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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 통보를 받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반대’와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은 직제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지난 2월 합창단을 해체하고 합창단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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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문화관광부 앞길은 또다시 일순간 ‘오페라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반대! 부당해고 철회 촉구! 문화예술인·노동자·시민 일만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린 이 현장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합창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먼저 도니제티(1797~1848)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가 광화문 앞길에 크게 울렸다. 이어 베르디(1813~1901) 오페라 <일트 로바토레>에 나오는 ‘대장간의 합창’이 뒤를 잇자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20여명에 이르는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합창곡 ‘러시안 피크닉’과 ‘사랑합니다’ 등 준비된 레퍼토리를 마쳤으나, 앙콜 요청에 ‘우정의 노래’로 화답해야만 했다.
이날 집회는 그동안 국립오페라합창단이 모은 1만3천명의 서명용지를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2월 중순 서명을 시작한 상태에서 서명자가 1만명을 훌쩍 넘어버리자 합창단원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이정상 공공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애초 서명 목표는 1만명”이라며 “시민들의 잇단 동참 속에서 시민들의 ‘문화사랑’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지난 2002년 상임화를 추진한다는 약속과 함께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7년간 4대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 오페라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1월8일 이소영 현 국립오페라단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체 통보를 받았으며 그날로부터 50여일째 ‘거리 촛불 음악회’, ‘서명운동’, ‘기자 회견’ 등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날 조남은 공공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집단해고 사태는 프랑스 문화계에서도 지지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관광부에 “수수방관하지 말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현재 프랑스 ‘바스티유 국립오페라단’에서 3월24일 지지성명을 내는 등 프랑스 문화계의 부당해고 철회 촉구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공공노조 이영원 위원장은 이어진 규탄사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에 대한 집단해고 사태가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경제정책’과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부자들에 대해서는 10조원이 넘는 세금을 깎아주고,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및 문화부문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국립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쓰고는 소모품처럼 버린 것”이라고 규정하고, 그 근원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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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 통보를 받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반대’와 ‘부당해고 철회’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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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등단한 문화연대의 나영 활동가도 국립오페라합창단 집단해고 사태는, 이명박 정부가 빚어낸 최악의 문화정책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나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의 핵심적 특징으로 △경제논리가 문화정책을 밀어낸 점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복수심이 과도하게 문화정책에 적용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 집단해고 사태는 이 두 가지 잘못된 정책이 만났을 때 어떤 비극이 나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연대는 지난 18일 이번 사태를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문화정책 10개 가운데 하나로 발표했다.
나 활동가는 이어 “현재 정부는 거대한 공연장을 짓거나 대학생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하지만 해고된 오페라합창단원을 복직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정부의 문화정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이어 1만3천명에 이르는 ‘집단해고 철회 서명지’를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전달하고자 했으나, 결국 유 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그의 행정보좌관에게 전달하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뒤돌아서는 문화관광부 관계자의 뒷모습이,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싸워나가야 할 멀고 험난한 길인 듯 보였다.
글 김보근기자, 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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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선경 조합원 “이번 복직투쟁은 희·노·애·락”
투쟁의 ‘기쁨’, ‘분노’, ‘사랑’, 그리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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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 통보를 받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반대’와 ‘부당해고 철회’ 기자회견에서 계선경 조합원이 부당해고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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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선경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은 이날 집회에서 조합원 발언을 통해 이번 ‘집단해고 철회투쟁’의 의미를 이렇게 ‘희노애락’ 네 글자로 요약했다. 비록 아픔이 큰 투쟁이지만, 이번 투쟁을 통해 새롭게 얻는 것도 무척 많다는 것이다.
우선 ‘기쁨’(희). 합창단원들에겐 지난 1월8일 신임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기 전 7년간이 기쁨의 시기였다. 비록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 취임식, 8·15 경축행사 등에서 노래를 통해 국민들과 기쁨을 함께 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찾아온 해고통보는 이들의 ‘분노’(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계 조합원은 특히 오페라단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았을 때와 수수방관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모습에서 가장 큰 ‘분노’를 느꼈다고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합창단원들은 그러나 투쟁 속에서 ‘사랑’(애)의 힘을 발견해나갔다. 무엇보다도 합창단원들은 단원들 스스로 ‘동지’와 ‘동료’로 변해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서 가장 큰 사랑의 원천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 상관없는 듯한 자신들의 해고 사태에 함께 분노해주었을 때, 멀리 프랑스의 예술인들조차 기꺼이 항의 서명에 동참해주었을 때, 합창단원들은 새롭게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계선경 단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랑의 눈’이라는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기쁨’이자 ‘희망’(락). 당연히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에게 ‘희망’은 오페라 무대에 합창단원으로서 함께 다시 서는 것을 의미한다. 계 단원은 “투쟁의 열매로 무대에 서는 것을 기대한다”며 그러나 그때 무대에 선 합창단원들은 “이미 이전의 단원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미 그들은 이번 싸움을 통해 그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기쁨, 분노, 사랑을 모두 함께 체험했으며, 무엇보다 함께 싸워가는 가운데 스스로가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 단원은 이와 관련해 투쟁을 해나가는 동안 단원들은 이미 동지로, 동지에서 또하나의 가족으로 바뀌어갔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그렇게 아픈 투쟁 속에서 한뼘 씩 성장해나가는 중이다.
글 김보근 기자 , 사진 김태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