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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동의’ 얻는 21세기형 리더십 기대

YOROKOBI 2008. 11. 18. 21:46
세계의 동의’ 얻는 21세기형 리더십 기대.
‘국제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에게 듣는다. 부시 8년간 군사, 경제력 치중… ‘소프트 파워’ 훼손....... 금융위기가 미국 국력 쇠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한국의 소프트 파워, 중국의 하드 파워 결합이 북핵 해법........
 
» 조지프 나이(71) 하버드 대 케네디 스쿨 석좌교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에서 이미 소프트 파워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도력을 보여줬고, 취임 이후엔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지도력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국제정치학계의 석학인 조지프 나이(71)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지난 11일 <한겨레>와 한 회견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의 자질을 겸비한 지도자”라며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손상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를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이상적 목표를 흠모하게 만들고, 가치에 자발적으로 동의하게 만들어, 자국이 원하는 것을 얻는 힘”으로 정의한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반한 하드 파워와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문화·아이디어·가치·대외 원조·국제 교류 등을 지칭한다.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가 오바마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힐러리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그의 경험에 인상이 깊었다. 오바마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선거운동을 통해 아주 훌륭한 대통령이 될 자질을 갖췄음을 잘 보여줬다. 소프트 파워 자질 가운데 감성과 지성, 소통하는 능력이 충분하고, 하드 파워 자질 가운데 아주 특별한 조직능력을 보여줬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오바마는 미국이 인종주의 같은 뿌리 깊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민자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힘든 일이다. 그 자체로 부시 행정부에서 심하게 손상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바마 지지자로서 어떤 조언을 해왔나?

“힐러리 조언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주변의 조언자였다. 오바마 진영에서 요청이 있었지만, 이미 힐러리에게 조언하고 있어, 오바마 진영에 가담할 수 없었다. 경선이 끝난 뒤 오바마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내가 아니어도 소프트파워를 잘 이해하고 있다. 행동과 선거운동 방식을 지켜보면 소프트파워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고, 이미 소프트파워를 시행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쇠퇴했다고 비판해 왔다. 부시 행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무엇인가?

“이라크전이다. 이라크전은 엄청난 전략적 대실수이다. 이라크전 이전에도 일방주의로 흘러 동맹국들이나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것은 더 심각한 잘못이다.”

금융위기가 미국 국력 쇠퇴의 시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맞지 않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국 국력의 쇠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 달러는 더 강해졌다. 월가의 특정한 모델을 약화시킨 일련의 실수들과 미국 경제가 그 자체로 여전히 생산적인 경제로 남을 수 있느냐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경기침체 이후에 미국 경제는 더 강한 경제로 남을 것이다.”

금융위기가 오바마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될 것이고, 대외정책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오바마 당선자가 원하는 대로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경기침체는 재정적자를 낳는 지출을 줄여 재정 측면에서 압박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경기침체로 재정적자 지출을 줄여 일부 자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할 것이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오르면 보호주의가 강화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기침체의 효과로 석유값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위기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예를 들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일 때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지만, 유가가 70달러로 떨어지면 이란은 경제제재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가 지난 2월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스마트 파워와 대테러 전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도전적인 러시아와 관계 정립은 큰 과제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자는 중국과 아시아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발언해 왔다.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살아본 경험도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많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계속 저평가되는 것은 주요한 위험이 될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 문제에도 큰 압박이 될 것이다. 이 점은 오바마 정부에게 압박 요인이다. 그러나 북핵 6자 회담이나 대만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유사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미-일 동맹 중시전략에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는가?

“그건 클린턴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6년 클린턴-하시모토 선언 이후 미일관계는 미국의 탈냉전기 동아시아정책의 근간이었다. 미·중·일은 동아시아정책의 3각축이다. 3국 사이의 양자관계가 중요하다. 미일은 동맹관계지만, 미중은 동맹관계가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미사일방어(MD)체제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아마도 변함없이 계속 추진될 것으로 생각한다.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과 진행 중인 이지스함 시스템에 대한 공동연구도 계속될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며, 보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건 다른 문제다. 폴란드의 요격미사일기지와 체코의 레이더기지 설치 등 유럽에서 문제이다. 동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체제 문제는 논란이 많지 않다.”

한국도 미사일방어체제나 비확산구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적으로 한국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북핵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은?

“6자 회담의 협상 틀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중국의 하드파워가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 중국은 대북 식량이나 에너지 지원을 중단시킬 수가 있다. 또 한국은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성공 사회의 좋은 예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하드파워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얘기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중소국가인 한국은 소프트파워의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엄청난 성공 사례이다.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이 됐고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이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매력적인 성공 신화이다. 이런 성공 신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은 국제정치적으로 국가의 역할이 증대된 해로 기록됐다. 그루지아와 러시아의 전쟁은 다국적 안보기구인 나토의 역할에 의문을 갖게 했다. 금융위기로 금융규제 및 구제금융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증대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비국가적 행위자가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게 했다. 예를 들어 저렴한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비국가적 행위자들도 국가나 다국적 회사들에게만 가능했던 능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국가행위자로서 정부는 여전히 국제정치의 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비국가적 행위자가 힘을 갖게 되면서 국제정치의 장은 더욱 붐비게 됐지만, 비국가적 행위자가 국가를 대체할 수는 없다. 국가적 행위자인 정부는 21세기에도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기대가 높다. 어떤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는가?

“다른 나라들이나 국제기구와 협력하면서 훨씬 다자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당선 직후 연설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그런 기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런 기대가 너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행동이 예상된다. 다자적 이슈들, 예를 들어 기후온난화, 제네바협약 그리고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 등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를 보이게 될 것이다.”

글·사진 캠브리지/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 조지프 나이는

실무경험 겸비 ‘영향력있는 10대 학자’ ‘보수석학’ 새뮤얼 헌팅턴 교수와 쌍벽

조지프 나이(71)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실무행정 경험을 갖춘 국제정치이론가다. 1964년 이후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외교 분야에서 보수파 석학인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쌍벽을 이룬 진보파의 석학으로 꼽힌다.

카터와 클린턴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기도 한 그는 2000년 미-일 관계 발전을 위한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작성했고, 2007년부터 아미티지 전 부장관과 함께 스마트파워위원회를 이끄는 등 미국 외교 정책의 방향을 잡기 위한 굵직한 프로젝트의 단골 주역이다. 현재도 미국, 유럽, 일본의 자유주의적 엘리트 연대조직으로 국제 정치의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하는 삼각위원회의 북미그룹 회장이며, 빌더버그그룹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77년 로버트 커헤인 교수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국제정치이론인 ‘상호의존론’을 정립했고, 최근에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균형적 결합을 중시하는 ‘소프트파워론’을 주창하고 있다.

△프린스턴대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카터 행정부 국가안보 담당 국무부 차관, 국가안보회의 비핵확산그룹 의장 △클린턴 행정부 국방차관보, 국가정보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