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멍난 국방비, 한국과 일본에서 충당하는 미국

YOROKOBI 2013. 10. 4. 11:01

구멍난 국방비, 한국과 일본에서 충당하는 미국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부장관이 한국에 방한하기 직전 미국 언론이 전시작전권 문제를 다룬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과도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연방정부마저 폐쇄된 미국의 입장에서 제국의 지위를 유지한 채 재정절벽을 해소하고 중국 봉쇄에 성공하려면 우방국들에게 삭감된 국방비 550억 달러를 분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어 필자까지 끼어들 틈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대국민 사기라는 얘기를 들으면서까지 기초노령연금을 축소한 정부가 전시작전권 재연기를 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와 킬체인(정보·감시·타격·통합시스템) 조기 구축을 서두르겠다니 대체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할 생각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소프트웨어 구축비용도 어마어마할 것이다ㅡ문화일보에서 캡처

 

이를 위해 투입될 예산이 내년도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재정적자 폭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어떻게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두 개의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것일까? 무상보육을 위해 공채를 발행한 서울시의 행태를 맹비난했던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지는 않을 터, 박 대통령은 예산이 줄줄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설마 기초노령연금 축소 때문에 봇물이 터진 증세 논의의 목적이 국방예산 확보를 위한 것은 아니리라. 박 정부 5년 간 4대강공사 관리비용만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국가부채 이자만 매년 20조원에 이르며, 각종 부동산대책으로 세수를 줄어들 것이 뻔한데, ‘줄푸세’를 견지하며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두 개의 시스템이 완성되면 대한민국의 국방은 철저히 미국에 종속되기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기는커녕,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들지 예상할 수 없다. 중국의 위상이 미국을 넘어서는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았는데, 북한을 핑계로 언제까지 미국의 우산 아래에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합뉴스 방송에서 캡처

 

당장 내년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분담금 증액(내년도 1500억원 이상)을 미국이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온갖 욕을 먹어가며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이전시킨 이유에는 분담금을 줄이기 위함도 있었는데 이마저 도로나무아미타불이 됐다. 이럴 바에야 국방에 관해서는 미국에게 모든 권리를 이양함이 나을 듯싶다.

  

전방위적인 일본의 재무장을 거들고 나선 미국이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미국이라면 죽고 못 사는 군부의 핵심실세들이 호들갑을 떨면 중국과 북한이 반발할 것은 너무 뻔하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의 목적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이 구멍난 미국의 국방비를 일본과 분담해서 중국 봉쇄비용을 충당하는 것인가?

  

앞선 국방력으로 구축한 신뢰란 복종의 강요일뿐, 평화로 이르는 길은 아니다. 오직 국방력의 절대 우위로 북한과의 신뢰를 구축하려 한다면 이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우리는 이를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역겨울 정도로 경험했고 참담한 피해를 당하고도 추호의 반격도 하지 못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ㅡ머니투데이에서 캡처

 

저무는 제국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은 오래갈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의 제국을 고르라면 당연히 미국을 선택하겠지만, 국제관계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냉전이 부활하지 않는 한 우리의 안보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단지 4년 5개월 남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안보를 승률이 떨어지는 도박에 맡길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단순히 북한의 위협만 과장하지 말고, 잔인할 만큼 냉정한 국가방위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 참여와 이라크 파병, 계산이 불가능할 만큼의 미국산 무기수입으로 미국의 6.25참전에 대한 빚도 갚았다.  

 

박근혜 정부는 입만 열면 자랑하는 ‘공약가계부’에 전시작전권 재연기로 초래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조기 구축비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밝혀야 한다. 또한 일본의 대대적인 재무장과 연동해 미국의 중국 봉쇄에 한국의 방위력이 동원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기초노령연금이 아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일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증액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