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당한 거리감 좋다"...日서 '따로 자는 부부' 급증

YOROKOBI 2008. 1. 12. 21:59
옛 어른들은 부부가 아무리 심하게 싸우더라도 잠자리만은 꼭 함께 해야 한다고 당부하곤 하셨다. 새근새근 잠 든 배우자의 모습을 보노라면, 낮 동안의 앙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최근 부부간 '금슬'과 관계 없이 따로 잠드는 부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전했다. 부부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소위 '인이 박힌' 생활 습관이나 잠 버릇은 다르기 마련인데, 숙면을 위해서는 잠자리를 따로 갖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 적당한 거리감이 오히려 좋은 관계를 유지에 '약'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자녀를 독립시킨 중노년 부부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다. 또 보통은 남편의 '유동성' 많은 생활 패턴이나 코고는 소리, 체취 등에 민감한 여성 쪽에서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중장년 전문 마케팅 기업 '시니어 커뮤니케이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50대 이상 부부 중 39.5%가 현재 '서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다'고 답했으며 '앞으로는 서로 다른 방에서 자고 싶다'고 답한 부부도 전체의 14.2%로 나타나 '별침'을 원하는 부부가 전체의 50%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30~60세 기혼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또 다른 조사에서도 4명 중 1명이 '별도 잠자리'를 희망한다고 답해, 이 같은 욕구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폭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취침 문화가 생겨나면서 주거 공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본의 '스미모토' 건설사는 최근 중년층을 위한 단층 주택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부부 침실에 2개의 침대를 약 4m 떨어지게 배치하고 이 가운데 옷장 등을 놓아 어느 정도 '경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측은 "고령의 부부들이 완전히 다른 방에서 잠들 경우, 배우자가 한사람이 심장마비 등으로 아플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성과 프라이버시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디자인을 내 놓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단독 주택 뿐 아니라 연립 주택 등의 중심으로도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하세코'사는 최근 침실을 특별히 넓게 만들어, 고객이 원할 경우 언제든 중간에 구조물이나 칸막이 등을 세워 침실을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일본 '미츠이 주생활 연구소'의 니시다 쿄코 소장은 "잠자리를 분리하고자 하는 욕구는 여성들 사이에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최근 가정에서 여성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표면화 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현상을 여권 향상과 연결지었다.

그는 "또 형제가 별로 없이 혼자 잠드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의 경우, 개인적 성향이 높아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폭넓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