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북미에서 한국 국가 브랜드의 현실

YOROKOBI 2009. 3. 17. 22:36

국가 브랜드 향상을 위해 한국어와 태권도를 키우겠다는 한국 국가브랜드 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한심하기도 하고, 저런 사람들이 저런 위치에 있다는 것이 한국의 불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나마 한국인들이 국가 브랜드에 대해서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느낀 한국이란 나라의 국가 브랜드... 해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국가 브랜드가 경제가 전부는 아지미나,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이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고 삼성, 엘지, 현대가 한국 건데, 많은 외국인들이 그걸 몰라주니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현실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상당히 낙후된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는 문제다.

 

그러면 어쩌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이 정도로 낙후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태생적인 문제다. 국가 브랜드 면에서 중국이나 인도는 한국보다 높다. 부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민도가 낮은 저개발 국가임에도 한국보다 높다. 그 이유는 역시 역사와 영향력의 차이다. 북미의 학생들은 역사시간에 중국이나 인도에 대해서 오랜 문명을 가진 국가로 배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내가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무렵 세계사 시간에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겨우 독립한 신생 독립국'이라는 나라로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들으면서. 막연하게 아.. 쟤네들 보잘 것 없다.. 라고 느꼈는데, 여기서도 한국이란 나라.. 그런 나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고대나 중세시대의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가 일본의 압제로부터 독립한 나라가 한국의 시작이다. 그러니 첫 인상이 좋을리가 없다. 또 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매일같이 뉴스에 언급되고 그 영향력이 전지구적이므로 한국의 상대로서는 너무 버겁다. 많은 한국인들이 못사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더 높다는 사실이 어이없어 하고 의아해 하지만, 사실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중심이고 현재 안보리 회원이 중국이 높은 게 지극히 정상이라고 본다.(또 날 화교라고 몰아 붙이는 인간들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되네)

 

태생적 문제 다음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체득하는 인지적인 문제다. 식자층 말고 일반 한국인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그다지 영향력이 크지 않는 나라들.. 예컨데, 페루, 나이지리아 등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될 이유가 없으므로 대부분은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북미의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느낄 이유는 없다. 그들이 오랜기간 한국이라는 존재를 접하는 통로는 크게 네 가지다. (1) 625 참전용사들의 이야기. (2) 입양고아, (3) 언론에 비친 한국, (4) 메이드 인 코리아 물건. 각각에 대해서 살펴보자.

 

(1) 625 참전용사들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 미국과 캐나다에서 군인 포함 거의 5만여명이 한국전쟁과 관련이 있으며 이들이 그들의 가족, 친척, 이웃에게 전하는 한국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 형성의 모태가 되었다고 본다. 오래 전에 한국에서 살 적에 한국신문을 보면 참전용사들이 정말 오랫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서 한국의 발전상에 놀라고, 그래서 자신의 행위가 보람이 있었다는 식의 보도를 자주 접했기 때문에 그들이 상당히 친한국적인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건 순전한 착각이었다. 내가 미국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처음 만난 것은 1988년 올림픽 직후였다. 당시 보스턴에서 어느날 길을 걷고 있는데, 한 노인네가 내가 한국인 인지를 물어왔다. 보통은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묻는데 한국인이냐고 물었기 때문에 반가워서 웃으면서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 갑자기 나에게 자신이 한국 참전용사이며, 한국은 너무 미개해서 인간이 살만한 곳이 아니며(특히 사방에 널린 똥, 상하수도 시설도 없고, 사람들은 씻지 않고.. 위생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며, 어쩌면 요즘 위생의식이 낮은 중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보다 저열..), 그런 한국을 떠나 미국에 와 있으니 너는 행운아라는 말까지. 한국에 대해서 최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만난 수십명의 참전용사들.. 한국에 대해서 거의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 뿐이었다. 대부분의 참전용사들은 그 이후에 한국을 가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고.. 한국 이미지는 2009년인 현재에도 단지 1950년대 그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한국은 미국 드라마 'MASH'이미지 보다 나쁘다 . 그런 사람들이 몸소 체험한 '생생한 증언'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질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입양고아: 미국 어디를 가도 한국에서 입양된 고아를 볼 수 있다. 미국에 와서 입양고아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 좀 놀라기도 했다. 보통의 백인들이 마을의 한국인 입양아 이야기를 할 때 내포되는 전형적인 분위기는 한국은 먹고 살기조차 힘든 가난한 나라 이미지다.(이런 이미지가 북한 이미지와 결합되어서 한국도 북한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제3세계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다만 입양을 결심한 사람들은 여러 입양 쇼핑국들을 검토하므로, 일반 백인과 달리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기 때문에 보통의 백인보다는 한국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안다. 그래서 한국이 아주 저개발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므로 최근 몇년간 고아시장에서 한국 고아는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고급품에 속한다. 그런 탓인지 다른 나라 고아를 수입할 때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국고아 구매자격이 생긴다. 지금도 미국의 여러 마을에서 많은 부부들이 한국고아 수입을 고민하고 있다. OECD나 선진국에서 고아를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만약 어베일러블하다면 아마도 일본 고아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도 고아가 발생하지만 일본은 고아수출 하지 않는다. 고아를 수출하면서 선진국 이미지를 가질 생각은 진작에 포기하는 것이 좋다. 한국이 진심으로 국가 브랜드가 걱정된다면, 고아수출부터 중단해야 한다.

 

(3) 언론보도: 나는 1989년에 미국에 왔다. 그 이후로 상당기간 미국 TV며 신문에 나오는 한국관련 소식의 키워드는 dictatorship(독재)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파업과 극렬시위, 국회의원들 몸싸움이 주류다.(북한 위협 이야기는 늘 나오는 것이고..). 1972년도에 미국에 온 분 이야기에 따르면, 언론에 비친 한국은 오랫동안 저개발 독재국가였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민주화되면서 독재 이야기는 들어 갔지만, 나이든 계층에게 한국=북한=저개발 독재국가의 이미지는 아직도 완전히 불식되지는 않았다. 파업은 미국에서도 늘 있는 일이므로 노조파업은 큰 뉴스거리가 아니다. 다만 한국파업 뉴스가 나올 때 늘 빨간띠 두르고 빨간 조끼 입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올리며 노래를 부르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꽤나 코믹하게 보이는 모양인 것 같다. 사실 그런 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서로 다른 파업 문화의 일종이니까.. 다만, 극렬시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특히, 한국 우익인사들이 도심에서 벌이는 불놀이.. 험상굿게 생긴 중년남자들이 군복입고 북한국기나 일장기 불에 태우는 거... 아랍애들이 미국 성조기 태우는 것을 연상시킨다. 솔직히 촛불시위는 참가자들이 젊은 세대로 시위 방식도 상당히 지적이고 평화롭게 보여서 그다지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거기다 물대포 쏘거나 그런다고 개판치는 일부 바보들도 있지만..). 시위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우익인사들.. 자신들의 시위를 미국인들이 TV에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시위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거기에 나온 사람들은 이상하게 못생긴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고, 옷차림도 군복차람, 사람들 얼굴은 잔뜩 성나 보이고, 꼭 불지르고..... 이건 좀 아니라고 본다. 주장하는 내용을 떠나 아랍을 연상시키는 이런 시위표현 방식이 한국 국가이미지 얼마나 좀먹는지 좀 생각이나 했으면 좋겠다.

 

(4) 메이드 인 코리아 물건: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제하면.. "품질은 꽤 수준이 높지만 제값을 못받고 있다"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실제로 한국제를 취급하는 북미의 상인들은 한국 제품은 가격대비 높은 품질의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많은 일반인들은 한국제품은 가격도 싸고 품질도 형편없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북미의 상당한 중국인들조차 중국제품은 못믿겠지만, 한국제품이 믿을만하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해서 한국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의 백인이나 유럽계 이민자들은 한국제품의 품질이나 중국제품의 품질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중국 국가 브랜드가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니지만..). 그리고 중국제품이나 한국제품이나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만들어 내는 값싸고 꽤 조잡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종종 뉴스에 한국인의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보도가 나와서 그런 이미지가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하면 일단 일본보다 훨씬 오랜 시간 일하는 노동자... 그런데 일본과 달리 저임금..이란 이미지가 있고.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만큼, 제품의 품질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연결되는 모양이다. 국가 브랜드를 염려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아직도 품질향상보다는 더 많은 시간의 노동과 저임금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생각들을 하는데, 그래서 국가 브랜드가 올라갈 지 의문이다. 사실.. 근로시간은 좀 합리화될 필요가 있다. 통계상 최장 근로시간이라고는 하나 그 가운데 상당부분은 느슨한 시간때우기 근무가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직원들끼리 커피 마시면서 잡답하는 문화가 없다. 근무시간 중에 정말 빡쎄게 일한다. 미국인들은 그런 통계를 보면 한국인들이 자신들처럼 근무시간 중 빡쎄게 일하면서도 훨씬 더 일하고, 월급은 훨씬 적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데, 한국의 기업은 그런 것을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