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스로 전라우수군의 후손이기도 하여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바다에의 군생활에 투신, 서해교전 등의 안 좋은 추억도 있지만 나름 저에겐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생각됩니다. 300톤급 경비함과 10개월 살았던 제 경험에 비추어 초등학생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써 보지요.
이번 사고를 보며 대단히 어이없는 것 중 하나..
자, 함장 최중령 말대로 배가 두동강 났다 칩시다. 배가 두동강 날 정도면 배가 반파되었다는 이야기겠죠? 배가 반파될 정도면 그렇게 크게 갈라질 정도의 폭격을 맞아야 합니다. 엄청 큰 어뢰나 함포, 혹은 여러방의 기뢰를 한꺼번에 맞는다던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내부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이해가 안가신다면 'U-571'이란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가끔 케이블 채널에 나오니까 한번 꼭 보세요. 잠수함 내부에서 폭뢰 충격으로 함장 어금니가 빠졌단 이야기도 나옵니다.
근데 최원일 중령 증언은? 배가 반파되었다면서 '20cm 가량 몸이 튀어올랐고..'라 했습니다. 여러분, 20cm 떠오를 정도의 충격으로 1000톤짜리 무쇠덩이가 반파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본인이 증언해놓고도 앞뒤 안 맞는 이야기란 생각이 안드시는지요? 제가 추측하기론 최원일 함장은 정전된 뒤 우왕좌왕 하다가 부관들 도움으로 겨우 나와서 밖을 내다봤을 때 배가 반쯤 물에 잠긴거 보고 '배가 반파되었다'라고 생각하신게 아닌가 합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군생활 내내 훈련만 받으셨지 실제상황 겪어본적은 없으셨을 테니까 당황스럽기도 하셨겠지요.
간단히 생각해보면, 배가 반파될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생존자 저렇게 절반 이상 나올수도 없습니다. 살아남았다 해도 몸이 붕 떠서 어디 부딪히고 몇군데 안부러지면 다행일 정도의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어이없는 것 두번째..
빙산이 윗부분보다 밑부분이 크듯이, 배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무게중심을 확연히 잡기위해 아랫부분이 꽤 큽니다. 윗부분이 커보이긴 해도 높이만 높지 아랫부분 중량에 비해선 별거 아니지요. 아래에 창고와 배 운용에 필요한 기관 동력실, 탄약고 및 병사들 침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고 당시 침소에 있던 병사들이 많이 나오지 못해 희생이 컸지요.
장교들과 몇몇 병사들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몇몇 구석은 달라도 하나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폭발 진동과 함께 정전'이라 했습니다. 정전부터 되었기에 희생은 더욱 컸다. 이건 수긍이 갑니다. 폭발과 함께 물이 들어오는 구멍이 생겼어도 정전이 안되었다면 제아무리 동작 느려도 몇십분 안에는 전부 상갑판으로 나와서 구조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보이는 칠흑의 어둠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요. 이리저리 헤매는 상황에 많은 격벽들과 해치들은 죽음의 덫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문제는 왜 폭발과 함께 정전이었냐는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어뢰니 기뢰니 말씀하시는데 어뢰는 그 백령도 남단 사고지점까지 오려면 30해리는 넘게 와야 합니다. 30해리면 근 50km에 가까운 거리지요. 미국에서 제일 최장거리 어뢰가 10해리를 좀 못갑니다. 그만큼 추진력이 물속에선 저항을 많이받고 크나큰 유압 장치도 필요합니다. 잠수정이 직접 와서 쐈다해도 백령도 남단까지 오려면 백령도와 대청도 등의 3군 합동 레이더 망을 모두 뚫고 와야 하지요. 가능할까요? 3군 합동 레이더가 전부 직무유기 했을까요?
항간에는 인간어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뢰 몸체 대부분을 유압 로켓으로 써도 10해리를 채 못가는 마당에 사람을 매달아봐야 가면 얼마나 가겠습니까? 무기라는게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게 아니란 걸 숙지해 두시기 바랍니다.
기뢰도 말이 안되는 것이, 기뢰가 터졌다면 폭발진동도 '20~50cm'정도에서 그쳤을게 아니지만, 터지고 나서 바로 정전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 초계함 외판 두께는 최하 30cm의 철판이지요.떠내려온 기뢰가 터졌다 해도 그 두께와 여러 격벽을 뚫고 바로 기관실의 발전기에 물이 들어가 정전이 되었을거란 가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만큼 기관실 한참 내부에 있는데다, 기관실의 당직 인원들도 제법 있었을 것이니 그 가정도 앞뒤가 안맞지요.
어이없는 것 세번째..
왜 함장만 보고시키느냐는 것입니다. 그 시각 당직섰던 항해부와 기관부.. 물론 기관부 사람들은 이번에 대부분 나오지 못했겠습니다만 여하튼 그 시각 당직섰던 부관들에게도 이유를 설명해보라는 말이 분명히 나와야 하는데 이번엔 전혀 그런게 없었네요. 함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게 아니면 그 시각에 배를 몰고 있었던 당직 인원들이 가장 그 사정을 잘 알텐데, 전혀 그 요구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배는 함장 혼자 모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항해장, 갑판장, 병기장, 기관장 등 각 부관들이 많은데 말이지요.
또 하나 어이없는 것...
사고해역은 백령도 남단입니다. 이곳은 뻘도 많은데다 수심이 깊지 않아서 이번 사고가 났던 초계함보다 훨씬 작은 참수리급 경비정들도 서안으로 우회하는 지역입니다. 위급한 일이 아닌 한 자주 가질 않는 곳인데 이렇게 큰 초계함이 뭐하러 그 지역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고 계셨는지는 알 도리가 없군요. 썰물때는 뻘에 얹히는 '승양'의 사고 위험과 암초에 긁혀 파손될 위험도 제법 있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좀 무리스러운 지역에 있었다는 것.. 그곳에서 무슨 업무를 했었는지 항해일지도 공개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전 내부소행이라 생각됩니다. 폭발과 함께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정전이 되었다 함은 아무래도 내부 발전기를 누군가 손댄 것이 아닐까~~ 타이타닉 영화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배가 기울고 있어도 전기는 들어왔지요. 심하게 기울어질 적 기관실에 갇힌 사람과 여러 부자재들이 쏟아지면서 발전기를 건드려 그 이후로 정전이 되었지만 한동안은 전기가 들어왔었습니다. 그런만큼 발전기가 바로 먹통이 되었음은 내부에서 건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웬지.. 이 사고가 일어난 시점 또한 이번 정권에 좋지않은 시점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립니다. 저도 한 때나마 뱃놈이었기에 이번 사고가 너무 가슴 아프고, 실종 장병들이 있을 그 해역을 자주 들락거렸던 지라 서해교전을 겪었을 지언정 난 너무 운이 좋구나 하는 점에 하늘에 감사도 많이 드리고 삽니다.
그러기에도 이번 사고가 정녕 누군가 뒤에서 조종해서... 마치 과거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이나 87년 KAL기 폭파사고처럼 소수의 목적을 위해 많은 이들의 희생을 딛고 이뤄진 것과 유사한 그런 사건이라면... 정말 이건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겨우 정권에 대한 위험여론 불식시키려고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의 더운 피를 이렇게 식혀버린 것.... 이들이 여러분의 남동생이나 오빠였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용서할 수 있을까요?
실종자들의 흔적을 빨리 찾고, 사고원인에 대해 명확한 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군대가 더 이상 자체조사 등으로 모든 걸 끝내는 그런 집단이 아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