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정부 피해대책 충분한가...?
발동요건 너무 엄격 탓… 농민 "피해만큼 보전해야"
수입사료 세금 감면 등 현실성 있는 정책 필요
농축수산업에만 대책 집중… 제조·서비스는 사실상 방치
↑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민주당)이 7일 김 국무총리를 항의 방문했던 사진을 내 보이며 한미FTA 재재협상을 촉구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 김황식(왼쪽 사진에서 오른쪽) 국무총리가 10일 국회를 방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 대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농ㆍ어민과 영세 자영업ㆍ서비스업 등에는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당연히 이들 계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책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2004년 칠레와의 FTA 체결 이래, 정부의 피해대책은 늘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한미 FTA를 맞아 정부가 대폭 보강했다는 대책에도 역시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업계는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분야별로 짚어봤다.
농ㆍ축ㆍ수산업 대책 실효성 논란
정부의 한미 FTA 피해대책은 농ㆍ축ㆍ수산업 분야에 집중됐지만, 농ㆍ어민들의 불안감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에 비해 워낙 뒤떨어진 농ㆍ어업 경쟁력도 문제지만, 많은 가짓수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적지 않은 탓이다.
최대 취약 산업인 축산 분야에선 축사시설 현대화와 생산비 절감을 통해 양돈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2009년 현재 어미돼지 1마리가 1년간 낳아 출하하는 새끼돼지(15.2마리)가 축산 선진국인 네덜란드(24.7마리)나 덴마크(24.5마리)의 60%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종자개량 등으로 2017년까지 25마리로 높이겠다는 것. 하지만 선진국보다 15%나 높은 생산비 절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관계자는 "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현실에서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수입사료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늬뿐인 대책도 적지 않다. 수입물량 증가로 농작물값이 하락할 경우 피해를 보상해주는 피해보전직불제도는 2004년 도입 이후 시행실적이 전무하다. 발동 요건(가격이 수입물량 증가로 평균 보다 20% 이상 하락해야 함)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올 들어 '15% 이상 하락'으로 요건을 완화했지만, 농민들은 "요건을 따지지 말고 피해 발생분 만큼 보전해줘야 한다"(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는 입장이다.
농ㆍ어가가 폐업하면 3년간 평균 순수익을 지원하는 폐업지원제도도 2016년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미국 쇠고기(관세 40%를 15년간 단계적 철폐)처럼 장기간일 경우 그 기간과 연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무조건 지원을 확대하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최선을 다한 만큼 일단 시행해 보고 추가 대책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치된 영세 제조ㆍ서비스업
많은 전문가들이 '농ㆍ축산 못지 않은 충격'을 우려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 피해대책은 농ㆍ축산에 비하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정서를 우군 삼아 '눈에 보이는' 피해보상을 꾸준히 요구했던 농ㆍ축산 단체에 비해, 중소 제조ㆍ서비스 업계는 이렇다 할 구심점조차 없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 역시 "한미 FTA 발효 이후 피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자세여서 대책 마련은 더욱 미뤄지고 있다.
제조ㆍ서비스 분야를 아우른 대표적인 대책은 2007년 마련된 무역조정지원제도. FTA의 영향으로 6개월간 매출 또는 생산이 전년보다 20% 이상 감소할 경우, 업체당 30억원 한도로 시설ㆍ운전자금 용도의 저리융자를 해 주고 컨설팅 자금(업체당 2,400만원)도 지원해 준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사업이 어려워져 다른 업종ㆍ품목으로 전환할 경우 융자, 컨설팅, 유휴설비 거래 알선 등을 지원하는 사업전환지원제도 있다. 결국 '조금 더 버틸 자금을 대줄 테니 군살을 빼라'거나 '아예 다른 업종을 알아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마저도 요건이 까다로워 받기가 너무 어렵다. 2004년 한ㆍ칠레 FTA 이래 무역조정지원제도로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는 7곳, 액수는 17억9,800만원에 그쳤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제품 특성, 유통경로, 품목 개요 등 13개 서류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심사기간도 두 달이나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드는 6개월 동안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제약 매출에 의존하는 제약업계의 위기감이 높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연구ㆍ개발(R & D) 투자를 늘리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 & D 강화, 신약개발 역량 배양 등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 앞서, 실제 기업들이 생존할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개방 정도가 덜 해 이미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통해 기초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이라며 "당장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서비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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