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엄마가 꼭 알아야 할 영양보충제의 진실~

YOROKOBI 2012. 1. 9. 08:33

밥그릇에 종합영양제와 쌀밥이 반반 담겨 있는 모습.

영양제 홍수 속에 한두 가지 영양 제를 먹지 않는 어린이는 드물다. 사진 속 영양제는 기사와 무관하다. [김수정 인턴기자]

나은미(30·여·경기 이천시)씨는 아침·저녁으로 바쁘다. 올해 다섯 살과 18개월 된 두 딸에게 갖가지 영양보충제를 먹인다. 큰딸은 어린이집에 가기 전 다양한 비타민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와 어린이용 홍삼을 먹는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여러 가지 영양소가 든 액체 형태의 혼합음료 5㎖를 마신다. 두 아이는 비타민D 단일제 두 방울과 철분제를 먹고 잠든다.

 

나씨는 "육아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아이 영양을 위해 영양보충제를 먹여야 한다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하루 세 끼 잘 먹는 아이들이 영양보충제를 많이 복용해도 괜찮을까?

밥 잘 먹는 아이 영양보충제 먹일 필요 없어
나씨가 아이들을 위해 매일 챙겨주는 영양보충제 방식은 낙제점이다. 두 아이의 식사습관과 연령을 볼 때 비타민D만 추가하면 된다. 철분은 의사가 진단한 뒤 부족할 때만 제한적으로 보충하면 된다. 출생 후부터 청소년기까지는 급성장기여서 충분한 영양공급이 중요하다. 자식의 건강을 챙기려는 부모의 마음이 더해져 영양보충제 한두 가지 안 먹는 아이를 찾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의약품·의약외품·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은 어린이·성인용 영양보충제만 약 5000개다. 영양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영양 전문가들은 예외적인 아이 이외에는 영양보충제가 필요 없다고 강조한다. 대한모유수유의사회 정유미 명예회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평균적인 식사를 하는 아이가 영양보충제를 먹는다고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영양보충제를 과용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소아과학회 학교보건 및 보건통계위원회 문진수 이사(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여러 가지 영양보충제를 복용할 정도로 영양이 부족한 아이는 많지 않다"며 "특정 영양소를 과량 섭취하면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깨뜨려 악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철분제·비타민, 의사 진단 받은 후 먹여야

 

하루 세 끼를 먹는 아이는 영양에 큰 문제가 없다. 아이에게 영양보충제가 필요한 때는 언제일까. 전문가들은 성장기에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철분·비타민D·칼슘·아연이다.
 철분의 일일 섭취 권장량은 생후 6~12개월에 11㎎, 13개월~13세에 7~8㎎이다. 14~18세 여학생은 15㎎ , 남학생은 11㎎이다.
 정 회장은 "철분은 두뇌 발달과 관련이 있다.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에 철분이 많은 붉은색 육류를 먹여서 보충해야 한다"며 "이유식을 잘 안 먹고 모유와 분유에만 의존하는 아기는 철 결핍에 따른 빈혈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철 결핍형 빈혈이 있으면 손톱이 갈라지거나 스푼 모양으로 변한다"며 "식욕부진이 생기고 편식을 하게 돼 체중이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래 눈꺼풀을 뒤집었을 때 핏기가 없고, 영유아는 보챔이 심하다. 철분 부족 여부는 의사가 진단한다. 섭취량이 부족하면 보충제를 복용한다.
 비타민D도 챙겨야 한다. 뼈의 성장을 돕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돕는다. 비타민D는 햇빛을 쐬어야 신체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영유아는 햇빛을 볼 일이 별로 없다. 실내생활이 점차 느는 소아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수일 이내부터 청소년기까지 일일 400IU의 비타민D 보충제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 400IU를 식품으로 섭취하려면 하루에 우유 1ℓ를 마셔야 한다.
 비타민D 부족이 심한 영유아는 구루병에 걸린다. 구루병은 생후 4개월~2세에 나타난다. 머리·가슴·팔·다리·뼈 등 전신의 뼈가 변형돼 성장장애가 발생한다. 문 이사는 "머리뼈를 누르면 탁구공처럼 들어가고 갈비뼈는 염주 모양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가 모자란 소아청소년은 성장이 늦고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칼슘은 소아청소년에게 항상 부족한 영양소 중 하나다. 문 이사는 "칼슘은 보충제보다 우유 같은 유제품과 식품에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의 일일 권장 칼슘량은 약 1200㎎이다. 우유 등 유제품 한 컵에는 약 250㎎의 칼슘이 있다. 아홉 살이 되면 하루 두 잔 이상의 우유를 마셔야 한다.
 아연은 영유아의 인지발달·감염·설사와 관련 있다. 붉은색 육류와 도정하지 않은 견과류, 콩류 등에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저귀 발진이 너무 심하거나 설사를 계속하는 영유아에게 아연 보충제 복용을 권한다. 아연은 피부조직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10~14일간 먹으면 증상이 낫는다. 과잉 섭취하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비타민 A·D·E·K 과다 복용땐 두통·피로 부작용
아이의 영양상태가 나쁘다면 제한적으로 종합영양제가 도움이 된다. 문 이사는 "급·만성 영양결핍에 따른 성장부전, 거식증, 심각한 편식 등은 검사 후 문제가 확인되면 종합영양제의 복용이 도움이 된다"며 "만성질환·수술과 같이 큰 병을 앓고 난 후 회복기에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채식을 하는 부모를 둔 아이는 아연·비타민B12·무기질이 보충된 종합영양제가 필요하다. 정 회장은 "육류·달걀·유제품을 섭취하지 않으면 비타민B12 등 영양결핍 위험이 커 빈혈이 생기고 성장에 좋지 않다"며 "특히 뇌 발달이 중요한 영유아의 엄마가 채식주의자라면 영양소가 많이 부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종합영양제 복용도 증상이 개선되면 식사를 통한 영양섭취로 바꿔야 한다. 한양대 의대 약리학교실 강주섭 교수는 "1~2개월 복용 후 증상이 개선되면 식습관을 개선하고 보충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며 "영양상태가 정상인데 영양보충제 몇 가지를 먹으면 권장량을 넘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지용성 비타민인 A·D·E·K를 과다복용하면 간과 지방조직에 저장된다"며 "비타민A는 설사·구역질·체중감소·두통·피로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피부가 건조해 가려움증을 호소하거나 입술이 갈라질 수 있다.
 강 교수는 "비타민D를 보충제로 많이 섭취하면 1~3개월 후부터 얼굴이 창백해지고, 두통·변비·다뇨증·신장 손상·고칼슘혈증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철분 보충제를 과다 복용하면 간·심장·피부·관절 등에 쌓여 부정적이고 피부가 갈색으로 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이외의 비타민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칼슘을 보충제로 1000㎎ 이상 계속 섭취하면 변비는 물론 감염에 취약해지고, 뼈가 물렁물렁해지는 칼슘중독증, 과다출혈이 나타난다"며 "영양보충제를 장기복용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운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