 야기한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 실무그룹 2에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생태계가 받는 치명적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실무그룹 3은 현재 370ppm인 이산화탄소 농도를 550ppm 수준으로 안정화시키려면 2030년까지 세계 GDP의 0.6%, 2050년까지 1.2%를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상민] 그 동안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보수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태풍 매미나 루사뿐만 아니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프랑스에서 폭염에 의해 수만 명이 사망한 경험만 봐도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최열] 우리 국민은 지구온난화에 유독 무신경한 것 같다. 일반 시민은 온난화라고 하면 서서히 더워지는 것으로 보고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금방 변하고 달라지고 부서지는 것은 누구든지 알 수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슬로모션으로 오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뿐이다.

[황상민] 우리 국민이 환경과 지구온난화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세 가지 범주로 나뉘었다. 우선 개발환경업자들은 환경문제는 캠페인이나 제도로 처리하고 일반인의 의식이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보는 그룹이었다. 둘째는 환경 보보스 집단은 환경문제가 내 생활의 기반을 파괴하고 가족과 일상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낄 때 행동의 변화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환경기술론자들은 환경 문제를 전 지구적 이슈로는 이해하지만 개인적 생활의 변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부류다.

[김현진] 기후 변화에 대한 인지도는 한층 높아졌다. 지난 4월 환경부의 설문조사결과 조사 대상의 97%가 기후 변화 문제를 알고 있었다. 2007년 1월 다보스 포럼 이후 기후 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의 중요성이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2~3년 전과는 현격히 다른 상황이다.

[황상민] 이런 반응이 일관된 인지구조에 의한 것이냐, 아니면 정답 찾기 반응에 의한 것이냐는 두고봐야 한다. 나는 후자로 판단한다. 환경부 안에서도 온난화 문제와 관련, 국민을 어떤 측면으로 이끌어가고 문제를 해결할지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순진]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 나라는 독일과 영국이다. 독일은 17.2%, 영국은 13.4%까지 줄였다고 한다. 영국은 목표치를 초과했고, 독일에서는 생태적 조세개혁 등 제도와 인식의 변환이 함께 진행됐다. 우리도 학교와 사회를 무대로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학생과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서 무엇이 문제이고 내 생활과 연결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짚어줘야 한다.

[최열] 10여년 전 내가 나서서 지구온난화를 말할 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시 일본은 달랐다. 주부 여론조사에서도 지구온난화가 주요 이슈로 나올 정도였다. 온난화, 사막화, 오존층 파괴처럼 10개 이슈 중 3~4개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문제였다.

[김현진]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정부는 환경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찾아보자며 국민을 설득했다. 국민도 일본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일어섰다. 그래서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의해 일본은 온실가스 6% 감축의무를 받았다. 당시 에너지 효율 1위 국가였던 일본의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협상에 실패해서 비싼 감축비용을 물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었다. 사실 온실가스 감축은 한 나라만 잘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차원의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영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중국이 2년만 왕창 내뿜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최열] 어제 중국의 대기업 CEO와 신흥 재벌을 만났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전 세계 20대 도시 중 16~17개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은 유럽과 미국에 대한 책임론을 얘기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인도의 23억명이 미국과 유럽의 이전 단계를 따라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 지구온난화 문제는 국가 단위를 넘어 전 지구적 차원의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 태풍, 황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온난화로 인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진다.

[윤순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차별적인 책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우선 선진국이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중국이 그들과 똑같이 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빠른 행동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인식이 그들에게 폭넓게 확산돼야 할 것이다. 형평성만 따지다 보면 지구가 침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혜로운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개도국에 대해서는 성장과 온실가스 절감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선진국에 대해서는 총량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다르게 접근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황상민] 그렇다면 개개의 사람이 생활 속에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0%를 전력, 20%를 수송이 차지하고 있다. 전기 사용과 수송 에너지를 줄이면 된다.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자. 대형 자가용은 지하철보다 100배, 소형차는 50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미안한 마음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윤순진]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아직 나의 편리성을 희생할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은 것 같다. 언론에서는 휘발유 가격에 세금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문제는 세금을 얼마 거두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마련된 재원을 어디에다 쓰는가에 있다. 휘발유에 붙여진 세금은 손상된 환경을 치유하는 데 쓰여지지 않고 더 많은 차를 불러모으는 도로를 닦는 데 사용되고 있다. 사전에 버스나 지하철의 편의성을 높이거나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지 않고 사람들 의식 전환에만 기대한다면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최열] 우선 서울을 이산화탄소 감축의 모델 도시로 만들자. 구체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시민의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구하자. 구체적인 실천 단위를 만들고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일을 이뤄야 한다. 서울이 바뀌면 지역과 나라가 바뀐다. 3년 전 ‘CO2 Zero 도시’를 선포한 헤이그는 좋은 참고가 된다.

[김현진] 1인당 GDP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가정이나 상업 부문의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주거면적은 1985년에 비해 2배로 늘었고, 가전제품의 대형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광열비 비중은 1985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에너지 절약의 인센티브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 에너지 효율적인 새로운 도시의 건설은 새로운 유전 개발과 맞먹는 에너지 창출을 가져올 것이다.

[황상민] 생활방식과 행동변화, 생활이나 산업에서 에너지효율 극대화라는 두 가지 대안이 나왔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일본은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고, 그게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변화시켰다.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행동이나 의식을 변화시키려면 시간이나 효과 면에서 훨씬 큰 어려움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윤순진] 두 가지 대안이 서로 배타적 관계는 아니다.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최열] 정부의 에너지 전략과 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수입에 사용되는 재원은 연간 853억달러, 약 80조원으로 GDP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황상민] 국민이 에너지 문제나 지구온난화 문제를 스스로 깨닫게 하려면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을 정부가 과감히 공개해야 한다. 1970년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은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었다. 오늘날에는 가장 에너지효율이 높은 회사로 바뀌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대폭 줄이는 기업을 사회가 인증해 주고, 세제혜택과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기업이 얼마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는지를 기업의 평가지표 중 하나로 삼아서 기업의 신용평가처럼 환경평가를 하나의 항목으로 둬야 한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에너지 효율상 척도를 포함하자는 말이다.

[김현진] 중국의 경우 뒤늦은 것 같지만 올해 4월부터 중국 환경보호총국과 인민은행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나 환경보호 노력을 대출심사에 반영하도록 했다고 한다. 기업의 환경적인 노력을 신용 이미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삼은 것이다.

[윤순진] 하지만 의무감축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바람직하지만 힘들 것 같다. 우리 내부적으로라도 감축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 행위의 동기와 근거가 생긴다.

[김현진]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짐은 기업이 지게 된다. 포스코는 에너지 다소비업체지만, 포스코의 에너지효율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들을 전적으로 비난만 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다. 제조업 중에서도 철강·석유화학·제지업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28%에 달한다. 이런 업체들이 산업 부문 에너지 사용량의 70%, 국내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40%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자발적 협약을 맺거나 배출권 거래제도 등 시장 메커니즘 또는 탄소세 등 세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EU에서 잘 작동되고 있다.

[윤순진] 기후 변화 부과금을 부과한 독일의 경우 에너지 다소비 부문에 대해서 국제 경쟁력을 감안, 감면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생태적 조세개혁이라고 해서 가정이나 상업 부문도 일정 부분 부담하도록 했다. 국민의 인식수준이나 심각성의 공유 정도가 우리와는 달랐을 것이다. 고민과 협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배출권 거래제도에서 할당하는 방법은 기업과 충분히 토의해서 적정량을 선택해야 한다.

[김현진] 온실가스 감축과 연관해서 가장 늦게 진행되고 있는 부문이 정부 부문이다. 과학은 달려가고 관련 시장은 커가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방어적·수동적으로만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 새로이 형성되는 탄소 시장에 노출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기업이 새로운 환경을 학습할 수 있도록 노출시켜야 한다. 협의를 통해 단점이 없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은 단위라도 기업이 배출권 거래의 노하우를 익히고 그런 샘플링을 통해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다.

[최열] 환경을 살리는 것이 경제도 살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2013년 이후에는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이 생겨날 것이다.

[황상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에 달해도 자동차를 끌고 나오는 우리 국민이다. 이들의 행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최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없이 그냥 열심히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제대로 노력하기도 전에 환경재앙으로 공장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황상민] 개인이나 기업, 가정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4인 가족을 표준으로 우리가 몇 단계의 에너지 소비 수준에 있는지, 자신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파악하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부터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