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서거2주기]그는 무엇을 남겼나...?

YOROKOBI 2011. 5. 23. 07:45

【서울=뉴시스】신정원 조현아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진보·개혁적인 정책을 시도했던 정부로 평가받는다. 이 기조는 복지·여성·노동·시민사회 등 사회분야 정책에도 녹아 시민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 확대, 지역균형발전 등 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기여했다.
반면 새로운 정책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기존의 통념과 틀을 깬 참여정부의 용기 있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며 미완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균형발전·복지·여성 '용기 있는' 개혁…미완의 과제 산적

노 전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의제를 국가 핵심 의제로 격상시키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곧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나 혁신도시 건설 등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분산 정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낙후지역 개발을 뒷받침할 각종 제도도 개선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 추진 과정에서 목표가 구체화되지 못하는 등 한계점도 드러났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건설에 반기를 들면서 정치·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기도 했다.

중부대 강현수 교수(도시행정학과)는 "참여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의 성격을 형평성을 강조하는 분배적 차원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등 위상을 높였다"며 "다만 초기에 제시했던 '혁신주도형 질적 발전 전략' 등을 실제 집행 정책 내용에 반영하지 못하는 등 한계도 있다"고 평가했다.

참여정부의 복지 정책은 '보편적 참여복지'였다. 복지 대상자를 저소득층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국가의 책임을 확대해 공공보건의료체계 등을 개선했다.

특히 기존에 경제성장 위주의 소극적인 복지 정책에서 탈피해 빈곤층과 사회보험 혜택 저소득층을 확대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다.

여성 분야에서는 정치·사회·노동 등 각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높이는 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들은 고용 차별과 보육 문제 등 뿌리 깊은 문제점들을 화두로 끌어올리거나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보호, 차별시정 등에 대한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반면 정책 기조 혼선, 미온적 대응 등은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의 개혁 목표가 사회적 논란을 빚으면서 기조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로 후퇴시킨 것은 '초기에 좌회전 신호를 보이고 실제로는 우회전 하는' 것과 같았다"며 "노동계의 과잉 기대와 경영계·보수언론의 과도한 견제심리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임기 후반에 수립된 '국가고용전략'에서 고용-성장-복지의 선순환 구조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노동을 존중하고 고용친화적인 개혁 청사진과 실행 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 정치참여 '활성화'…갈등·분열 야기도

노 전 대통령의 제16대 대통령 당선은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내 군소후보로 출마해 후보 경선 과정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던 그가 노풍(盧風)을 타고 거듭된 역전으로 일궈낸 쾌거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의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했던 2002년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소감 발표에서 '성실하게 원칙과 정도를 지켜온 것이 국민을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바보 노무현'으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은 바로 우리 사회에 자신의 소신과 가치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이를 통해 우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이러한 노무현의 가치는 역사 속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새롭게 던진 또 하나의 화두는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조직된 지지 세력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항상 인터넷 소통을 즐기며 대화와 토론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를 활성화 시켰고 나아가 참여 민주주의로 이끌어 내는 데에 원동력이 됐다. 시민들은 점차 정치적 이슈에 의견을 내기 시작했으며 이는 하나의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류석진 교수는 "인터넷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조력자이자 선거 캠페인의 무기로 평가된다"며 "인터넷을 여론의 용광로이자 시민참여의 기제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당시 여론으로부터 역풍을 맞는가 하면 시민사회 내 보수와 진보진영의 '편가르기식' 갈등과 대립은 더욱 고조됐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는 "다수의 조직들이 서로 연결되는 하나의 네트워크가 이념적·정치적 균열 구조를 따라 분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한편에 진보적 사회 개혁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한편에는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 단체들로 나뉘는 분절이 급속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사회의 이념적 대립은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더 깊은 분열로 이어질 경우 민주주의의 안정과 발전을 해치는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주의 갈등을 타파하기 위해 몸소 앞장서는 등 부단히 노력했지만 생전에 끝내 이루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의 '화해와 통합'의 정신, 결국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