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민들, '제3의 길' 사형선고하다! | ||||||
<특별기고> 유럽 중도좌파 몰락은 '신자유주의 아류' 심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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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좌파의 몰락이다”, “중도우파 지배의 공고화다”, 지난 7일 치러진 유럽선거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쏟아져 무엇이 유럽 중도좌우파의 정치현실인지, 혼란스럽다.
브라운의 주장은 위기가 중도좌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초로 한 것이다. 사실 브라운은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블레어의 ‘제3의 길’ 노선을 버리고 사회민주주의노선으로 재빨리 전환했다. 파산위기의 로열 스코트랜란드은행, 로이드은행, HSBC, RBS 등 거대은행에 재빨리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했다. 그리고 유럽판 월스트리트인 런던시티에 대한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브라운의 이러한 사민주의적 긴급처방으로 급한 불을 끄기는 했으나, 영국은 국가부도설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유럽의 유권자들이 영국노동당의 신자유주의와의 타협이 유럽대륙에 월스트리트발 위기를 가져 온 주범으로 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블레어 전총리가 1990년대 후반 대처리즘의 전도사가 되어 독일 사민당 슈뢰더 총리를 설득해 신자유주의 개혁 2010을 집행하도록 성사시켰다. 벨기에, 네덜란드, 북구 사회주의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신자유주의에 합류했다. 블레어는 세계경제의 주류에 이탈할 것이라는 엄포가 주효했다. 결과 대부분 유럽사회민주주의는 원래의 가치관을 상실하고 신자유주의적 시장에 편입되었다. 블레어의 “제3의 길”효과는 사실상 중도좌파 이념의 정체성을 퇴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유럽의회선거는 그래서 영국의 신노동당이 전파한 ‘제3의 길’을 심판해 사형선고를 내렸다. 유럽 중도좌파의 패배는 실제로 ‘제3의 길’에 포섭된 독일 사민당, 벨기에 사회당, 네덜란드 사민당에 집중되었으며, 원조인 영국 노동당은 보수당과 영국독립당에 이어 제3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집권노동당이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주장하는, 보수당에서 분리독립한 극우파 영국독립당에게 패배한 것은 유권자들이 ‘제3의 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블레어가 1990년대에 새로운 길을 설계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신자유주의 경제경험과 타협했을 뿐이다. 블레어는 진정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는 당시 좌파의 정치적 문화적 지성적 하자를 카버해 보려고 했을 뿐이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마씨모 카씨아리의 진단이다. "‘제3의 길’이 사민주의 망쳤다" 68혁명의 주역인 프랑스녹색당 지도자 콩방디도 사회민주주의를 망친 것은 영국노동당의 신자유주의화인 블레어의 ‘제3의 길’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가 주도한 사회민주주의 쇄신책이 사회정책 집행과 이라크전쟁 참전으로 벽에 부딪히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사회민주주의 쇄신의 야망은 컸으나, 그것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유권자들이 완전히 흩어져 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대선에서 보았듯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돈 벌자’는 드골파 사르코지 대통령의 구호를 믿지 않으면서도 만일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것이 득표로 연결되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의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이것이 최대의 난제다” 콩방디의 말대로, 유럽중도좌파는 그들의 이상이 현실적으로 이미 실현되었기 때문에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지 주필 로랑 조프랭은 “독일과 프랑스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활용하지 못해 중도좌파가 졌다. 장구한 노동자와 시민의 사회투쟁결과 공고화된 사회복지국가는 1945년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모든 나라들에 실현되었고, 현재도 잘 지탱되고 있다. 중도좌파의 역사적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실현되었다. 바로 여기에 사회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앞으로 사회를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정말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의식주와 교육, 의료 등을 보장하는 사회복지국가는 서구에서 실현도었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마련이 어렵다는 탄식이다. 독일사민당은 21세기 초 블레어의 권유로 “제3의 길”을 받아드려 “혁신중도”를 표방했다. 그 배경에는 중도좌파의 이러한 한계를 잘 인식했기 때문이다. 슈뢰더 당시 총리가 오스카 라퐁텐 사민당수 겸 재무장관을 급진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제명하면서 “제3의 길”을 선택한 것도 사회복지국가 실현이라는 현실에서 다른 길이 없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독일사민당은 프랑스사회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3의 길”을 선택해 친기업적이며 사회복지를 붕괴시키는 2010프로그램을 집행했다. 이것은 중도우파 기민당 정책과 잘 적응해 메르켈총리와 대연정을 가능하게 했다. 바로 유럽선거에서 사민당의 패배원인이 여기에 있다. 베를린자유대학교 닐스 명예교수는 설명한다. “독일사민당의 근본적 과오는 2005년 기민당과 안젤라 메르켈과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한 사실에 있다. 사민당은 슈뢰더가 마련한 아젠다 2010의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중도우파와 공동정부가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오늘날 사민당은 2010 프로젝트와 될 수 있는 데로 거리를 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전통적 중도좌파 유권자들이 이 프로젝트는 사회민주주의와 불일치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선거에서 많은 사민당유권자들은 집에서 소일하면서 투표하지 않았다” ‘제3의 길’ 거부한 프랑스 좌파 패배한 이유...사르코지의 '변신' 탓 그러면 블레어의 “제3의 길”을 거부한 프랑스사회당은 왜 패배했는가? ‘제3의 길’이 서구좌파의 주류로 행세할 때 조스팽 총리의 프랑스사회당은 사회민주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 때문에 고립되었다. 그는 경제에는 자유주의를 일부 수용해 민영화를 했으나, 사회만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면서 복지사회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는 2002년 대선에서 패매해 드골파의 우파시대를 열어 주었다. 드골주의자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도좌파의 대안을 채택해 집행했기 때문에 중도우파는 승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우파 지도자들이 케인스독트린에서 영감을 받은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을 민영과 국영을 잘 조합하면서 주저함이 없이 선택해 집행했다. 국가의 거침이 없는 시장개입, 국가에 의한 국유화조치, 국가의 규제와 관리 등 사회민주주의의 전가의 보도를 프랑스의 중도우파 지도자가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비토리오 피립피교수의 해석이다. 우파지도자들의 실용주의 정치가 프랑스 등 중도우파 승리요인이라는 말이다. 사르코지는 쿠슈네르 외무장관 등 5명의 사회당 인재들을 각료로 기용했고, 사회당 대선 후보 스트로스 칸을 IMF총재로 발탁했고, 사회주의 석학 자크 아탈리를 경제발전위원장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미테랑 전대통령의 문화부장관 자크 랑을 쿠바 특사로 파견했으며, 최근에는 칸 IMF총재를 총리로 기용하려고 했다. 프랑스 중도우파정부는 말이 우파이지 사실상 좌파와 공동정부와 다름이 없다. 그러니 사르코지가 국가개입 등 사회민주주의의 정책을 거침없이 빌려 쓰면서 G20정상회담에서 시장의 규제, 감시, 관리를 핵심으로 한 경제위기 극복대책을 발의해 채택하게 했다. “만일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실용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회민주주의는 유럽과 프랑스의 정치지평선에서 오랫동안 사라질 것이다” 파리정치대학 피투씨 교수의 경고이다. 요약하면 유럽의 중도실용주의 정치가 유럽정치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먼저 사회민주주의 쇄신을 표방한 영국노동당의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어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케인스주의를 토대로 한 20세기 사회민주주의의 명맥마저 부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사민주의 정책혁명이 일어나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복지국가라는 사회민주주의의 이상이 이미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새 이정표를 상실한 고전적 사회민주주의가 쇄신을 부르짖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민주의정책을 적절하게 선택해 집행하는 우파실용주의의 급부상하고 있다. 중도우파 실용주의는 앞으로 유럽의 집권세력으로 장기간 공고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도우파의 실용주의는 이념적이 아니라 임기응변적인 정책원용임으로 영속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노동당과 독일사민당 등의 ‘제3의 길’이 실제로는 신자유주의를 답습함으로써 좌파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려 대거 기권한 이유이다. 중도우파의 반사이익은 경제위기대처방식만으로 본다면 실제로 사민주의의 승리라는 역설이 될 만하다.
6월항쟁 20년만에 궤도이탈한 '한국 민주화'의 비극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을 맞는 2009년 유럽선거가 이제 중도우파의 지배를 영구화할 것인가? 1989년 공산주의가 멸망한 것처럼 2009년에는 사회민주주의를 몰락시킨 것인가? 단연코 그렇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은 완전히 우파의 신자유주의에 있고, 책임도 우파정부에게 있었다. 그런데 사회민주주의의 패배는 ‘제3의 길’이라는 궤도이탈에 원인이 있다. 경제위기대처를 중도우파정권이 실용주의 명분으로 사회민주주의 처방을 빌려 집행함으로써 착시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 정치평론가 알렝 뒤아멜은 “위기에 책임이 없는 사회민주주의의 선거패배는 역사적인 역설이다. 사민주의는 정책과 지성으로는 승리했고, 우파는 경제에 실패하고도 정치에 승리했다”고 중도좌파의 패배를 정리했다. 그는 사회민주주의가 완전히 “지쳤다”고 평가하고 “새로운 이념이나 프로그램을 창출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사회당이 거듭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영국노동당과 독일사민당 등이 ‘제3의 길’을 버리고 사회민주주의로 복귀하고 있어 우파의 영구집권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2010년 영국과 독일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사회민주주의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MB 우파정부 출범이래 한국정치가 연일 파국이다. 집권세력은 신자유주의 독주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 좌파와 야당은 보수적 MB정권에게 자신들의 주장과 구호를 받아들이라고 연일 거리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국정치에 중도가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정치현상이다. 6월 시민항쟁이 쟁취한 민주주의는 대선직선제와 진정한 의회민주제의 복원이다. 20년 만에 의회민주제는 실종되고 시위의 만성화로 민주적 질서가 실종되고, 이른바 진보와 보수의 저주어린 투쟁만이 판치는 참담한 현실을 본다. 한국의 민주화는 20년 만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분명한 것은 한국민주화는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중도적 민주정치를 조속히 도입해 안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갈등과 저주로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유럽의 중도 좌우파가 펼치는 지성적이며 역동적인 민생정치를 소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필자 소개 언론인. 1937년 생. 파리 13대 정치학 박사, 파리 1대 프랑스혁명연구소 연구원,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 국제문제 대기자. 저서 <프랑스혁명과 한말 변혁운동><지도자와 역사인식><프랑스의 대숙청><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청산><김정일과 부시의 대타협><사회민주주의 길-서구 좌우파의 실용주의>외 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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