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어드벤처 영화' 한 편이 국내 관객과 만난다. '국보(國寶)'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 영화 <내셔널 트레져 National Treasure>가 그것. 얼마 전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를 비롯한 감독과 제작자 등이 홍보 차 한국을 찾아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영화이다. 혹자들은 <내셔널 트레져>를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Indiana Jones> 시리즈와 비교하며, "오랜만에 나온 어드벤처다운 어드벤처 영화"라 호평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내셔널 트레져>는 비교적 비수기에 속하는 11월 개봉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내며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인디아나 존스>와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기는 하지만, <내셔널 트레져>가 이전 할리우드의 어드벤처 물과 차별되는 점은 다음과 같다. 200여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이 바로 그 배경이 되기 때문. 역사적 한계에 부딪혀 그동안 유럽이나 아프리카 혹은 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기존 할리우드 어드벤처 물과 차별되는 <내셔널 트레져>는 건국 초기 미국 역사를 마음껏 활용하고 나섰다. <내셔널 트레져>가 최근 역사를 재해석 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댄 브라운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 『다빈치 코드』와도 자주 비교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포함된 비밀 단체인 '프리 메이슨'이 감추어 두었다는 엄청난 양의 고대 보물을 5대째 찾고 있는 게이츠 가문의 벤자민 프랭클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러 가지로 학식과 지식을 두루 갖춘 벤자민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수수께끼를 하나둘씩 풀어간다. 결국 벤자민이 알아낸 사실은 미국 독립선언문 뒷면에 보물을 숨겨둔 비밀 지도가 적혀 있다는 것. 영화는 바로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보물을 손에 넣으려는 벤자민 일행과 그 보물을 가로채려는 이안 일당의 좇고 좇기는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그런 만큼 영화 속에는 건국과 관련한 여러 유서 깊은 장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영화의 가장 핵심 요소로 등장하는 독립선언문이 보관되어 있는 '국립문서보관소'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는 '국회도서관',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링컨 기념관', 미국의 독립선언과 헌법이 발포된 미합중국의 탄생지 '필라델피아'와, 미국의 심장 '뉴욕항'과 가장 역사 깊은 뉴욕 최초의 교회 '트리니티 교회'까지, <내셔널 트레져>에는 미국 건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아래 기사는 스포일러 성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국립문서보관소 (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립문서보관소는 미 정부의 기록물들이 문서고에 보관·관리되어 있는 곳으로, 이곳에는 총 200만 상자의 분량이 넘는 자료들이 쌓여 있다고 알려진다. 물론 벤자민 일행이 훔치려고 하는 독립선언문을 비롯해 권리장전과 미국 건국과 관련된 고 문서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 곳에 보관된 근현대사 자료 중에는 아직 비밀에 부쳐진 한국 관련 문서들도 상댱량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 최근에는 몇몇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비밀문서들이 하나둘씩 세상에 공개 돼 언론이나 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에서는 : 영화 초반부, 벤자민(니콜라스 케이지)이 독립선언문을 훔치기 위해 <미션 임파서블>을 능가하는 완벽한 작전 수행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과거 이 곳은 제한적인 촬영이나마 영화에서는 촬영이 허가된 선례가 없었던 곳으로, 촬영이 허용된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사건이라고. 어렵게 촬영 허가가 났지만, 그나마 촬영 당시 국립문서보관소는 복원공사가 한창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외경이나 실내 일부에서 촬영이 허용된 까닭에 제작진은 사실적으로 표현된 세트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독립선언문을 훔치는 장면을 찍는 일. 범죄 전문가와 할리우드 최고의 미술 감독 노리스 스펜서의 재현으로 실물과 똑같이 재현된 세트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장면이 연출됐다.
링컨 기념관 (Lincoln Memorial)
링컨 기념관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기념하기 위해 1922년 완공 됐다. 알링턴 국립묘지와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그리스 신전을 모티브로 총 36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기둥에는 링컨의 임기 중에 있던 36개 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기념관 안쪽에는 19피트 높이의 링컨의 거대한 석상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동쪽과 서쪽 벽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유명한 게티스버그의 연설 내용이 조각되어 있다. 참고로 링컨의 동상은 워싱턴 기념탑과 국회의사당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다.
영화 속에서는 : 벤자민과 라일리(저스틴 바사)가 독립선언문을 훔치기 위해 계획을 짜는 곳으로 사용 되었다. 이곳 역시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촬영허가를 받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결국 촬영팀은 링컨 기념관의 계단 두 번째 단에서부터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존 터틀타웁 감독은 "링컨 기념관 안은 신성한 느낌까지 자아냈는데, 이 점은 촬영에 임하는 우리에게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우러나게 해주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국회도서관 (Library of Congress)
국회도서관은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 D.C.로 의회를 옮긴 후, 새 의사당 내에 설치되었지만 1814년, 1825년, 1851년, 세 차례나 화재를 겪었다. 지금의 국회도서관은 1897년 의사당과 마주보는 곳에 세워졌고, 1938년 그 뒤편에 새로운 양식의 별관이 들어섰다. 지금은 2000만 권에 가까운 장서와 3300만 편의 논문이 소장되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에서는 : 독립선언문을 훔치려는 벤자민과 라일리가 도로 구획과 국립문서보관소의 청사진을 실제로 연구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제작진은 국회도서관 촬영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국회도서관이 얼마나 경이로운 곳인지 관객에게 더욱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때문에 극 중에서도 미국 국회도서관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을 소장한 곳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대사가 등장한다. 실제로 제작진은 국회도서관 내부를 촬영하기 위해 각본을 여러 차례 수정해야 했다.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 홀(Inderpendence hall)과 자유의 종(Liberty Ball)
필라델피아는 독립선언과 헌법이 발포된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탄생지로 유서가 깊은 곳이다. 고층 빌딩 사이로 역사적으로 의의가 깊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현대적이고도 고풍의 향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과, 1787년 헌법제정회의의 무대가 된 곳으로 미합중국의 상징이며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명소인 인디펜던스 홀과 독립선언 당시 울려 펴진 자유의 종을 비롯해 파인 스트리트 공동묘지, 프랭클린 과학박물관 등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 100달러 지폐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자 필라델피아를 찾은 벤자민 일행, 그들은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의미 깊은 장소인 인디펜던스 홀에서 결정적인 단서인 암호해독 안경을 찾아낸다. 물론 필라델피아는 이안(숀 빈) 일당의 끈질긴 추격전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미국 초기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유의 종탑에 진입하고 싶었으나 이곳 역시 접근이 극히 제한된 곳이기에 촬영에 애를 먹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제작진은 공원관리 국장에게 경우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촬영 허가를 얻어냈다고. 그밖에도 벤자민과 그의 동료들이 이안 일당에게 좇기는 장면에는 필라델피아 시청과 소사이어티 힐, 파인 스트리트 교회의 공동묘지 등 역사적 명소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