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국정원·검찰의 '이상한' 동거, 증거조작 의혹 '헛발질'로..

YOROKOBI 2014. 2. 22. 08:31

[머니투데이 법조팀(김만배·이하늘·이태성·류지민·김정주 기자)][편집자주]

 

정치이슈부터 민생범죄까지…. 법원과 검찰에서는 하루에도 수천건에 달하는 법적공방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그 배경과 법리적 근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법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이에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은 매주 화제가 된 법적 사건을 선정, 이를 풀어보고자 한다. 어떻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서초동 살롱 < 2 > ] 검찰의 국정원 정보 '무한신뢰' 독(毒) 된듯]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곤혹스러운 한주를 보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해 주한 중국대사관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문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확인했기 때문인데요.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검찰이 북한 화교출신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34)를 구속수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댓글개입 의혹으로 소문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관심의 초점을 돌리고 조직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획성 수사를 한 것이라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 국정원 제공 법정증거, 허위·조작 의혹 잇달아
1심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유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검찰이 항소심에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핵심증거로 새롭게 내세웁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조논란에 휩싸인 것입니다.

이들 증거는 모두 국정원이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안사건은 정보수집 역량이 방대한 국정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국정원이 수사를 전담해 정보를 넘기면 이를 기반으로 검찰이 공소를 담당하는 일종의 역할분담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국정원의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원과 검찰 공안부는 다수의 대공사건을 협력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양측의 사적인 교류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정원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많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전언입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확보, 해외는?
한국은 형사사건의 기소를 검찰이 독점토록 하는 '기소독점주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작용도 있지만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국정원 정보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면 결국 검찰은 국정원 입맛에 맞는 기소를 대행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법제도상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갖고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CIA, 이스라엘 모사드, 영국 MI-6 등 해외 정보기관들은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국정원 개혁과정에서 수사권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국정원이 제공한 녹취록은 수많은 왜곡과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재판도중 검찰이 수정한 부분만도 272건에 달합니다. 특히 이들 오류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 발언의 취지와 문맥을 뒤바꿨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검찰 "내용상 위조 아닐수도" vs 中 "위조, 사전적 의미 그대로"
국정원 정보의 신뢰성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지만 검찰은 여전히 국정원에 신뢰를 보내는 눈치입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팀은 '해당 문건이 위조가 아닐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팀을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20일 "(중국대사관의) 위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류의 내용이 틀리다는 것인지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아니면 두 부분 모두 잘못됐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역시 15일 "중국 정부가 '위조'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내용의 문제가 아닌 문서 발급 절차의 문제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중국대사관은 20일 해당 문서가 위조됐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중국 대사관은 국내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위조의 뜻에 이의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라"라며 "법원에 제출한 공문은 완벽하게 중국의 조사결과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서를 발급한 중국정부가 위조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상 해당 문건의 증거능력은 소멸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시 "3건의 문건 가운데 1건만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입수했다"며 "나머지 2건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어찌 보면 이번 검찰의 조사가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도 논란의 여지입니다.

◇정원'씨'에게만은 친절한 검찰'군', 짝사랑일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궁금한 점. 검찰은 지난해 7월 대화록 불법 유출 혐의 등으로 민주당의 고발을 당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기소 여부를 7개월이 되도록 결정치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는 소문도 나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형사사건의 기소는 오직 검찰이 독점합니다. 검찰의 판단여하에 따라 재판절차도 없이 해당 사건이 종결될 수 있습니다.

검찰조직은 선후배 사이에 정이 많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낙마하는데 있어서 국정원 정보원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검찰총장인 선배의 낙마와 국정원이 관련됐다면 검찰 관계자들은 국정원에 강력한 대립각을 세웠을 법합니다.

아울러 국정원이 부실한(혹은 위조된) 증거를 전달하면서 검찰조직은 강력한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 검찰은 적극적인 해명과 급격한 진상조사팀 구성에 나섰지만 국정원은 "문서 입수경로가 확실하며 내용도 사실"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다른 조직이었다면 검찰의 '괘씸죄'에 걸려 치도곤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검찰의 국정원 사랑이 과한 것일까요? 아니면 권력지도 상 검찰이 국정원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인 것일까요?