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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들 “싫으면 관두쇼” 배짱영업
신고해봤자 “단속인력 없다”고 시큰둥
대부업 이용자 절반이 “있는줄도 몰라”
개인과외 강사인 이아무개(24)씨는 지난 9월 말 그룹과외를 하려고 얻었던 오피스텔에서 나와야 했다. 보증금 500만원 가운데 250만원이 ㄷ대부업체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업체에서 올해 4월 오피스텔 보증금을 담보로 300만원(실수령액 210만원)을 빌렸다. 5월부터 석달 동안 60만원씩 여섯 차례에 걸쳐 360만원을 갚으라는 조건이었다. 6월에 다시 150만원(실수령액 120만원)을 빌려 여섯번을 채웠지만 이 업체는 8월에 21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결국 이씨는 오피스텔 보증금으로 빚을 갚아야 했다. 실수령액 330만원을 받고 5개월 동안 610만원을 줬으니 연 이자율이 211%나 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오피스텔 보증금 때문에 처음 대부업체를 찾은 이후 이씨는 올해 9월까지 12개의 등록·무등록 대부업체를 전전하며 ‘사채 돌려막기’를 했다. 연 이자율 2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를 갚으려면 다시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30일 무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연 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이 시행됐지만, 이씨의 고통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자제한법 시행 직후인 7월 초 이씨가 100만원(실수령액 70만원)을 빌린 업체의 이자율은 열흘에 20%나 됐다.
이씨는 “지난해 9월 5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1500여만원을 갚았는데도 아직 3500여만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며 “처음에는 돈이 급해 ‘일단 빌리고 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정말 후회된다”고 가슴을 쳤다. 이씨는 “이자제한법은 있는 줄도 몰랐다”며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 이자인 66%는 알고 있어 대부업자에게 한번 운을 떼봤더니 ‘돈 빌리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대부업자들이 해코지를 할까봐’ 두려웠다. 결국 막판까지 몰린 이씨가 찾은 곳은 정부 기관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민원센터였다.
이자제한법이 시행된 지 8일로 100일이 지났다. 10년 만에 힘들게 부활한 법이지만 정작 불법 사금융 현장에는 미풍도 불지 않고 있다.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감독,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도 많다. 정부는 지난 6월 2차 대부업 정책협의회를 열어 ‘종합선물세트’처럼 번지르르한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가 서민 맞춤대출 서비스업체인 한국이지론과 공동으로 지난 1~7일 이지론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76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80명이 이자제한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석달 동안 정부의 홍보는 거의 없었다. 소관 부처인 법무부의 김영준 법무심의관은 “이자제한법이 대부업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관련 내용을 함께 정리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부업법 개정안은 아직 정기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다.
법무부는 6월 발표문에서 “고리사채를 이용한 저소득층 국민이 법률구조공단을 활용해 이자제한법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자제한법에는 연 30% 이상 지급한 이자는 무효인 만큼 반환 청구소송 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사금융 피해자들에게 ‘소송’은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불법 대부업체 단속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등록·무등록 대부업체들의 불법 영업에 대한 처벌은 이자제한법(민법)이 아닌 대부업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자제한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대부업법의 철저한 집행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부업체 관리·감독은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이광수 서울시 특수거래팀장은 “담당 인력이 4명인데 대부업체 신규 등록 신고만 일주일에 100건씩 된다”며 “숫자도 많은데다 숨어서 영업하는 무등록 업체까지 어떻게 적발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정부는 6월 협의회 결과 “전국 지자체의 대부업 담당 인력을 71명 증원하고 이자제한법 시행 전까지 경찰청의 단속 전담 인력 충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8월 말 현재 지자체 인력 증원은 12명에 그치고 있다. 경찰의 인력 충원은 아예 내년으로 미뤄졌다.
사금융 피해자들을 돕는 모임인 서민경제회복연대의 백승진 국장은 “피해자들이 지자체에 전화를 하면 경찰로 돌리고, 경찰은 다시 지자체에 전화를 돌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일단 법만 만들면 끝’이라는 식의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계속되면서 이자제한법은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고해봤자 “단속인력 없다”고 시큰둥
대부업 이용자 절반이 “있는줄도 몰라”
개인과외 강사인 이아무개(24)씨는 지난 9월 말 그룹과외를 하려고 얻었던 오피스텔에서 나와야 했다. 보증금 500만원 가운데 250만원이 ㄷ대부업체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업체에서 올해 4월 오피스텔 보증금을 담보로 300만원(실수령액 210만원)을 빌렸다. 5월부터 석달 동안 60만원씩 여섯 차례에 걸쳐 360만원을 갚으라는 조건이었다. 6월에 다시 150만원(실수령액 120만원)을 빌려 여섯번을 채웠지만 이 업체는 8월에 21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결국 이씨는 오피스텔 보증금으로 빚을 갚아야 했다. 실수령액 330만원을 받고 5개월 동안 610만원을 줬으니 연 이자율이 211%나 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오피스텔 보증금 때문에 처음 대부업체를 찾은 이후 이씨는 올해 9월까지 12개의 등록·무등록 대부업체를 전전하며 ‘사채 돌려막기’를 했다. 연 이자율 2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를 갚으려면 다시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30일 무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연 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이 시행됐지만, 이씨의 고통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자제한법 시행 직후인 7월 초 이씨가 100만원(실수령액 70만원)을 빌린 업체의 이자율은 열흘에 20%나 됐다.
이씨는 “지난해 9월 5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1500여만원을 갚았는데도 아직 3500여만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며 “처음에는 돈이 급해 ‘일단 빌리고 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정말 후회된다”고 가슴을 쳤다. 이씨는 “이자제한법은 있는 줄도 몰랐다”며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 이자인 66%는 알고 있어 대부업자에게 한번 운을 떼봤더니 ‘돈 빌리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대부업자들이 해코지를 할까봐’ 두려웠다. 결국 막판까지 몰린 이씨가 찾은 곳은 정부 기관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민원센터였다.
이자제한법이 시행된 지 8일로 100일이 지났다. 10년 만에 힘들게 부활한 법이지만 정작 불법 사금융 현장에는 미풍도 불지 않고 있다.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감독,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도 많다. 정부는 지난 6월 2차 대부업 정책협의회를 열어 ‘종합선물세트’처럼 번지르르한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가 서민 맞춤대출 서비스업체인 한국이지론과 공동으로 지난 1~7일 이지론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76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80명이 이자제한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석달 동안 정부의 홍보는 거의 없었다. 소관 부처인 법무부의 김영준 법무심의관은 “이자제한법이 대부업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관련 내용을 함께 정리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부업법 개정안은 아직 정기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다.
법무부는 6월 발표문에서 “고리사채를 이용한 저소득층 국민이 법률구조공단을 활용해 이자제한법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자제한법에는 연 30% 이상 지급한 이자는 무효인 만큼 반환 청구소송 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사금융 피해자들에게 ‘소송’은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불법 대부업체 단속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등록·무등록 대부업체들의 불법 영업에 대한 처벌은 이자제한법(민법)이 아닌 대부업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자제한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대부업법의 철저한 집행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부업체 관리·감독은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이광수 서울시 특수거래팀장은 “담당 인력이 4명인데 대부업체 신규 등록 신고만 일주일에 100건씩 된다”며 “숫자도 많은데다 숨어서 영업하는 무등록 업체까지 어떻게 적발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정부는 6월 협의회 결과 “전국 지자체의 대부업 담당 인력을 71명 증원하고 이자제한법 시행 전까지 경찰청의 단속 전담 인력 충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8월 말 현재 지자체 인력 증원은 12명에 그치고 있다. 경찰의 인력 충원은 아예 내년으로 미뤄졌다.
사금융 피해자들을 돕는 모임인 서민경제회복연대의 백승진 국장은 “피해자들이 지자체에 전화를 하면 경찰로 돌리고, 경찰은 다시 지자체에 전화를 돌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일단 법만 만들면 끝’이라는 식의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계속되면서 이자제한법은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소송지원 나서고, 금감원도 더 책임 회피 말아야..
어떻게 해야 하나?
이자제한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구조 지원,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교육과 대출상담, 대안금융 활성화 등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자제한법에 따라 6월30일 이후 무등록 대부업체에 지급한 이자 중에 30% 초과 부분은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업체 쪽에서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면 초과이자 반환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송태경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실장은 “경찰이 무등록 대부업자를 적발해 형사처벌을 하고, 동시에 민사적으로는 이자반환소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률구조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월 소득 24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소송대리 같은 법률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자제한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좀더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의 권정순 변호사는 “일본에서는 사채업자의 초과이자를 돌려받는 소송이 아주 활성화돼 있다”며 “법률구조공단에서 ‘가정폭력’ ‘체불임금’처럼 ‘사채피해’를 별도 범주화해 구조 대상에 넣는다면 소송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들이 ‘30% 이상은 불법’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권 변호사는 “국민들이 30%라는 법 규범을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를 관리·감독하고 불법 영업을 철저하게 단속해 처벌할 수 있는 지자체·경찰의 전담인력과 의지는 이자제한법이 제자리를 잡는 데 기본적인 조건이다. 지자체에서 맡고 있는 대부업체의 관리·감독권을 금융감독원에서 맡아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송 실장은 “지자체와 달리 전문성을 갖춘 금감원이 더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외 계층이 빚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금융교육, 적절한 대출기관 알선, 과다채무 해결방안 상담 등을 해줄 정부 차원의 상담센터 설립을 검토해볼 만하다. 영국 정부는 2004년 상담인력 500여명을 고용해 전국 100여곳에 저소득층에 상담에서 대출 알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는 ‘시민상담센터’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대부업체를 찾아야 하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도록 교육비·의료비 대출제도, 소액보험 제도, 무보증 소액대출 제도 같은 공적 금융과 대안금융 확대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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