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정원 大망신`.. 세계 스파이史에 한 획

YOROKOBI 2011. 2. 22. 12:54
[이데일리 우원애 리포터]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산업 정보를 수집하는 국정원 내 산업보안단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원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산업보안단은 국내 산업 정보의 국외 유출을 막고 국익에 민감한 국내외 산업정보를 수집하는 곳으로 지난 2009년 대북업무에 집중하던 3차장 산하 조직의 기능을 산업을 포함한 과학정보 수집과 특수업무 위주로 재편했다.

그러나 이들의 어설픈 공작은 국제적 망신과 더불어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이들의 어설픈 공작을 두고 "무슨 프로가 노트북에서 정보를 빼내는데 6분이나 걸리느냐" 며 "1976년 `엔터베 작전` 때 이스라엘 특공대는 여객기 납치범 7명과 우간단 구인 30명 이상을 사살하고 105명의 인질을 구하는데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 꼬집었다.

전직 군 정보 관계자도 "노트북의 정보가 중요했다면 하드디스크만 빼서 가져 오거나 호텔 내부인을 활용해 노트북을 확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들의 어이없는 행동을 비판했다.

특히 "잠입 요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에 걸려, 들고 나온 노트북을 되돌려준 행동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황당한 사건"이라고 혀를 찼다.

더욱이 "일반인이 도둑질을 할 때도 역할을 분담해 한 사람은 망을 보는데, 국정원 직원이 세 명이나 잠입하면서 상대 동태를 감시할 아무런 대책도 갖추지 않았다는건 신기 그 자체" 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 특사 보좌관에게 발각된 후 호텔 비상계단에 숨어 있다 호텔직원에게 적발된 국정원 직원을 두고는 `코미디` 라며 헛웃음을 보냈다.

이 모든 상황이 알려지자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1970년대 중동에서 우리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딸 때도 (우리 정보기관이) 경쟁국의 입찰 가격과 조건 등을 현지에서 미리 빼냈지만 걸리지 않았다"며 "2011년 `안방`인 서울에서 이런 망신을 당했다는 게 창피하다"고 말했다.

안보부서 당국자 또한 "정보 세계에선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알려지기 마련이지만 이런 완벽한 작전 실패는 세계 스파이사(史)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국정원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다" "국제적으로 당한 개망신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정원인지 동사무소 직원인지? 국익이 아니라 세계적인 코믹쇼 한편을 했다" "심부름센터로 간판 바꿔라" "국익을 위해 했다? 이말에 수치심과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라며 국정원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