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하 창작 판소리 '오적'(五賊)
소리 '오적'(五賊)의 관련 글과 음악을 듣기 전에...
김지하시인의 91년 조선일보에 실린 기고문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 후 10여 년이 지나서 그 당시의 발언에 대해 나름의 해명을 하였으나 그 해명 조차 단순한 변명에 지나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으나, 이 작품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예리하게 풍자한 뛰어난 작품으로서 이 작품과 관련한 글만 올립니다.
김지하의 담시가 지닌 문화적 의의
1970년 발표되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
우리민족의 저 빛나는 판소리의 미학을 창조적이고도 천제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김지하의 담시 '오적'을 비롯하여 '똥바다' '소리내역' 등은 오랜 군사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 지하로만 맴돌다 마침내 오늘에 이르러 완전한 복권을 이루게 된다.
실로 첫 담시 로적(五賊)의 발표이후 거의 4반세기 만에 화창한 햇빛을 보게 되는 김지하의 '탁 트인 현대적 창작 판소리' 인 담시의 이 테이프 및 음반은 독재정권에 탄압 받고 유실될 뻔한 김지하 담시의 역사적 복권을 알리는 첫 계기이자 우리민족의 전통 판소리의 탁월성을 자랑스럽게 확인케 하는 그야말로 민족문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거대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다.
지난 1980년대 국내외에서 모두 160여 회에 걸쳐 담시공연을 가짐으로서 담시의 예술적 위대함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 출중한 소리꾼 임진택과 뛰어난 고수(鼓手) 이규호에 의해 판소리로 불린 이 테이프 및 음반을 통해 많은 대중이 판소리와 담시의 예술적 위대함을 깨닫기를 바라며 이러한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 작업이 여러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뜻있는 예인(藝人) 동참을 통해 널리널리 확산되고 심화되어가길 바란다.

▲ 김지하 시인의 담시 '오적'이 실린『사상계』1970년 5월호의 본문 232쪽에 실린 컷 그림. 김지하 시인의 싸인이 있으나 이 컷 그림은 실상 화가 오윤이 그린 것이다. 이 컷은 5적(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 차관)의 행태와 민중의 피폐상을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담시(譚詩)란 무엇인가?
담시란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나아가선 극적(劇的) 요소와 서정적요소, 서사시적 요소가 뒤섞여 있음에 그치지 않고 결정적으로는, 그 모든 요소들을 작품의 바탕에서 떠받쳐주는 핵심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소리' 이다.
(그리하여 담시는 소리꾼의 요소가 강한 광대에 의해 구연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이러한 담시가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저 '판소리' 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음은 지극히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담시는 그러므로 김지하가 개척한 '창작 판소리' 라고도 일단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통 판소리가 '소리' 위주로 정형화(定型化)되어 온 것에 비하면 담시는 극적인 요소와 그밖의 많은 현대적 장르 요소들을 수용함으로서 결국 '소리' 를 중심으로 하는 - 김지하의 표현을 약간 변용한다면 - '화엄적 장르' 가 바로 담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와 시, 극과 노래, 서정과 서사 가 자유로이 혼융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담시는 탁월한 '열린 장르' 이며, 담시는 그 본질상 창조적 시인 · 작가 · 연출가 · 배우 · 광대 · 소리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장르이기도 한 것이다.
실로 첫 담시 오적이 발표된 이래 거의 4반세기가 흐른 오늘에 와서야 온전이 햇빛을 보게 되는 이 자랑스런 민족 장르가 이땅에 깊숙이 뿌리내려 민족의 뜨거운 사랑 속에 자라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언도를 받은 김지하 시인.
임진택이 담시 녹음 테이프를 만들었다.
오적(五賊) - 전통적 해학과 풍자로 짜인 첫 담시...
담시 오적(五賊)은 70년대초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을 을사늑약 때 나라를 팔아먹은 오적(五賊)에 비유하여 부정부패로 썩어 문드러진 권력층의 실상을 고발, 풍자하고 있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짐승스런 몰골의 다섯 도둑들이 서울장안 한복판 도둑소굴 때에서 벌이는 부정부패의 술수경연과 호화사치, 방탕한 생활은 시인의 통렬한 풍자를 통해 그 흉폭하고 타락한 실상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또한 부정부패를 척결한답시고 나선 포도대장(경찰 또는 사법부의 비유)은 무고한 민초(民草) "꾀수"만 닥달할 뿐 정작 오적의 주구(走狗)임이 적나라하게 폭로된다. 그러나 시인은 어느 맑게 개인 날 오적의 무리들이 벼락을 맞아 급살하고,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부패권력의 비극적 종언을 무섭고도 통렬하게 예언하고 있다.

김지하가 말하는 오적(五賊)
'산이 있으니까 산에 간다' 등산하는 사람들에게는 등산하는 사람 나름의 말이 있다. 물론 그 말은 핑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별의 가치는 있다. "산이 저기 있으니까 산에 간다."라는 말이다. 오적이 있으니까 오적을 썼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그때 그 무렵 내 심경이 이러구 저러구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만 이야기하자 오적이 있으니까 오적을 썼겠지 그것뿐이다.
60년대 사회지도층의 부패를 통렬한 풍자를 통해 꼬집은 '오적(五賊)' 김지하 시인은 '오적'이 한국의 판소리와 서양의 카니발레스크 양식을 접합한 풍자시였다고 회고했다. 김지하는 '세상이 더욱 모순투성이가 됐는데도 멋진 풍자시가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신을 잇는 풍자시 작가가 나오길 희망했다.

오적(五賊)
소리 : 임진택
음반 : 서울음반/SRCD-3262/1994
김지하 시인이 언급한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일컫는데, 모두 개 견(犬)자가 들어간 한자를 이용해 시인이 조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한자의 경우 웹 문서에서 한자 지원이 되지 않는 점 양해바랍니다. 원문은 결정본 시전집 「오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고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
남북간에 오종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 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 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김지하 판소리 '오적'(五賊) 1. 오적의 사회적 배경을 이야기 하는 대목
 ▲ 오윤 作 '사상체질도'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으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 쌌는다.
2)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니,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과 마늘 곁들여
나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3)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혜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간같이 높은 책상 마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서수 공방전(雲雨魚水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낀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산이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자네 핸디 몇이더라?
4)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
김지하 판소리 '오적'(五賊) 2. 도둑시합하는 대목

▲ 오윤 作 '헐벗은 사람들'
이라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이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이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배고파서 돈벌라고 서울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이리바짝 저리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겄다.
김지하 판소리 '오적'(五賊) 3. 포도대장이 애꿎은 꾀수만 닦달하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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