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복지예산액 증가율, 3년전의 절반으로 추락

YOROKOBI 2010. 12. 24. 11:29
[한겨레] 2008년 12%→09년 16%→올해 1%→내년 6%
'비중 역대최대'도 의무지출 증가 빼면 실속 미미
OECD 평균의 절반수준…"복지국가" 자찬 무리

"정부의 복지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22일 이명박 대통령) "내년도 복지예산 증가율이 급감했는데도, 정부는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줄어든 복지예산을 숨기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22일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 여당이 강행처리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복지예산 삭감' 논란이 벌어진 데 이어, 이 대통령까지 복지예산을 '역대 최대'라고 자평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복지예산을 둘러싼 각종 쟁점을 정리·평가해본다.

내년 복지예산 역대 최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리 자랑할 거리는 못 된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 한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듯, 복지예산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복지예산은 해마다 '역대 최대'를 경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른 분야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체예산(정부 총지출)이나 분야별 예산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지지출은 '의무지출'(법으로 지급기준과 액수가 정해져 있는 지출) 비중이 높은데다, 고령화 때문에 대상자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반복지적인' 정부가 들어서도 규모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평가하려면 복지예산 증가 여부가 아니라 '증가율'을 봐야 한다. 현 복지예산 기준이 정립된 2005년 이후 복지예산 증가율을 보면 2006년 10.2%, 2007년 9.6%, 2008년 12.0%(추가경정예산 포함), 2009년 16.8%(추경 포함)로 매해 1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올해 증가율은 1%(본예산 기준 8.8%)로 뚝 떨어졌고, 내년에도 6.3%에 머물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복지예산 비중 사상 최대? 이 역시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이 비중은 계속 늘어왔다.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정부가 복지예산을 적극 늘렸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전체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전체예산 증가율보다 복지예산 증가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는 분자(복지예산)가 빠르게 늘어서일 수도 있고 분모(전체예산)가 크게 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후자 요인이 더 크다.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11~2014년 전체예산 증가율은 5.7%, 4.9%, 4.0%, 4.5%이고 복지예산 증가율은 6.2%, 7.6%, 5.7%, 4.3%다.

복지예산 증가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정부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거나 수혜대상을 확대하지 않아도, 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 등 의무지출 증가율이 해마다 4%를 넘는다. 10% 안팎이었던 예년과 비교해 봐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체예산 증가율이 이보다 더 낮다. 정부가 향후 4년간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 지디피 증가율보다 2~3%포인트 정도 아래로 최대한 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총지출 대비 복지예산 비중은 당분간 해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국가 수준에 들어서고 있다? 어떤 지표를 살펴봐도 이런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복지평가의 핵심지표인 지디피 대비 비중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고, 정부가 내세우는 전체예산 대비 비중도 아직 부족하다.

2011년 우리나라 복지예산 규모는 명목 지디피 대비 6.9%이고, 전체예산 대비 27.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든 '공공복지지출' 기준으로는 대략 지디피 대비 8~9%, 전체예산 대비 30~3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오이시디 27개 회원국의 지디피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 평균은 19.8%(2007년 기준)다.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오이시디 국가들의 재정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도 45~50%에 이른다.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멀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부지런히 복지예산을 늘려가도 오이시디 평균을 따라잡는 데 한참 걸릴 텐데 현 정부 들어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디피 대비 복지예산 비중을 지금보다 더 줄이겠다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오이시디 평균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려면 국민부담률을 높여 정부 재정 규모 자체를 확대하고, 정부 예산 안에서도 복지 비중을 더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