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취임 반년.. "국정운영 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지난 24일, 지상파 3사 뉴스의 헤드라인은 '박비어천가'로 채워졌습니다. GH의 취임 6개월 맞이 기념 이벤트(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요.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KBS - 64.3%, MBC - 65.8%, SBS - 70.4% 정말 놀라운 숫자죠? <오마이뉴스>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문제는 이 여론조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방송 3사 모두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조사했고,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라 밝혔다. 기간은 KBS, MBC가 23일 하루, SBS가 23~24일 양일간 조사했다. 또 응답률을 밝힌 것은 SBS뿐으로 12.1%라 말했다.
응답률은 여론조사에서 표본오차와 신뢰수준만큼 중요한 수치다. 몇 명에게 물어 몇 명이 답했냐는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천 명을 조사했는데 응답률이 12.1%라는 것은 약 8300명에게 물어 1000명만이 답했다는 뜻이다. 결국 SBS 여론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국민 8300명 중 704명만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말한 것이 된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응답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습니다. 응답을 안 한 사람이 모두 GH가 국정운영을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론조사를 기피합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죠. (여러가지 이유로) 바빠서, 귀찮아서, 02로 걸려오는 전화는 그냥 끊어버리기 때문에, 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여론조사에 응하기 싫어서.. 물론 논리적으로는 8300명 중에서 704명 만이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응답한 것이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응답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지난 자료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노 대통령 지지도 급상승... KBS 53%-SBS 43% <오마이뉴스>
지난 2007년 10월 6일, <오마이뉴스>는 위의 기사를 씁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급상승했다는 소식을 담은 뉴스입니다. 여론조사는 KBS-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것인데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53.7%로 나타났습니다. 이전 조사에 비해서 18.6% 상승한 수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얼마였을까요? 17.6%였습니다. 앞서 인용한 <오마이뉴스>의 논리대로라면, 5681명 중 537명이 잘한다고 응답한 것입니다.
이대통령 국정운영 “잘하고 있다” 49% <한겨레>
시간을 약 5개월 정도 뒤로 옮겨보죠. 2008년 3월 3일,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MB의 취임 직후 국정운영 지지도는 49%였습니다. 과거의 정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였습니다만 그러한 평가는 차지하고,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6.2%였습니다. 역시 <오마이뉴스>의 논리대로 따져보면, 6172명 중 490명만 '잘한다'고 응답한 것입니다.
응답률만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요? 물론 응답률이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신뢰도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률은 10%로 낮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조사 응답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습니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는 아니지만, 위에서 인용한 세 가지 여론조사에서는 17.6% → 16.2% → 12.1% 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응답률'을 밝힌 여론조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응답률'이 강조되기 시작한 최근에도 방송 3사 중 SBS만 응답률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오죽했을까요.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여론조사에 대한 고민이 정말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문제를 여론조사 회사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문제죠. 다만, 지나치게 응답률에만 집착해서, 응답자가 지나치게 적으므로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응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에도 그다지 높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과거의 조사들에 비해 '신뢰도'가 더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론조사, 참 골칫덩어리입니다. 참고 자료로 삼기 좋은 자료이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긴 합니다만 악용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우선, 여론조사 기관들이 보다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해야겠죠. '응답률'을 꼭 밝히는 것은 필수입니다. 또, 여론조사 설문 항목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질문을, 어떤 순서로, 어떤 뉘앙스로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응답률의 덫'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들에는 허점이 많습니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보여주는 숫자들에 현혹되어 '촛불'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앞으로 GH는 큰 화를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참모들이 정리해서 보고하는 70%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목소리'이니까요.
P.S.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응답률이 낮다는 이유로 모든 여론조사를 무시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모든 여론조사를 부정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중에 국정원과 관련해서 국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64.7%가 나왔고, 국정조사가 진상규명에 불충실했다는 응답도 69.9%가 나왔습니다. 권은희가 가장 신뢰간다는 응답도 40%나 나왔어요. 그런 가운데 GH의 국정조사 지지율이 60~70%가 나오는 겁니다. 왜 그럴까, 무엇 때문일까.. 맥락을 이해하려고 해야해요. 무턱대고 '조작'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응답률은 과거에도 낮았습니다. 투표율이 고작 50~60%가 나오는데,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다는 것도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겠죠. 여론조사 기관의 투명화는 물론, 응답률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